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호> [개념] "깨닫다"에 대하여 (5) | 2002년 03월 03일 |
그러나 용어는 잘못 선택되었더라도 단순한 "알다"와도 다르고 "진리를 터득하다"와도 차이가 있는 "깨닫다"의 뜻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그것이 "이해하다"의 뜻과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로는 언더스탠드(understand)가 가장 가까운 말이겠습니다. 리얼라이즈(realize)도 가능하겠습니다만, 웹스터 사전에서는 리얼라이즈가 언더스탠드의 동의어라기 보다는 "생각하다"는 뜻의 씽크(Think)의 동의어라고 풀고 있습니다. 그래서 리얼라이즈에 대해서는 "생각하다"에 대한 글에서 다루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인식하다, 깨치다"로 풀린 "깨닫다"의 뜻은 사실 "이해하다"로 바꾸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야후 국어사전에 보면 이해(理解)는 크게 두 가지 뜻을 가집니다. 하나는 "사물에 대한 이해"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에 대한 이해"입니다. 사물에 대한 이해란 "사물의 의미와 내용을 생각으로 헤아려 아는 것"이고, 사람에 대한 이해는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느낌과 생각과 뜻에 공감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음악을 이해합니다"는 전자의 예문이고, "당신을 이해합니다"는 후자의 예문입니다. 그런데 "깨닫다"에는 "사람에게 공감하다"는 뜻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깨닫다"로서의 "이해하다"는 오직 "사물의 뜻과 의미와 이치를 헤아려 안다"는 뜻으로만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이해하다"의 풀이는 "알다"와 뚜렷이 구별되지는 않습니다. "생각으로 헤아려 안다"는 것은 그냥 "알다"의 정의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알다"와 "이해하다"의 의미상의 차이는 이해(理解)를 파자함으로써 부분적으로 드러납니다. 우선 해(解)자는 칼(刀)을 가지고 소(牛)의 뿔(角)을 잘라내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것은 일단 분별(分別)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군(意味群)에 속합니다. 둘 다 칼을 가지고서 다른 부분을 가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한가지 있습니다. 풀 해(解)자는 소(牛)의 뿔(角)을 잘라내는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소를 잡아서 부위별로 낱낱이 나누어 가르는 것이라면 분별(分別)이라는 말이 적합할 것입니다. 그러나 소를 부위별로 낱낱이 나누어 가르되 특히 뿔을 골라 잘라내는 것이라면 해(解)자를 써야 합니다. 다시 말해 전체를 나누어 갈라서 차이를 부각시키는 것은 "알다"의 과정입니다. 그러나 전체를 가를 때에 "핵심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해하다"의 과정입니다. 예컨대 소에게서 뿔만 잘라내면 그 소는 힘을 잃습니다. 힘의 근원이 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갈라낸다는 뜻이 "이해"라는 말에 있습니다. 이해의 또 한가지 특징은 이(理)의 파자해(破字解)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습니다. 리(理)는 구슬 옥(玉)자와 마을 리(里)자의 합자인데, 리(里)는 뜻에는 상관없이 소리만 나타내는 글자라고 합니다. 옥(玉)자는 삼재(三才), 즉 하늘과 사람과 땅을 가리키는 삼(三)자를 한데 통하게 하는 매개체( )가 되는 물건( )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같은 파자(破字)를 통해서 하늘과 사람과 땅을 통하게 하는 존재라는 뜻으로 왕(王)이 있습니다. 옥(玉)은 거기에 물건을 나타내는 점( )을 하나 더 찍어서 왕(王)과 꼭같은 기능을 하는 물건임을 나타냅니다. 즉 삼재(三才)를 묶는 사람은 왕(王), 삼재(三才)를 묶는 물건은 옥(玉)이라는 식입니다. 그러니 이런 엄청난 의미를 가진 옥(玉)이 다이아몬드 정도와 격이 같을 리가 없겠습니다. 따라서 이해(理解)란 "사물을 나누어 가른 뒤에 거기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떠 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요성이나 근본성의 차이를 두지 않는 "앎"으로서의 분별(分別)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래서 "이해하다"는 "알다"이되 "핵심이 무엇인지를 알다"입니다. 이해라는 뜻으로의 "깨달음"은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갈라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앎"과 질적인 차이를 갖습니다. 조정희 드림. (성경의 한국 개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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