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싸가지 ... 있는 놈^^

주방보조 2004. 7. 9. 08:30

싸가지없다는 말이 버릇없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싸가지라는 말은 싹수(머리)의 사투리입니다.

싸가지없다 하면 싹수가 노랗다라는 말과 거의 뜻이 같게 되지요.

 

...

 

교신이는 마치 요셉과 같아서

심심찮게

제게와서 누나들과 형의 비리를 고발하곤 합니다.

 

충신이는

이 요셉녀석의 괘씸한 짓을

같이 노는 중에 발로 툭 툭 차거나 깔아뭉개면서...보복을 하는 것같고

 

원경이는 교신이의 눈에 너무 예뻐 보이기 때문에

절대 고발할 일이 없어서 ...전혀 문제가 없고

 

문제는

큰 딸 둘...즉 교신이의 큰 누나 둘입니다.

 

아빠 나실이 누나 업드려서 자요~

아빠 진실이 누나 만화그려요~

아빠 누나들 방 너무 지저분 해요~ 등등...

 

그럴때면

진실이는 큰 소리를 질러서 자기 자신을 변호하고 '넌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러냐'하며 교신이와 직접 싸울 태세를 갖추는데, 그만큼 순진하단 이야기겠죠. 그러나 그거 싸움이 되겠습니까? 교신이 뒤에는 막강한 아빠가 떡 버티고 있는데요. 게다가 엄마가 얼마나 아끼고 애지중지하는 막낸데요.

 

나실이는 제가 안보이는 쪽 책상에 주로 업드려 자다가 가장 많이 고발을 당했는데요...언니처럼 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혹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겠죠...

예의 그 넘치는 카리스마로^^

교신이에게 말합니다.

 

"싸가지 없는 놈!!!" 

 

...

 

며칠전

교신이가 그 싸가지 없다는 말이 엄청나게 나쁜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누워있는 제게 씩씩 거리며 다가와 또 고발을 하였습니다.

 

"아빠 작은 누나가 나보고 싸가지 없대요!...혼내주세요,,엉엉" 

 

나실이를 불러 물었습니다. 왜그랬냐고...

"이 녀석이 저한테 반말로 손가락을 까딱까딱 하면서 뚱뚱한게~공부도 못하면서~하고 놀렸단 말에요"

 

...

 

그날은 제가 무척 피곤하였기 때문에 그래 알았다 하고  넘어갔지요.

 

다음날도 교신이는 다시 제게 와서 고발합니다.

"아빠 작은누나가 나보고 싸가지가 없댔어..혼내줘..."

 

그런데 작은 누나입장도 있잖습니까?

그런 모욕을 받고 어찌 혼까지 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교신이를 타일렀습니다.

"그래 네가 좀 싸가지가 없어...누나한테 그렇게 하면 안돼~"

그소리에...

이녀석이 머리와 허리를 팍 앞으로 꺽고 풀없이 안방으로 들어가더니...곧 통곡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들어가보니 장롱이불위에 쭈그리고 앉아 목에 핏대를 온통 세우고 죽을듯이^^ 울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 너 싸가지 있어...됐지?

앙앙~

아빠가 잘못했다 울지마 응?

앙앙~

그럼 누나들 때려줄까?

응...

허걱!

 

...

 

누나들 방에 가서  누나들과 짜고 ...때리는 시늉에 비명소리를 크게 내었죠.

 

장롱속에서 미소를 머금은 채 "더때려"...라는 말씀에

한번 더 쑈를 하고

 

돌아와 몽둥이를 들고 교신이 앞에 섰습니다.

 

"자 네 말대로 누나들 때려줬는데...누나들 많이 맞았으니까 이번에는 네 차례야. 너도 누나들 속상하게 한 것 알지? 너도 좀 맞아야겠어 그래야 공평하지?"

 

희희낙낙 웃다가 교신이는 놀라서 털석 주저앉았습니다. 

 

바로 이때가 포인트이죠^^

 

"누나들에게 가서 사과하면 다 용서해줄께"

 

...

 

제손을 잡고 누나들 방에 들어가서 교신이는 누나들 하나 하나 손을 꼭잡고

"잘못했다" 정식으로 사과했습니다.

 

화해의 웃음이 방에 가득했죠. 

 

그리곤 다시는 싸가지 없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세요 ... 정말 싸가지 있는 놈 아닙니까?

 

 

 

 

  • malmiama2004.07.09 11:56 신고

    유민이는 고발하는 수준이 아직은 아니지만
    오빠 방에서 추방당하거나 무시 당하거나 했을 때
    제게 하소연은 합니다.(방언으로^^)
    엄마에게 혼나면 제게 옵니다.
    모른 척하면 뒤로 와서 제 목을 껴안습니다.
    싸가지...와는 상관이 없죠?
    근데, 유민이가 싸가지 없을 때...놈이라고 해야되나???

    답글
  • 주방보조2004.07.09 12:10

    녀석이라고 하면 될 것같은데요^^

    근데 오빠들과 나이차가 많이 나서...우리집 싸가지만큼 하기는 어려울 듯 하군요^^

    답글
  • 쌍그아부이2004.07.09 14:29 신고

    얼마 안 있어 손녀 손자들 바글대면 나도 맛볼 일이겠지요?

    대신 얼마 안 있어의 기준이 없지만요.^^

    답글
  • 이사야2004.07.09 14:32 신고

    ㅎㅎ... 자식 사랑...

    님과 제가 아주 비슷합니다.

    제 아이들 어릴 적... 그 시절이 무럭무럭 생각나는 글입니다.

    아이들 더 커 보세요.

    품안에 자식이란 말이 실감이 되실 때가 곧 옵니다. ^^
    (악담은 절대 아닙니다.)

    그때는 아빠 쪽에서 악착같이 매달려야 합니다.

    늘 체념이 빠른 제 성품이.. 묘하게도 그 부분에서는 끈질겼습니다. ^^

    답글
  • 주방보조2004.07.09 18:08

    쌍끄이님 이사야님...^^
    제가 님들과 다른 것은...ㅋㅋ

    막내가 품을 떠날 때면
    손자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 기대가 있다는 점이죠.

    그때는 할아버지의 손자돌보기...이런 칼럼을 쓰죠...^^

    답글
  • 초록피아노2004.07.09 18:21 신고

    싸가지, 싸가지….
    내 싸가지는 그 어디메….
    원필님 글 읽고 또 가슴이 따끔따끔…
    싸가지 찾으러 휙….
    주섬주섬…


    답글
  • 평미레2004.07.09 20:00 신고

    오치는 제가 '야, 임마' 그러면 '싸가지'와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한번은 '임마'는 그렇게 나쁜 말이 아니라고 차분히 설명해 줬는데요
    소용없습니다. '오치라고 부르면 되지 왜 그래?' 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저는 '임마' 소리도 잘 못합니다.
    지금 오치는 방학을 맞아 서울에 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하고 지내지요. 전화비 엄청 올라가는 중.

    그나저나 애들은 '싸가지'나 '임마'를 포함해서
    그 말뜻을 어떻게 알게 되나 몰라요. 사전을 찾아 보는 것도 아니고....

    글고, 주인장 한마디 말씀은
    감사하면서도 좀 쑥스럽네요.
    금방 다른분으로 넘어가실거죠?

    답글
  • 주방보조2004.07.09 20:10

    싸가지가 없다를
    네가지가 없다로 패러디를 한다면

    무엇이 없는 사람일까요?

    ...

    믿음 소망 사랑 그리고 진실...이 네가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피아님은 이 네가지 가득 찬 삶을 사시길...^^

    답글
  • 주방보조2004.07.09 20:16

    오치가 지금 서울에 있군요^^
    왠지 그냥 반갑게 느껴지네요.

    음...
    아이들은 느낌으로 아는가 싶습니다. 순 눈치로 살아가는 시기잖아요...^^

    ...

    좀 더 멋진 소개를 해드릴 능력이 부족해서...요
    처음에 한번만으로 했다가 열번만으로 고쳤는데요 고친 이유는 ... 조정희님글을 많이 보시라고 좀 어려우니까 몇번 반복해서 보시라고 그랬습니다.

    보통 24시간 소개합니다. ^^

    답글
  • 소리샘2004.07.10 00:47 신고

    제 아이들은 2학년 3학년인데요, 15개월 터울이구요,
    누나나 동생이나 키가 고만 고만해서 오히려 덩치큰 동생이 오빠같아요.

    근데 요 동생녀석은 자꾸 힘으로 모든걸 해결하려고 하네요.

    그치만 막내는 막내인지라 툭~하면 일러바치기 일쑤죠.

    정말~싸가지 없는~~~ 녀석...이예요^-^

    이제, 원필님의 노하우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약발이 받는지는 담에 알려드릴께요...아주 맘에드는, 적절한 방법같아요^^

    *p.s : 조정희 님 칼럼방에 초대도없이 가보니...원필님이 열번 방문하시란
    소리가 이해가 갑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4.07.10 05:50

    저희집 둘째 나실이도 12.5개월 늦은데 언니 진실이보다 덩치가 훨씬 큽니다.
    그리고 성질도 좀 더 있고요.
    그러다보니 실질적 리더가 되어 있답니다.

    하극상 비슷한 것이 좀 있었는데
    완전히 폭력으로 ^^길들여놨지요.
    하극상은 절대 용납 못한다...뭐 그런..원칙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요.

    한 이년전인가...키가 역전되기 시작할 때쯤이었어요.
    언니가 뭔가 잘못을 했는데
    그냥 사과해가 아니라 ..무릎꿇고 빌어...그러더군요.
    그날 나실이 저한테 정말 완전히 작살이 났지요.

    하극상같은 일은 더 이상 없지마는...형제간의 주도권은 여전히 둘째에게 있어요.

    둘째가 쎄긴 쎈가봐요. 야곱같이..^^

    답글
  • 빈하늘2004.07.10 06:13 신고


    교신이..이름 너무 좋아요 ^^
    막내들이 보면 아무래도 티가 난다죠.
    저도 제 밑으로 남동생만 둘인데..막내동생 결혼해도 하는짓이
    역시 막내더라구요...
    교신이가 아직 어려 너무 귀엽고 이쁘짓 많이 하는거 같네요 ^^
    가족들의 한폭 그림이 그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자식사랑하시는 김원필님의 그 마음 정말 너무 아름답습니다.
    교신이가 멋진 사나이로 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좋은 시간 가져보고 갑니다 ^__^

    답글
  • 임영희2004.07.10 07:38 신고

    안녕하세요.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섯 아이를 키우시다니...놀랍습니다....그리고 존경합니다.
    세 아이 키우는 것도 버거운데
    다섯 아이를...

    전도는 저보다 둘씩이나 더 많이 한 셈이네요~~..^*^

    오늘로 칼럼 문을 닫습니다.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하구요
    한참 후에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주 안에서 평안하시기를...

    답글
  • 주방보조2004.07.10 07:58

    빈하늘님...
    교신이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김교신 선생의 이름을 따서 지었습니다.
    충신이외 믿을 신자로 통일시키느라 한자는 좀 다르지만요.

    막내를 버려놓는 것은
    엄마다^^...요즘 그런 생각을 합니다.
    편애가 심해요^^...저보다 더 좋아한다니까요^^

    답글
  • 주방보조2004.07.10 08:00

    임영희 사모님...
    아이 다섯데리고 주님앞에 면피를 하고 있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그리고
    편안하게 다시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주님일이 더욱 충실해 지시도록 기도합니다.

    답글
  • mizmor2004.07.10 21:16 신고

    무어라고 대답할까?
    예수쟁이 아닌 한부류... 에게
    "피임에 실패했을 뿐이야" 라고 답하시던 모습부터...
    싸가지 있는 분의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집도 못간 제가 애 키우는 재미 보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북마크한 님의 뜰 안에 복닥거리는 방 아끼게 되었더랍니다.
    로그인 없이 다니던 버릇...
    이젠 궂이 신경 안써도 뜨지 않기에 편히 들랑달락 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4.07.11 03:21

    아이들에게 사진을 전해주듯이
    생활의 기록을 전해줄 참 이기적인 목적으로 시작한 칼럼이 다섯아이키우기였습니다. 그때 닉네임도 다섯이넷보다좋다...였나 그랬지요^^

    님은 정말 글을 잘 쓰시던데
    왜 칼럼을 닫으셨는지 ... 많이들 궁금해 하시더군요.

    변변찮은 글 재미있어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구요
    님도 곧 우리에게 좋은 생각들을 나눠주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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