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호> 맏아들이 원하는 것...오직 한가지^^ 2002년 06월 05일
너 나한테 소원이 있으면 말해봐라
예에...별루 없어요
그래두 하나쯤은 있을 거 아냐
예에...하나는 있어요
뭔데 말해봐
있잖아요...
이렇게 해서 시작된 맏아들놈의 소원이라는 것을 들어보십시오
"다른 애들은 모두 엄마들이 실내화안가져 오거나 준비물 안가져오면...전화 안해도 다 학교로 갖다주는데요 저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어서요...그러니까 제가요 준비물 잘 안챙겨도 알아서 다 갖다 주셨으면 좋겠어요...소원이니까 들어주시는 거죠?"
...
오늘 아침에 일찍 알림장을 보고 준비물을 사도록 했습니다. 알림장에 사인을 해주고 준비물을 알림장 사이에 넣어 식탁 의자위에 올려 놓고 가방에 넣으라고 말했습니다. 녀석이 그것을 들고 가는 것까지 제 눈으로 목도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 가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시간인 9시약간 넘어서 수신자부담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전데요...
앗! 맏아들놈입니다
저기요...알림장하고 준비물을 안가지고 왔어요 갖다주세요...딸깍...크허허
집안을 뒤져보니 누나들 방 가운데 덩그러니 알림장이 준비물을 끼운 채 놓여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럴수가...
그래도...왠지 목소리가 힘이 없어 보여서...더구나 이런 일이 처음인지라...일하던 복장 그대로 너덜거리는 바지에 꾀죄죄하게 알림장과 준비물을 들고 한걸음에 달려갔지요
그리곤 어쩔 수 없이 ...하얗게 분을 바른 3-8반 젊은 담임선생님을 만나뵈었고...10 여분간 아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받으며 ...진땀을 흘리다가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
그리고나서 제가 학교에서 돌아온 녀석을 붙들고
"너 나한테 소원이 있으면 말해봐라"..고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죠
...
정말
일주일에 세번은 준비물을 놓쳐서 곤란을 겪는 이 녀석에게
잊어버린 물건들을 가져다 주는 다른 친구들의 엄마는 아마 천사처럼 보였을 것이고
자기 부모도 전화하지 않아도 척척 가져다 주는 부모였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품으만 하였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나니 ... 무지 미안해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
야 이자식아 들어 달랠 걸 들어달라고 해라...퍼버벅!!!
좀 미안한 마음때문에 평소보다 5할은 퍼버벅의 강도를 줄였지만
그녀석의 소원에 대해서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낼 만큼은 충분히 혼구녕을 내주었습니다.
...
자기일에 대해서는 자기 스스로 책임진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삶의 자세인지를 가르치고 싶어서요...
정말 미안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