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호> 돌아온 둘째... 2002년 06월 27일
2박3일 수련회를 떠났던 둘째가 어제 돌아왔습니다.
현관에서 신발장 위에 올려놓았던 서류뭉치들을 치우고 있는데...처억 하고 들어서서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없이 신발을 벗는 겁니다.
잘다녀왔어?
예
무슨 일이 있었니?
아니요
아빠 보고싶었지?
별로요
욱!
괘씸하고 심통이 나서...이녀석하고 말하지 않기로 하고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
계속 잠만 자더니
아빠의 화난 눈치를 채어선지(제가 투덜거렸거든요...딴 놈들에게)
제 언니에게 자신이 얼마나 힘들고 기분나쁜 수련회를 경험했는지 저 들으라고 큰 소리로 떠들어 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을 (수련장)선생이 터뜨렸고
물품이 제대로 공급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샤워도 하려면 네사람씩 같이 하라고 하고
자기가 미끄러진 것을 가지고 남자애들이 계속 골려대었고
고기반찬은 하나도 없이 풀만 먹었고
텔레비젼확대해서 보여주는 것도 후져서 흐릿하게 준결승전을 볼 수밖에 없었고
오는 날은 잠도 못자서 운운...
...
저는 이녀석 빈자리가 너무 커 보여서...허전함 그자체였는데
이놈은 그저 자기 힘든 것만 ... 짜증스러웠었나 봅니다.
...
어쩝니까...봐줘야지...
옆에서 듣다가 끼어들었습니다.
수련회란 것이 다 그런거야...힘들고 고생스러워야 수련회지...잘먹고 편하게 즐기다 오면 그게 무슨 수련회냐...
그리고 너 힘들었다고... 이 착한 아빠에게 심통스럽게 대해? 고얀놈...
...
그때부터 그런게 아니구요로 시작하는 이녀석의 변명을 들으면서
우리에게 장차 찾아 올 외로움에 대하여 생각하였다는 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