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호> [개념] "깨닫다"에 대하여 (7) | 2002년 03월 25일 |
한문에는 "깨닫다"를 가리키는 글자가 두 개 있습니다. 오(悟)자와 각(覺)자가 그것입니다. 오(悟)는 마음(心)과 오(五)와 입(口)의 합자입니다. 오(五)는 하늘과 땅을 나타내는 두 선으로서의 이(二)자 사이에 사방과 가운데를 나타내는 상형(象形)의 변형자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유교에서 만물의 근본 요소라고 하는 오행(五行)과, 사방(東西南北)과 중심(中心)을 표시하는 오방(五方)의 뜻이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즉, 세상의 전 범위와 그 속의 만물의 근본적 요소들을 모두 포괄했다는 말입니다. 그것을 마음(心)으로 알아 입(口)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깨달음"이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오(悟)의 결과로 사람은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앎"을 갖게 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깨달음"입니다. 깨달음의 결과를 강조한 글자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각(覺)의 파자해(破字解)를 보면 "보아서(見) 배운다(學)"는 뜻입니다. 볼 견(見)자로 대표되는 감각 작용과 배울 학(學)자로 대표되는 인식 작용이 한데 합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각(覺)자는 "느끼다"로도 쓰이고 "깨닫다"로도 쓰이는 특이한 글자입니다. 어원적 의미뿐 아니라 어법적 의미에서도 각(覺)은 다소 상반된 두 가지 뜻을 갖고 있습니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었을 초기에는 부처님의 깨달음을 가리키는 산스크리트어 (혹은 발리어) "보디"(bodhi, 한자로는 '푸디'(菩提)로 음역되기도 했습니다)를 의역한 말이 바로 각(覺)이었습니다. 가장 완벽한 최상의 깨달음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구경각(究竟覺), 무상각(無上覺), 정각(正覺), 혹은 대각(大覺)이라고 수식어와 함께 쓰이기도 했지요. 그래서 중국에서는 부처(佛陀)를 각자(覺者: 깨달은 이)라고 부릅니다. 불교에 귀의하기는 했지만 깨달음이 원만하지 못한 사람들의 깨달음을 수분각(隨分覺)이라고 하며, 불교에 귀의하지 않아 깨달음이 전혀 없는 범인(凡人)들을 불각(不覺)이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여기서의 각(覺)자는 모두 "심오한 깨달음"을 가리킵니다. 그러나 각관(覺觀)이라는 말의 각(覺)은 부정적인 뜻입니다. 각관(覺觀)은 원래 "선정(禪定)의 마음, 곧 정심(定心)을 방해하는 마음의 거친 작용" 즉 "저급한 차원의 지각 능력"을 가리키는 산스크리트어 "비타르카"(vitarka)의 번역어입니다. 각관(覺觀)의 각(覺)은 흔히 "추사"(推思)라고 해서 "전체적으로 대략 추측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고, 관(觀)은 "세사"(細思)라고 하여 "지엽적인 것을 지나치게 자세히 살피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당나라의 명승 현장(玄萬)은 각(覺)의 두 가지 상반된 뜻이 사람들에게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해서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각관(覺觀)이라는 말을 심사(尋伺)로 바꾼 바 있습니다. 그 뒤로는 각(覺)자가 주로 긍정적인 의미, 즉 "완전한 깨달음"을 가리키는 말로만 사용되었지요. 어찌됐던 오(悟)와 각(覺)은 "깨달음"에 대한 대상과 방법을 말해 줍니다. 오(悟)와 각(覺)의 대상 혹은 결과는 예사의 지식의 축적이나 확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차원이 다른 초월적인 진리를 얻는 것입니다. 또 거기에 도달하는 방법은 오(悟)자가 암시하듯이 "생각"일수도 있고, 각(覺)자가 암시하듯이 "느낌"과 "생각"의 협력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悟)와 각(覺)을 통해서 우리는 "생각과 느낌을 사용해서 무척 중요한 이치를 알게 되는 것"이 바로 깨달음임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적어도 오(悟)와 각(覺)의 풀이를 통해서도 "깨달음"이 감(感), 지(知), 식(識), 인(認) 등과 어떻게 차별되는지에 대한 뚜렷한 설명은 아직 없습니다. 깨달음의 방법과 대상 및 그 결과가 제시되어 있을 뿐입니다. 주체의 태도는 마음에 대한 설명은 아직 없습니다. 조정희 드림. (성경의 한국 개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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