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호> 징조가 있으면 ... 결국 2002년 09월 18일
맏아들이 돈이 많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징조입니다.
징조가 있으면...먼저 깨닫고 조심하고 미리 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마는...
사람에게 그런 지혜가 온전하다면...참으로 많은 비극을 예방하고 행복을 방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겠습니다.
저는 그녀석이 왜 돈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는 지를 이미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더 이상 중독에 빠지지 않게 하려고 나름대로의 경계와 엄중한 경고를 발하였지요.
...
월요일 하교길에...우연히지만...이녀석이 한손에 디지몬 카드를 잔뜩 움켜잡고 건들거리며 걸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때가 경계를 발해야 할 때...
너 이 카드를 가지고 학교를 갔니?
예~교신이가 못만지게 하려구요
내일부터는 학교에 가지고 가면 안된다 알겠지?
예...
다음날 아침
가방을 메고 성급히 평소보다 빨리 학교로 가는 녀석을 불러 뒤돌아 세웠습니다.
이때가 엄중한 경고를 할 때였습니다.
디지몬 카드 가지고 가는 것은 아니지?
예...
어디다 치워놓았니?
교신이 손 안닿는데요...
그게 어딘데
...(우물쭈물...거리더군요)
가방속에 있니? 꺼내놔!
예...
이거...이번주말까진 압수다!
고개를 푹 떨구고 가는 놈 뒷모습이 안되보였지만...
저는 그 징조를 ... 이정도면 막아섰다고 좋아했습니다.
녀석은 추석연휴동안까지 이 카드가지고 하루종일 노닥거리는 것을 좀 쉴 수 있고 ...디지몬 카드 중독현상도 잠잠해 질 수 있을 거라고...
...
그런데...어제 오후
우리집 검사님이신^^ 나실이가 ... 제게 충신이의 기막힌 행운을 고발하였습니다.
아빠!
왜?
충신이가요 글쎄 디지몬 카드를 줏었대요!
그래? 운이 좋은 녀석이구나...지꺼는 다 압수당했는데...
근데요...그 카드가요 줏었다는 게 문방구 앞이구요 비닐도 뜯지 않은 거예요...말도 안되요!
으음...그래 그렇구나...충신이 좀 불러와라
...
제 앞에 반짝거리는 빳빳한 디지몬카드 열댓장을 만지작 거리며 서있는 아들의 눈을 1분여동안 가만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속으로 많이 후회했지요...경계와 경고가 많이 부족했다는 것과 이 녀석의 중독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
줏은 것 아니지?
예...산 거예요
아빠 돈으로?
예...
...
징조를 알아...예비해도...장담할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앎이라는 것이 ... 너무 부분적이고 불완전 하기 때문이며...
우리의 사랑의 방식이 또한 너무 그 뜻을 이루기엔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맏아들은...이 아비를 부족한 사람이라고 일깨워 주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는...무엇보다도 기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