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뭐?

주방보조 2004. 1. 31. 01:17

<제111호> 죽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 뭐? 2002년 09월 02일
제 나이 37살에 ...

온 몸이 너무 피곤해서
병원에 갔더니...간기능이 매우 나쁘고 혹이 있다 했습니다.

조직검사를 해봐야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하던 교수가 내준 두툼한 입원과 검사용지를 받아 나올 때 ...

파아란 가을 하늘의...진지함에도 불구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 죽음 ...을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 그렇게도 지나가는 사람 하나하나가 아름답고...마시는 공기가 그토록 새롭고...은행나무 잎마다 놀랍게 찬란한 빛을 언제부터 띄고 있었는지...그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서른 아홉 늦가을에...
한달만에 17kG이나 몸무게가 줄고...마치 세상을 둥둥 떠 다니는 것처럼 느끼며 살다가
혈당이 500을 넘나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죽음을 두번째로 생각했습니다.
한동안 온통 회색빛 바다였습니다.

...

그 이후론...
자주 죽음을 말합니다.

이미 몇가지 유언도 아이들에게 남겨두었습니다.^^

엄마에게 절대 복종하며 살아라.
형제간에 화목해야 한다.

내가 죽으면 장례예식을 치르지 말고 곧바로 화장하여 한강에 뿌리라(그전 칼럼에선 이렇게 한강에 뿌리는 것이 불법인지 아닌지...주고받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만^^)

...

요즘 몸도 힘들고...마음도 우울하여

식구들이 모두 모여 티비보고 컴퓨터하고 북적북적 거리는 중에

아빠의 힘든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고 까불고...다람쥐처럼 오르고 내리는 막내녀석의 신나 죽겠는 모습을 보면서

...한마디 ... 툭 던졌습니다.

"내가 죽으면...교신이 저 놈은 나를 기억도 못하겠지?"

이 말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잠시 고요가 깃들더니 큰소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마눌:"그런 재수없는 말 자꾸 할래욧!!!"
진실:"아빠는 왜 그래 정말 나뻐!!"
나실:"맨날 죽는다고 하지마~!!"
충신:"아빠~아~~"
원경:"난 그래도 아빠편이야"
교신:"????"

마눌님이 정말 화가나서...말하매...

저는...겁이나서 ^^외쳤습니다.

"아, 알았어요...오래 살면 될꺼아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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