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아빠는 귀여워

주방보조 2004. 1. 31. 00:12

<제108호> 아빠는 귀여워...^^ 2002년 08월 30일
맏아들놈이 주로 좋아해서 손에서 떼지 못하는 책은
웅진에서 나온 한국의 자연탐험입니다.
초등3학년짜리가 벌써부터 과학고에 가고싶다고 하는 것도 이 책들로 인해 스스로 아는 것이 많아졌다는 자부심에서 비롯되었을 겁니다. 가면야 좋죠^^

...

잘아는 선교사님이 선교지로 떠나시기 얼마전에
소위 말하는 중풍에 걸리셨습니다.
선교지로 가시지도 못하고...휠체어를 의지하여 돌아간 입으로 떠듬떠듬 발음하여 ... 복음을 전하려 하시던 모습이 눈에 지금도 선합니다.

선교지에 가시기 위해...확보해 놓은 선교헌금들도 모두 끊어져 가고
사모님께서 책을 팔아 생계를 이으셔야하는 처지가 되셨었지요.

그 사모님께서 형제님...하며 힘든 전화를 하셨는데
아무리 제가 어려운들 그 부탁하나 들어 못드리겠습니까...
모든 책을 다 사드리고 싶었지만...한국의 자연탐험이라는 책과 과학탐험이라는 두 종류의 책을 세트로 ...샀습니다. 벌써 8년전이군요...

...

이 파란만장한 사연을 가진 책을
맏아들놈이 좋아하는 겁니다.

특히 이 녀석은
사마귀...박쥐...거미...노린재...개구리...누에...와 같은 좀 칙칙한 타이틀의 책들을 많이 좋아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우리집 책상 밑이나 식탁 아래나 피아노 의자 밑에는

거미가 기어다니고 박쥐가 거꾸로 매달려 있고 사마귀가 몸을 흔들고 개구리가 빤히 쳐다보고 누에가 머리를 바짝 치켜들고 서 있습니다.

야 좀 다른 것도 봐라

(며칠후)
뭘보냐
예...동물들의 짝짓기요
허거걱!!! 엽기적인 넘!!!

...

그런데
막내아들놈은
아직 책을 자기 스스로 선택할 줄 아는 수준이 아니잖습니까?
그러다보니
여기저기 흩어져 뒹굴고 있는 사마귀나...거미나 누에와 친해 질 수밖에 없게끔 되어 있습니다.

맏아들놈이 보다 흐트러뜨려 놓은 것을 막내아들은 필연적으로 습득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 엽기적인 책들 시리즈를 펼쳐보면서
막내 아들이 배운 단어는 두 개입니다.

하나는 징그러워...이고 다른 하나는 귀여워...입니다.

먼저 누나들이 징그러워...를 가르쳐 주었지요...사마귀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사진으로부터 시작해서...그 엽기적인 아들놈이 좋아하는 칙칙한 생명체들은 능히 ... 징그럽다를 연발할만 하지요

막내가 제게 이런 저런 그림을 손가락질하면서...징그러워를 연발하길래...아니야 하나님이 만드신 것들은 다 귀여운거야...라고 정정을 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놈이 모든 것을 이 두가지 잣대로만 잽니다.

자기 맘에 들면 귀여워이고 안들면 징그러워...이지요

징그러운 사물과 귀여운 사물...세상이 이토록 간단해 질 수 있는 겁니다. 아이의 눈에는...

...

ㅋㅋㅋ
이 막내 녀석이...
제 품에 안기고 싶으면 제게 바짝 붙어서 하는 말이...

"아빠는 귀여워"...입니다.

저...귀여운 사람입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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