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둘째 돌아오다

주방보조 2004. 1. 28. 12:54

<제44호> 돌아온 둘째... 2002년 06월 27일
2박3일 수련회를 떠났던 둘째가 어제 돌아왔습니다.

현관에서 신발장 위에 올려놓았던 서류뭉치들을 치우고 있는데...처억 하고 들어서서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없이 신발을 벗는 겁니다.

잘다녀왔어?

무슨 일이 있었니?
아니요
아빠 보고싶었지?
별로요

욱!

괘씸하고 심통이 나서...이녀석하고 말하지 않기로 하고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

계속 잠만 자더니

아빠의 화난 눈치를 채어선지(제가 투덜거렸거든요...딴 놈들에게)
제 언니에게 자신이 얼마나 힘들고 기분나쁜 수련회를 경험했는지 저 들으라고 큰 소리로 떠들어 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을 (수련장)선생이 터뜨렸고
물품이 제대로 공급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샤워도 하려면 네사람씩 같이 하라고 하고
자기가 미끄러진 것을 가지고 남자애들이 계속 골려대었고
고기반찬은 하나도 없이 풀만 먹었고
텔레비젼확대해서 보여주는 것도 후져서 흐릿하게 준결승전을 볼 수밖에 없었고
오는 날은 잠도 못자서 운운...

...

저는 이녀석 빈자리가 너무 커 보여서...허전함 그자체였는데
이놈은 그저 자기 힘든 것만 ... 짜증스러웠었나 봅니다.

...

어쩝니까...봐줘야지...

옆에서 듣다가 끼어들었습니다.

수련회란 것이 다 그런거야...힘들고 고생스러워야 수련회지...잘먹고 편하게 즐기다 오면 그게 무슨 수련회냐...

그리고 너 힘들었다고... 이 착한 아빠에게 심통스럽게 대해? 고얀놈...

...

그때부터 그런게 아니구요로 시작하는 이녀석의 변명을 들으면서

우리에게 장차 찾아 올 외로움에 대하여 생각하였다는 거 아닙니까?^^

 

 

 

댓글 0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아노...  (0) 2004.01.28
충현교회 이야기  (0) 2004.01.28
울지마...  (0) 2004.01.28
승리를 기원하면서  (0) 2004.01.28
그리이스신화에 얽힌 이야기  (0) 2004.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