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호> 대형^^사고는 이야기를 타고... 2002년 09월 07일
저녁요리는 비빔밥이었습니다.
이것 저것 넣었지만
도라지와 우엉이 문제였습니다.
원경이가 도라지와 우엉을 하나하나 골라내어 식탁위에 늘어놓는 것입니다.
오빠도... 맛있어 먹어
언니들도... 건강에 좋은 건데
아빠도... 야 이녀석! 목감기에 특효야
그래도 원경이는 묵묵히 도라지와 우엉을 골라서 늘어놓기를 계속합니다.
그래서 제가 엉터리같은 이야기하나를 만들어 들려주었습니다.
'옛날 작은 산골 마을에 천년묵은 도라지가 살고 있었어요...천년이나 되다보니 사람으로 변할 수가 있었는데 예쁜 아가씨가 되었어요...너무 예뻐서 산골 마을 총각들이 전부 이 도라지 아가씨만 보면 얼이 쏙 빠졌지요...그런데 이 아가씨는 산골 총각중에서 '신충'도령을 사모한 것이어요...신충도령은 효성이 너무 지극하여 어머니를 얼마나 끔직히 돌봐드렸는지 소문이 자자했지요...
중략...
어느날 신충도령의 어머니가 허리가 삐끗하여 넘어져 정신을 잃고 거의 죽어가고 있었어요...도라지 아가씨가 마침 사모하는 신충도령네를 몰래 살펴보다가 그 장면을 보게 되었지요...도라지 아가씨는 피를 흘리며 기절한 어머니를 방에 눕히고... 하얀 두 손을 어머니 머리 위에 올려놓았지요...도라지 아가씨의 손에서 하얀 김이 올라오더니 어머니가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어요...그런데 도라지 아가씨는 한번 이렇게 기운을 쓰고 나면 7일간 다시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빨리 돌아갔지요...그런데 그때 신충도령의 옆집사는 어인아가씨가 신충도령의 어머니가 내뱉는 신음소리를 듣고 방에 들어가서...놀라 어머니를 흔들고 주무르고 하였어요...깨어난 어머니는 어인아가씨가 자기를 살린줄 알고 너무 고마워 하였어요...7일후 도라지 아가씨는 이제 신충도령에게 사랑을 고백하려고 즐거운 걸음으로 노래하며 달려내려오다...신충도령과 어인아가씨의 결혼식을 보게 되었어요...기가막힌 도라지 아가씨...'
충신이는 자기 비슷한 이름을 가진 인물이 등장해서...원경이는 도라지 아가씨가 자기가 아닐까 궁금해서...정신없이 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교신이는 이야기하는 아빠와 듣는 누나 형을 번갈아 돌아보며 넘어진 의자에 동그랗게 앉아 흔들 거리고 있었죠...
그때...교신이의 의자는 교신이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해 휙 옆으로 굴렀고...교신이의 뒤통수는 피아노 모서리에 퍽! 하고 부딪쳤습니다.
혹이나고...피도 나고...온식구가 난리가 났지요...
교신이는 아파서 울고...
원경이는 교신이 뒤통수에 흐르는 피를 보고 울고...
...
사고는 예고가 없습니다...^^이렇듯...
...
뒤통수에 허연 반창고를 햇님처럼 붙이고...씨익 웃는 막내놈때문에
원경이 도라지 먹이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미완성의 엉터리 이야기와 함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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