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우리/조정희칼럼

[개념]깨닫다에 대하여(4)

주방보조 2004. 2. 8. 00:51
<제90호> [개념] "깨닫다"에 대하여 (4) 2002년 02월 27일


한편 구약성경(예컨대 이사야 6장 9절)에서는 주로 "베네"(   )라는 말이 쓰였습니다.  
베네는 야다(   )의 동의어이면서도 "마음을 사용하여 알다"는 뜻이었습니다.  헬라어의
수니에미나 노에오, 혹은 카타람바노와 그다지 다름이 없습니다.  이 베네는 영어 성경에서
주로 언더스탠드(understand)로, 한국어 성경에서는 주로 "깨닫다"로 번역됐습니다.  

또 히브리어에서는 "알다"는 뜻인 "야다"(   )나 "나카르"(   )가 문맥에 따라서 자유자재로
"깨닫다"로 번역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히브리어가 어의 분화가 좀 덜 된 말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야다와 나카르가 어떤 맥락에서 "깨닫다"로 번역되었는지를 살피면, 한국말
"깨닫다"의 의미를 더 정밀하게 다듬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정치한 문헌 분석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다른 글, 혹은 더 전문적인 연구를 기다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헬라어와 히브리어의 낱말 분석을 통해서 "깨달음"을 위해서는 마음을 심각하고
열심히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마음을
사용해서(그것이 아무리 심각한 것이라 해도) 알다"라는 기본 범주에서 아직 벗어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알다"와의 구별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알다"와 "깨닫다"가 원래 의미상 겹치는 부분이 많은 말들이 아닐까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알다"와 "깨닫다"가 서로 완전히 독립적인 개념이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서로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한영사전(야후)의 "깨닫다" 항목을 보면 이점이
뚜렷해집니다.

〔알아채다〕 see; perceive; discern; be aware of; get wind of; sense.  
〔인식하다, 깨치다〕 understand; comprehend; realize;
〔진리를 터득하다〕 be spiritually awakened; attain (spiritual) enlightenment [higher
perception].

"알아채다" 항목에 나열된 동사들은 이젠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전부 "알다"를 정의하는
데에 사용된 것들입니다.  그러므로 "깨닫다"는 위의 "알아채다"의 항목만큼 "알다"와
겹친다고 보겠습니다.

"알다"와 "깨닫다"의 의미 중복은 성경 어법에서도 확인됩니다.  마태복음 24:39에 보면
"홍수가 나서 저희를 다 멸하기까지 깨닫지 못하였으니"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여기서의
"깨닫다"는 헬라어 "기노스코"를 번역한 말입니다.  

영어 흠정역 성경에서도 이를 "노우"(know)로 번역했습니다만, 한글 개역 성경에서는 이를
"깨닫다"로 옮겼습니다.  헬라어와 영어의 "알다"와 한국어의 "깨닫다"가 의미상 중복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하겠습니다.

앞의 야후 사전에 따르면, "알다"와 겹치지 않는 "깨닫다"의 뜻이 두 가지 더 있습니다.  
하나는, "(사물을) 인식하다, 깨치다"이고, 다른 하나는 "(진리를) 터득하다"입니다.  앞에서
예로 든 "조정희가 실수를 깨달았다"는 전자의 예로, "원효대사가 도를 깨달았다"는 후자의
예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식하다, 깨치다"의 뜻풀이는 용어 선택이 둘 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인(認)과 식(識)은 모두 "알다"는 뜻이므로 인식(認識)이란 결국 "알다"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또 "깨치다"는, 나중에 다시 보겠지만, "깨닫다"의 동의어입니다.  그러면 "깨치다"의 뜻을
알아야 하겠지요.  그런데 "깨치다"를 찾아보면 이번에는 그저 "깨달아 알게 되다"(야후)
혹은 그저 "깨닫다"(연세대 한국어 사전)로 되어 있습니다.  순환적이고 동어반복적인 설명일
뿐입니다.  

조정희 드림.
(성경의 한국 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