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2.자퇴를 할 뻔 한 아들...1

주방보조 2006. 9. 29. 07:22

맨처음
이 녀석이 문제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 것은
돐이 안되었을 때 기어다니면서 시도 때도 없이 머리를 방바닥에 쿵쿵 찧어 댈 때였습니다.
그리고는
벌거벗고 집밖으로 도망 나가서 돌아다니기 일쑤였던 4살...가장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유치원부터 초등6학년까지 왜 그렇게도 녀석을 괴롭히는 인간들이 연연히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왔었는지 ... 속도 참 많이 상하였고...

그러나
학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가르치는 피아노에 발군의(그래봐야 다섯아이중에서 두번째쯤)실력을 보였고, 구구단도 가장  빨리 외우는 기적을 보였으며, 기도할 때 누나들보다도 더 다양한 단어를 가지고 기도함으로 우리를 놀래켰더랬습니다.
컴퓨터에 대한 것은 저도 녀석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이구요.

그렇게...이 녀석에 대한 염려와 안심이 교차하는 가운데...작년부터 키가 부쩍 커지면서(현재 176)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

입학식에서
눈에 띄게 키 큰 녀석이 뒤를 돌아보며 어떤 아이와 이야기만 줄창하는 꼴에 놀랐고
교실에 들어 가서도 전혀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려 하지 않고 옆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꼴에 놀라서...집에 돌아온 후에 여러가지로 나무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공부 잘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이 저라고 다르겠습니까마는   녀석은 ... 그 바람과는 다르게 놀고 쉬고 뭉개는 데에만 전심전력을 다하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노트는 텅 비었고 책에는 낙서만 ...

그리고
유치원부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집에 돌아오면 학교에서 자기를 괴롭히는 인간들에 대한 성토가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상대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얼러주었습니다.

...

그런데...

지난 학기말쯤 되었을 때
녀석이 반성문 한장을 꺼내어서 ...댓글을 달아주고 싸인을 해달라 하였습니다.

녀석의 장황한 설명과 반성문의 내용을 살펴본 저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녀석이 머리가 부족하여 생각없이 행동하므로 주변 아이들에게 피해를 입히곤 하는 y라는 아이의 가방이나 실내화주머니를 빼앗아 다른 곳에 빼돌리고 욕을 포함하여 주먹으로 패주기도 하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것도 한번 있었던 일이 아니라 대여섯번이나 몇몇 아이들과 더불어 그런 짓을 하였고
이번에 들켰고 자백했으니...학생지도부에 끌려가 반성문을 쓰고 부모의 댓글과 싸인을 받아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왕따 당하던 녀석이 ... 왕따를 시킨다는 법칙이 이 녀석에게 맞아 떨어진 것이지요.

댓글을 달아주면서
녀석에게 분명히 말했습니다.
다음에 한번 더 이런 일이 있으면 자퇴하는거다. 학교 다닐 최소한의 자격도 없는 것이니... 

...

2학기 개학을 하고 나서도
거의 매일 별일 없었느냐 묻는 것이 저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방학중 녀석이 저와 함께 횡단보도에서 y라는 아이를 보았는데
감히 아버지 앞에서조차 이성을 잃고 그 아이에게 욕을 해대며 쫓아가려 하는 꼴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참을 수 없고, 반드시 복수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녀석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몇번을 더 꾸짖고 ...다짐을 받곤 하였습니다. 그 아이를 불쌍히 여기라고... 

...

지지난 주 수요일입니다.
녀석이 학교에서 좀 늦었길래....그리고 얼굴 색이 영 의심스러웠기 때문에 ..그리고 일단 한번 다 봤으니  보지말라한 만화 삼국지가 여러권 녀석의 책상위에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에...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녀석에게 물었습니다.
너 아버지에게 잘못한 것 숨기고 있지?

녀석은  겁먹은 표정으로 머뭇거리며...하나씩 잘못을 토해 놓았습니다.
예...아빠가 절대 금하신 새집 노트북을 가지고 좀 놀았어요
그리고 ... 선생님에게 전화 왔었나요? y를 오늘 좀 패 주었거든요. 걔때문에 남자들은 모두 운동장에 누워있었어야 했어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제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토록 경계하고 꾸짖고  확인했는데 ...
또?
알았다.
내일 아버지와 함께 아침 일찍 학교에 가자.
지난 번에 약속했던 것같이...자퇴하는 수 밖에 없겠다. 그 불상한 아이를 또 패주다니...아무리 그 아이가 잘못을 해도 너는 가장 강하고 그 아이보다는 머리도 좋으니...참았어야지.

...

깡패가 될 뻔한 아버지의 아들...그 이름도 훌륭한 충신이는...쓰러지듯 주저 앉으면서 통곡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깡패같은 아버지는 한번 한다고 하면 하고야 마는 것을 잘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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