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꿈꺽기라는 횡포

주방보조 2004. 1. 30. 21:45

<제104호> 꿈꺽기라는 횡포... 2002년 08월 26일
지난 23일에
드디어 중학교 다니는 진실이가 맨 먼저 개학을 했습니다.

개학첫날
예고했던 대로 아이는 1학기 성적표를 가지고 왔습니다.
다시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딱 중간정도의 성적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꼬리성적표를 보았기 때문에 다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중간고사 학기말고사를 합산해서 제대로 된 성적표로 가지고 오니...혹시나 중간은 넘나...ㅋㅋ

...

딸이 말합니다.
학교에 보내는 글이란 아래의 작은 난에 소감을 적어야 한다고...
왼쪽을 보았더니
진실이의 담임선생님이 학교에서 가정으로란에 두줄짜리 짧은 글을 적어보낸 것이 있었습니다.

'큰 언니답게 어른스럽고 차분합니다.
꿈이 있는데 그걸 이룰 수 있길 바랍니다.'

이녀석 꿈이란 것이 만화가가 되는 것인데...선생님이 아시고 쓰신 것인가 잠시 생각하고

가정에서 학교로란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꿈때문에(^^;)너무 산만합니다.
집중을 잘 못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그리고는 딸에게 쏘아붙였습니다.

야 이녀석아!
네가 공부를 변변히 못하니까
선생님도 만화가나 되라...고 하시는 거잖아!

딸은... 아니라고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고
저는... 아니긴 뭐가 아니냐고 너 요즘 하는 것 보고 있으면...다 보인다고 소리를 질렀지요...

...

그리고는 딸들방에 있는 만화책들을 모두 싱크대앞으로 내놓게 하고...앞으로는 싱크대아래에서만 만화보고 만화 그리는 거 허용한다고 ...방에서는 절대 만화보지도 그리지도 말라고...소리를 질렀습니다.

...

선생님은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하고

아비는 그 꿈을 깨라... 합니다.

아...

이 어린 녀석에게 이 무슨 횡폽니까...

수 많은 꿈의 열린 가능성을... 제시도 해주지 못한 채

그래서 막연하게 즐거운 것으로 꿈을 삼을 수 밖에 없게 해 놓고

그 꿈이 이루어 지라느니...안된다느니...

...

그래도 ... 그래도 말입니다.

맏딸이 인생의 진지함을 깨달을 때까진

저는...

횡포를 부리는 아비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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