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세 개의 입학식과...

주방보조 2006. 3. 4. 09:16

 

다시 겨울로 돌아가려는 듯한 쌀쌀하고 음울한 날씨로 시작한
2006년 3월 2일은
우리 집에 세번의 입학식이 있는 날입니다.
막내 교신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세째 충신이가 중학교에
그리고 둘째 나실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

첫번째는
광양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실이의 입학식이었는데
9시 반에 시작하였습니다.
아무리 힘센 나실이지만...^^하루전 미리 양보와 이해를 구하였습니다.
그냥 사진 한장 달랑 찍고 곧 떠나야 한다고 왜냐하면 10시 반에 교신이의 입학식이 시작되고
초등학교 입학식에는 늦을 수는 없으므로...
입학식 당일 자기소개서를 잊은 녀석이 전화를 하는 바람에 급하게 가느라 카메라 하나 달랑 가지고
자전거로 씽하니 혼자 달려가...두장의 사진을 찍어 주는 것으로 그 의무를 다했지요.

 

.
고등학생이니 혼자 알아서 잘 하라고...손 흔들어 주고..

...

두번째는
동자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교신이의 입학식이었습니다.
충신이의 입학식이 오후에 있었으므로
디카를 가지고 아내가 교신이를 데리고 먼저 학교로 가고 30분쯤 뒤에 저와 충신이가 켐코더를 준비하여 뒤를 이었습니다.
아내는 장미꽃 다발과 '과학자'라는 교신이의 소망이 꼬리표로 달린 풍선을 들고 동시에 교신이의 한쪽 팔을 붙잡고 헤메고 있더군요^^
1-2 김교신이란 이름표를 목에 걸고...게다가 2학년들이 만들어 걸어 준 사탕목걸이도 두개나 목에 걸고 입학식은 시작되었고  사진 찍고 켐코더 찍고...즐거운 입학식이었지요^^

그 사이에 친구도 생기고...

...

피곤하여 집에 돌아와서는
아내와 서로 이야기하기를...충신이 입학식에는 중학생이나 되었으니 다 끝날 때쯤 가서 사진이나 찍어주고 맙시다 합의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오후 2시 충신이의 입학식 시간이 다 되어 가자 
마음이 영 그렇지 않아
제가 먼저 피곤한 몸을 떨쳐 세우고 학교에서 막 돌아온 원경이를 대동하여 자양중학교로 향하였습니다.

우리가 도착하자 곧 나실이와 진실이도 함께 몰려와서 예행연습?을 하던 중학교 신입생들 가운데서 충신이를 찾아내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교신이만 집에 놔두고 마눌도 달려오고...

...

세번째 입학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충신이의 행동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모두 다 긴장하고 교가도 배우고 애국가도 부르고 교장선생님 말씀을 듣는데

충신이는 그 큰 키를 구부정하게 구부려 작은 아이와 연신 대담을 나누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교실로 들어 갈 때...혼자 밖으로 뛰쳐나왔길래 왜? 물었더니 신발주머니를 잃어버렸다고...허걱!

그 때문에 교실에 혼자 늦게 들어가서 자기 번호에 이미 누가 앉아 자리가 없자...
선생님이 가서 앉으라고 한 맨 구석 자리가 여자들 사이라고  거부하고(선생님이 '너 초등학교때 남녀 합반 아니었니? 새삼스럽게 왜 그래?'하시더군요) ...
그 자리의 의자만 번쩍들어 그 작은 아이 옆에 놓고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선생님의 꼼꼼하고 자세한 학교 생활에 대한 가르침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그 작은 아이와 대담을 나누기를 계속하였습니다.
연신 다리를 떨어가며, 하품을 입도 가리지 않고 해가며...

...

교실을 계속 들여다 보는 제 마음 속에는 분노가 걱정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중학교 입학 '첫날부터 저래서는 안된다'는 소리가 머리를 쟁쟁하게 울려대었죠.

그리고 이 세번째 입학식에 그냥 사진이나 몇장 찍어주고 집으로 돌아갔더라면...
참으로 아들을 도울 수 없을 뻔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

집에 돌아와서...다시 한번 입학을 축하한다는 말을 던지고

'좀 보자' 하고...방문을 닫고 단 둘이서 마주 앉아...
저는 몽둥이를 든 심문관이 되고 충신이는 자기 죄를 자백해야만 했습니다.

...
...
...


"5학년부터 딴짓을 하며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

새로운 출발...

나실이는 힘차게^^ 출발했고 
교신이는 우아하게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충신이는 진짜 새로운 출발을 하겠노라고...엉덩이를 두둘겨 맞은 아픔을 참아가며 ... 각오를 새롭게 하였습니다.

...

시작이 반이니...모두에게 복된 시작이기를...!!!!!

 

 

 

 

 

  • 청랑2006.03.04 10:04 신고

    ^^

    답글
  • shlee2006.03.04 11:43 신고

    초중고 3개의 학교에 다니시느라 힘드셨겠네요.
    그날 날이 추워서 우리 아들 학교는 실내(교실)에서 입학식을 했습니다.
    1-1 반 아이들만 다목적실(일종의 강당)에 들어가 대표로 앉아 있고
    다른반 아이들은 티 브이 화면을 통해 입학식을 보는 거죠.
    아들반은 티 브이가 고장이 닜는지 화면조차 나오지 않더군요.
    반면 민석이가 가고 싶어 했던 학교는1.2,3학년 모두 운동장에 나와서
    입학식 치르느라 얼어 죽는 줄(민하의 표현) 알았다고~~
    ^^
    입학식 풍경도 학교 마다 다르네요.
    그래도 초등학교 입학식이 제일 좋네여.
    풍선도 있고
    사탕도 있고
    나실이, 충신이, 교신이
    입학 축하해~

    답글
    • 주방보조2006.03.05 21:57

      민하학교가 제일 교육적인 듯합니다.
      입학식에 전교생이 모두 참석하는 것...당연한 일 아닌가요?

      저...무지 힘들었습니다.^^ 아직도 뻑적지근...합니다.

  • 봄빛2006.03.04 12:56 신고

    초, 중,고의 입학식 3개 과정을 다 섭렵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중에 졸업식이 같은 날 겹쳐질까 미리부터 걱정, 걱정....

    그나 충신이는 어쩌자고 입학식을 몽둥이와 함께 했을까이?

    모든 아이들 입학을 축하고 힘찬 새 출발에 격려를 올립니다.
    가는 길이 강건과 형통과 평강의 길이 기를.....

    답글
    • 주방보조2006.03.05 22:08

      충신이는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을 잘 지냈습니다^^
      매가 효력이 있는 경우라 하겠지요.
      옆의 친구와 말하지도 않고, 준비물도 다 잘 챙기고...
      다리도 떨지 않고 하품도 입가리고 조금 하고...자리도 제대로 잡아 앉고...

      그리고 선생님이 자기를 문제아에서 제외시켰다고...좋아하고 있지요^^

  • katarine2006.03.04 16:32 신고

    무서우신 아버지 인 것 같아요..정말 이제 새학년 되서 열심히 해야 되는데 너무 걱정되네요.충신이가 남자아이라서 장난치고 그런 것 같은데요..역시 어릴때부터 좋은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해요.제 동생만 봐도..그런데 세명씩이나 입학이라니 정말 힘드셨겠네요..정말 신학기 잘 보내기를..

    답글
    • 주방보조2006.03.05 22:16

      카타리네님...저...무서운 아버지 아녜요^6^ 따뜻한 아부지죠...ㅎㅎ

      시작이 반이잖아요?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시작이 되세요^^

  • 이요조2006.03.04 18:15 신고



    아! 정말 놓칠뻔한..귀한 순간을 사랑의 눈으로 잘 포착하신...아버지...
    먼저 가정의 좋은 일에 축하드립니다.

    우리 아버지도 매 순간 순간 그런 눈으로 바라보시며 우리에게 그러시겟지요?
    눈멀고 귀멀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으니....

    답글
    • 주방보조2006.03.05 22:26

      바쁘신 중에...오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피곤하다고 가지 않았더라면 큰 일날뻔한 충신이의 입학식이었습니다.^^

      믿고 속고 믿고 속고...^^ 우리 아버지는 이러시지는 않으시죠^^

  • 생각이...2006.03.04 18:54 신고

    저희 아이 입학식에는 안갔는데
    안가길 잘했나요? 보나마나 저희 막내도 산만하기가 말할 수 없었을텐데
    그걸 보는 제 마음이 울끈불끈했겠죠? ㅎㅎ
    아이들은 어려워...
    입학식을 골고루 다가셨으니 대단하시단 생각이 듭니다.
    전 하나밖에 없는 입학식도 안갔는데..

    답글
    • 주방보조2006.03.05 22:38

      사실 다른 녀석들 진실이나 나실이 입학식은 가지 않았습니다.
      그냥 끝날 때쯤 가서 사진이나 한두장 찍어주고 말았지요.

      이번엔 이상하게 안가려다가...갔는데..너무 기대밖이라서요.
      충신이는 정신연령이 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어려서부터 걱정해 온 녀석이거든요.

  • 김순옥2006.03.04 20:14 신고

    두 번의 졸업식 뒤에 다시 세 번의 입학식이 있으셨군요.
    아이들의 성격이 다른만큼 각자 다른 모습으로 입학식도 진행되었구요.
    마음이 들떴을 충신이가 사회성을 확실하게 발휘하는 순간에
    아버지의 천리안?을 피해가지 못해서 그만...
    아마 중학생이 되어 방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새삼 각인했을 것 같습니다.
    나실이는 여전히 힘차게 그리고 교신이는 딱 초등학교1학년만큼 우아하게,
    충신이는 활기찬 중학생이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6.03.05 22:47

      한꺼풀 표정 속도 들여다 보지 못하는걸요... 천리안이라니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제가 충신이를 의미있게 관찰할 수 있는...
      오랜만애 살살 때려 주었는데...나름 중학생인 것을 새삼 각인함에 부족함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원해 주심!

  • coolwise2006.03.04 22:19 신고

    푸하하하...
    시트콤 같아요..
    다섯아이가 있는 집 이야기라는게..
    역시 식구가 많아야.. 즐거움도 많을 텐데.. 싶은..
    축복입니다. ㅎㅎㅎ

    답글
    • 주방보조2006.03.05 23:00

      즐거움이 클수록...고통도 같이 동반되지요^^
      다만 아이들이 다 순동이들이라서...운 좋게 고통은 적고 좀 편안할 뿐이인 것같아요^^

      ...

      ^^

  • 들풀2006.03.05 21:14 신고

    축하드려요..원필님.
    다정한 아빠. 무서운 아빠. 화이팅

    답글
    • 주방보조2006.03.05 23:02

      아이 참...무섭지는 않아요.
      아이들과 얼마나 친하다구요.
      좀 고지식하긴 하죠만...

    • malmiama2006.03.06 15:13 신고

      무서운 아빠일리가 없지요.
      그럼..충신이가 주기적으로 저러겠어요?ㅋㅋ

  • malmiama2006.03.06 15:11 신고

    교신이..충신이..나실이.. 초,중,고 입학!
    정말 보기드문 기록일 겁니다. 암튼..이 역시 축하 합니다아~~

    답글
    • 주방보조2006.03.06 21:50

      2월엔 생일세번과 졸업식 두번
      그리고 곧이어 세 개의 졸업식...앞으론 이런 기록은 없을 것같습니다. ^^
      3년후에
      세개의 졸업식과 세개의 입학식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그때까지만^^

  • 원이2006.03.06 15:47 신고

    하이고~
    쪼무래기들 속에 우뚝 선 충신이가 아주 인물이 훤~합니다.
    충신이도 아마 자기 깐에 중학생이 된다는 사실에
    나름대로 좀 긴장해서 그런 행동이 나왔을 것 같네요.ㅎㅎㅎ

    답글
    • 주방보조2006.03.06 21:53

      아닙니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예요...
      휴...
      원님네는 우등생가족집단이라서...잘 모르시는 것같아요^^

      키만 크고...의지가 자라지 않았다는 것이 눈에 너무 훤히 보이는걸요.
      덩치가 저보다 크니...조만간 매를 대는 것도 별 효력이 없어질텐데...
      그전에...빨리 철이 들기를...바랄 뿐이죠.--;;

  • 왕언니2006.03.08 02:13 신고

    저는 둘밖에 낳지 않았는데도 세살 터울이라 중고 입학졸업이 같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둘 좇아다니기도 힘들었는데 ...원필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역시 하나님은 능력있는자에게 농사?를 많이 맡기시는군요.^^

    답글
    • 주방보조2006.03.08 13:40

      그래서 사실상 나실이의 입학식은 참석하지 못한 것이 되었습니다.
      예전에 고백했지만...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피임에 실패해서 낳은 아이들이라는^^
      그러니까
      좀 덜되어서...하나님이 주시는대로 받는 꼴이 되었다는거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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