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4년만에
아내와 함께 영화관에 가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보았습니다.
우리 옆에는 평생 처음 함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는 남녀가 계셨지만^^
어쩌다 고른 영화치고는 너무 주제가 무거워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영화본다는 사실이 가져다주는 달콤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몇번 갑작스런 음향효과에 놀란 아내가 제 손을 꽉 잡았고
그 때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놓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있었지요.
...
영화가 시작하고
맨 처음 이사야서 말씀이 기원전700년이란 자막과 함께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숲 속에 한 사나이가 서서 온 힘을 다해 절제하며 떨며 기도하고 있었구요.
저는 잠시 이사야가 저렇게 기도했단 말인가 착각을 했습니다.
그는 예수였습니다.
기도하시는 겟세마네 동산의 예수...너무도 당연하게...
...
가룟유다의 입맞춤부터 시작된 예수에 대한 폭력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에스컬레이트되어
빌라도의 수하들에게 매질과 채찍질 당하는 데에서 극에 달합니다.
그리고 그 고난의 절정은 수그러 들지 않고
십자가를 지고 가는 동안 극한의 긴장을 그대로 이어갑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너무나 그 긴장이 극에 달하여
오히려 고통에 대하여 무뎌질 정도로 말입니다.
너무 아프고 너무 힘들어서 그 감각을 외면해 버리고 싶은 한계 상황...
...
많이 울었습니다.
한 손은 아내에게 잡혀 있어서, 다른 한 손으로 입을 눌러 가리고(끅끅 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눈물을 한참 흘렸습니다.
고통당하는 예수의 모습이 너무 처절하기도 하였지만
저 자신이
배반하는 가룟유다며, 도망치는 제자들이며,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여인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예수를 주먹으로 치고 몽둥이로 패고 채찍으로 갈기갈기 찢고 비웃고 침뱉고 정죄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
십자가에 못박히는 장면의 사실적 묘사는
끔찍하여 호흡이 다 멎게 하였습니다.
작은 처남의 앞자리에 앉은 처녀가 손에 들고 있던 팝콘을 십자가 위에 앉은 까마귀와 함께 위로
날려
순간적으로 그 주변 사람들에게 예수의 피가 떨어지는가 착각하게 할 정도로...
...
예수...
그의 말 한마디조차도, 눈빛 한올까지도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오직 고통에 이지러진 채
아버지를 향하여 부르짖고, 이 땅의 어리석은 무리들을 향하여 한없이 자비로울 뿐이었습니다.
예...
성경에 기록되어 우리에게 전해진 우리 주 예수의 참 모습이 그랬습니다.
그의 가르침이 그의 삶과 죽음에 조금도 다르지 않게 '내가 아닌 이웃'을 향해 있는데
우리는 얼마나 '이웃이 아닌 나'에게만 전심전력하고 사는지...
우리로 하여금 몸둘바를 알지 못하게 하는...
...
약 12시간의 사건을 2시간의 화면으로 옮겨 놓은 것이어선지
아니면 긴장된 화면 속으로 흡입하는 힘이 강해서인지
두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믿어지지 않을만큼 빨리 지나갔습니다.
예수를 구세주로 믿는 사람들은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영화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예수를 전혀 믿지 않는 사람도
누구든지
적어도 빌라도처럼, 예수의 그 모습을 보면서 '진리'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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