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야(간) 자(율학습)...

주방보조 2006. 3. 14. 18:53

작년에 진실이가 처음 야자에 대하여 이야기 했을 때...
사교육 전혀 없이 학교교육만 의지하기로 집안의 뜻을 굳건히 정한 이래
첫 고등학생이 되어서
사교육을 받는 많은 무리들 앞에 뭔가 이 아비의 결정이 옳았음을 보여주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대환영을 하였었습니다.
아무래도 집안에는 철없는 동생들이 여럿 있고, 티비니 컴퓨터니 하는 것들이 즐비하고...

그러나
야자가 진실에게는 "야~자유다~"의 줄임말일줄이야 ...
열심히 공부하는대신 만화캐릭터를 그리는데 열중하며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었습니다.
우연히...녀석의 실수(물론 꼬리가 길어서 잡힌 측면도 있지만)를 틈타 그것을 알게 되었고, 저는 펄펄 뛰었으며...결국 진실이는 야자를 6월에 접어들어 그만두었습니다.

도무지 공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 지지 않는다고 하며...겨우 여섯명밖에 남지 않았고 그 아이들이 산만하다면서...
그리고는 2학기때는 아예 다른짓(도서부 서클활동)하느라 처음부터 참여를 하지 않고요.

별로 좋지않던 성적은 더 떨어져...갔었지요.

...

어제는
언니에 이어 고등학생이 된 나실이가 처음으로 야자에 참여하는 날이었습니다.
전화를 했더군요.
아빠 오늘부터 야자가 시작되니까 늦더라도 걱정하지 마시라고...

진실이네는 9시까지 그리고 저녁도 각자 해결해야 했었는데
나실이네는 10시까지 그리고 저녁도 급식이 가능하였습니다.

그리고 야자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꽤 많아서 백여명을 헤아린다 하니...같은 공립학교인데도 교장이나 교사들의 의지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들었습니다.

...

날씨가 엄청나게 추웠고
20분 정도 걸리는 길을 무거운 가방을 들고 어두운 길을 지나올 딸내미 생각에
9시30분이 조금 넘어서
옷을 두툼히게 입고 시장볼 때 가져가는 케리어카를 털털 끌고
광양고까지 가서 어두운 운동장 끄트머리에서 아이들이 나오는 것을 기다렸습니다.
아침에 교복만 입고 간 것을 그제서야 생각하고...외투 하나 더 가져올 것을 후회하며...

저 말고도 두어명의 어른들이 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지요^^

...

10시정각이 되자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남학생들이 대부분이고 틈새틈새 코트를 둘러 입은 여학생들이 보이곤 하였습니다.

마침내 나실이가 혜진이와 나란히 내려오고
저는 나실이와 혜진이의 가방을 캐리어카에 싣고...함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쉬지않고 떠들어 대는 뚱보 나실이와 말없는 날씬 혜진이의  조화^^

외투 하나 준비 해 가지 못한 것도 미안했고
꽃샘추위의 맹렬한 공격에 ... 어디 들러 따뜻한 오뎅이라도 한그릇 사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돈을 한푼도 가지고 가지 않았거든요.

...

공부 잘하는 비결은 말야...끈기야 ...
진실이는 그 끈기에서 실패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낼모래부터 진실이도 다시 야자를 시작한다는데 걱정이다...

저의 이 말에 우리 둘째딸 큰소리를 쳐 대었습니다.

아빠~~~ 나는 언니와는 다르잖아요~~~

크흐흐...다르긴 뭐가 다르겠습니까? 진실이 동생이 나실인데 말입니다.^^

그래도 잘하겠다는 녀석의 각오가 남다른 것같아...즐거웠습니다.

우리 나실이와 혜진이...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진실이같이 사교육 없이 공부하는 아이들이...좀 장외 홈런 한방 터뜨려 주는 ... 그런 2006년의 야간자율학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봄빛2006.03.14 19:05 신고

    우아~!
    일등이다!!
    누가 먼저 올리기전 일단 확인 눌러 놓고이~

    답글
  • 봄빛2006.03.14 21:43 신고

    그 야자..
    에~~ 저도 지독한 경험자입지요.
    여긴 고등학교 가는 것도 연합고사를 치러서
    전주시내 인문계 고등학교 정원수내에 들어야 전주시내 인계 고교를 갈 수가 있는지라
    아들녀석들 중 3시절부터 야자를 하였습니다.

    고교 2년때는 밤 열시, 3년때는 열한시.
    재학생 시절에는 기숙사에 있으니 차라리 안 보고, 모르고..
    그저 잘 하고 있겠지이~

    그런데 그 믿음에 찬물을 끼얹고 믿었던 작은 넘이 재수라는 과정을 밟으며
    그때사 알아갔지요.
    무조건 시간만 때우고 오는게 야자는 아니었음을....

    엊그제 외박 나왔다 들어간 작은 아들의 고백..
    사실 그 시간 공부 않했다데요.
    속 차리고 열심히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거라며.

    어차피 하기로 마음 먹은 야간자율학습이라면
    진실아! 나실아! 오빠처럼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해서
    아빠가 원하는 장외홈런 한방 터트려 드리렴.

    답글
    • 주방보조2006.03.15 01:01

      공부는 의지다...생각합니다. 옛말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교훈과 다름없지요.
      과외든 학원이든 학생의 의지보다 당장의 효과를 중시한다는 점에 있어서 야자에 미치지 못한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의지를 불러 일으키는 일이 얼마나 힘이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때는 가난이 어느정도 공부에 대한 의지의 원동력이었던 것같은데...요즘과는 다르니까요.

      어떤 선생ㄴ밈은 그러시더군요. 아이들 중에 어려서부터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려는 아읻르이 있고....그런 아이들이 공부를 잘한다구요.

    • 쌍그아부이2006.03.15 02:31 신고

      공부는 의지다에 반대. 은사 라고 이 연사 강력하게 주장 합니다요.^^

    • 주방보조2006.03.15 13:42

      보는 각도에 따라서 그렇게도 볼 수 있겠지만
      시간의 절대량에 비례하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하고요...머리좋은 것은 은사이지만 아주 뛰어난 몇몇을 빼면...다 대동소이하지 않습니까?

  • katarine2006.03.14 23:23 신고

    네에.저도 사교육 없이 성공하고 싶은 사람중의 하나입니다. 이제 야자 열심히 해야 될텐데 말이에요.끝날때가 다 되어가면 사람들이 어수선해져서 그게 문제이긴 하지만 감독관 선생님도 있고 해서 분위기는 꽤 괜찮은 듯 싶어요.야자시간에 정말 그림같은 거 안그리고 안 떠들고 열심히 공부해서 다음 중간고사랑 모의고사 점수를 몇 십점 정도 올려서 상위권의 점수를 받고 싶네요..
    수학이나 영어 과학이 어려우니까요..거기다 국어도 그렇고...남들보다 피터지게 공부해서 절대 90점을 ..1등급을 받고 싶어요..

    답글
    • 주방보조2006.03.15 01:13

      카타리네님...
      열심히..그리고 지혜롭게...하시면 반드시 꿈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

      공부 잘하는 것 사실 알고 보면 별 것 아닙니다. 님과 같이 뜻을 세우고 "꾸준히"노력하다보면 어느새 이루어져 있는 것입니다.

      공부 잘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올바른 인간이 된다는 것입니다만...^^

  • 하얀파도2006.03.15 00:34 신고

    9회 말에 3점 뒤지고 있을때 짜릿한 만루홈런
    야구의 맛을 좀 보여 주세요..
    아들은 사교육비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딸래미는
    사교육 안시키고 하는 방법을 연구중에 있거든요..
    만루 홈런 날리시면 파도 만나주세요..
    만난것 사주시면서 왕도를 가르쳐 주세요..

    답글
    • 주방보조2006.03.15 01:17

      무슨 왕도가 있겠습니까?

      본인들이 정신차려 잘하면...폼을 재보는 것이고
      녀석들이 잘못하면...폼을 구기는 것이지요.

      스포츠에서도 그렇잖습니까? 95%이상은 선수들의 기량이고, 나머지 5%정도가 감독의 공로 아닌가요?

      ...

      맛난 것 사줄테니...왕도를 가르쳐 달라는 것이 아니라
      맛난 것 사드리면서...왕도를 가르쳐 드려야 하는 겁니까? 하하
      왕도가 없어야겠습니다^^

    • malmiama2006.03.15 07:16 신고

      만난 것 원필님이 사주고 계산은 말미암아가 하고
      돈은 하파님이 내고...그럼 되겠네요.^^

    • 하얀파도2006.03.15 07:30 신고

      당연하죠....만난것 사주면서라도 자랑 할 일이 있다면 너무 좋잖아요..
      파도는 그렇게 하고 싶거든요...ㅎㅎㅎ
      요즘은 마음이 바빠진 고3 엄마하고 아직은 하고 늦장부리는 고3 아들녀석하고
      시간을 보내느라 좀 예민해져서...
      다른 고3엄마들도 파도같은 심정일것 같아..
      힘내라고 커피도 맛나게 타주고...
      언니가 담가주고 간 열무김치로 인심을 좀 쓰고 있거든요..
      왕도가 생기시면
      왕도는 요리왕님께서 가르쳐주시고...
      계산은 말집사님께서 하시고..
      돈은 파도가 낼께요...
      그시기가 파도 아들 원하는 대학 합격 통지서 받고 난후였으면 좋겠구요.....ㅋㅋ

    • 주방보조2006.03.15 13:38

      ^^...

  • 청랑2006.03.15 01:52 신고

    온가족이 한 방에 모여서, 공부방을 차리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아빠와 진실이가 대장이 되어 가지고설라므네, 공부를 꼬박꼬박 챙기는 것이지요. 공부는 의지라는 말씀에도 동의하지만, 그 의지라는 것이 작심삼일, 의지박약이 대부분인지라, 누군가가 눈 앞에서 챙겨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듯합니다. 그리고 가르치는 것만큼 잘 배우는 길은 없습니다. 아빠는 눈을 부릅뜨고 있고, 진실이와 나실이가 동생들을 가르쳐나가면, 아주 좋을 듯합니다만, ㅎㅎㅎ 뭘 모르는 얘기인가요? ^^

    답글
    • 주방보조2006.03.15 13:45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진실이에게 기초영문법을 공부하고 동생들 가르치라고...그런데 실패했습니다. 일단 진실이가 공부를 안했고...당근 엉터리로 가르쳤으니까^^ 대신 모두 모여 만화그리는 것은 잘 가르쳐 놓았죠. 우리 진실이가^^

  • 김순옥2006.03.15 08:38 신고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큰형부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편이랍니다.
    예전에 구의동에 살때 큰조카가 정신여고를 다녔었는데 야간자율 학습이 끝나는
    10시에 하루도 빠짐없이 교문앞에 대기하셨다가 데리고 오셨드랬습니다.
    최근까지도 아무리 늦은 밤이라도 밖에서 아이들이 호출을 하면 기꺼이 기사노릇을
    해주는 좋은 아빠이기도 하지요.
    네 아이들을 모두 그런 정성과 애정으로 키우고 그 아이들과 스키장이든 영화든...
    공유하면서 지내신답니다.
    아이들에게 100점도 부족한 아빠이고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보고싶은 아빠랍니다.
    미국으로 시집간 조카의 말에 의하면...
    독수리5형제 아버님도 그런 아빠가 되시리라 믿습니다.
    단지 하나 다른 건 저희 형부는 아이들에게 심한 말 한번 하지도 않고
    항상 아이들 편이었다는 것?
    방법은 달라도 사랑과 정성은 언젠가 좋을 결과와 아름다운 결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나실이가 유난히 씩씩하고 자기 몫을 잘하기에 상대적으로 진실이의 진가가
    보이지 않는 건 아닐까 싶구요.
    가끔한 후한 서비스를 아끼지 않는 아빠가 되신다면 효과는 기대를 초월?하겠지요?

    답글
    • 주방보조2006.03.15 13:50

      큰형부 대신...언니가 아이들 싫어하는 역할을 감당하셨을 것같습니다^^ 아닌가요?
      어제는 원경이를 데리고 마중을 나갔습니다.
      저녁 운동삼아 매일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진실이도 내일부터 야자에 들어가는데...매일 "이번엔 제발!~~~"을 거듭 말하고 있습니다.

  • 마코토2006.03.15 22:31 신고

    이제는 열심히 할 거에요..^^ 야자 하는것이 야 자유다가 아니라... 야간자율학습이 되도록 할게요^^ 그나저나 수학 특기적성이 잘 됬을랑가 걱정되네요...ㅜㅅㅜ;; 솔직히 저 4개밖에 못맞았어요...ㅠ_ㅠ 10문제 중에서...흑흑흑 선생님이 뻥쳤어요.. 1학년 때꺼라면서 로그가 나오고...;;;
    로그 때문에 뭐가 뭔지 몰라서 못 풀었어요...공통수학 제대로 안한거 너무 후회됩니다..ㅜㅅㅜ

    답글
    • 주방보조2006.03.15 22:54

      4개를 풀었다는 것이겠지? 그럼 두개쯤 맞았겠구나...

      남 탓하지말고...후회를 거름삼거라.

      오늘부터 잘하면 되지...근데 충신이 말로는 아래아한글 하기전에 숨겨놓고 하던 화면이 있었다니...쩝 걱정이다.

      뭔가 보여주고...그담에 이야기하자.

  • 생각이...2006.03.17 09:17 신고

    사교육이든 공교육이든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걸 저도 둘째 덕에 깨달았습니다.
    올해는 저도 공부를 할 생각인지 순순이 야자를 하겠다고는 하는데
    한번 속고나니 영 미덥지가 않습니다.ㅎㅎ

    답글
    • 주방보조2006.03.17 13:53

      아마 저는 또 속을 것입니다. 자식이란 속고 또 속아도 포기할 수 없는 놈들이니까요...

      다만 하나님께서 녀석들의 마음을 하루라도 빨리 잡도록 도와주시기만을 기도할 뿐입니다.

  • 아침이슬2006.03.17 17:28 신고

    울 한나도 나실이와 같은 학년....
    야자마치고 단과학원 다녀오면 11시 45분^^

    가끔 한나아빠가 술 한잔 마시면 한나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
    "피곤해서 아침에 못 일어날꺼면 학교 가지마!!!"

    학원을 못가라는게 아니라 학교를 못가라고 하니 술이 취한건 사실인듯...
    ㅋㅋㅋ

    근데 한나는 아직까진 아주 열심히 잘 하고 있습니다.
    학교생활도 조금은 신난듯 하고...

    앞으로도 잘 견디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6.03.17 19:49

      야자를 하고..또 학원까지? 화~ 그리고 활기차자면...대단히 건강하군요^^따님이...

      나실이는 야자 다녀오고나서 씻고나면 그냥 떨어지던데...덩치도 큰 녀석인데...

      ...

      열심히 잘 먹이세요. ^^

  • 왕언니2006.03.20 18:48 신고

    우리 아이들은 과외니 심지어 재학중 학원에 다니는것도 걸리던 시절이라 교육비는 많이 굳었습니다. 대신 등교와 하교를 제가 꼭챙겼지요.
    아들은 강남에서 다시 강북으로 이사를 한 죄로....
    딸은 밤에 입시미술학원을 다녔기에 ....
    딸은 아빠몰래 다니던 미술학원이라 열심히했던것 같아요. 못하게하니까 더 극성스럽게 해서
    아빠 보란듯이 이대에 붙어줘서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1990년에 돈 안들이고 대학에 합격시킬수있었던것
    1993년에 과외비 한푼 안들이고 홍대에라도 갈수있었던 행운을 늘 감사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6.03.20 22:41

      저는 전통땜애 갑자기 밥줄이 끊어져서 말년에 좀 힘들었었죠^^ 누님가게 점원노릇에 카드팔고...하면서 공부를 해야했으니까요...
      그러니 차라리 그때가 공평햇던 거이 아닌가 생각한답니다. 자유를 빼앗긴 상태의 공평이란 것이 우리에겐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서 그렇지...

      가끔 정부여단쪽에서...못사는 아이들 과외시켜서 장사는 아이들과 같게 해 주어야한다고 주장할 때마다 뭔가 잘못된 사고방식인 것같아 씁쓸합니다. 공교육으로 충분하게 해야지... 말입니다.

      ...

      따님이 이대미대를 나오셨군요...ㅎㅎ 대학신입생 첫 미팅 상대가 이대미대생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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