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진실이가"...아차산에...

주방보조 2005. 10. 11. 01:14

 

주일 오후 좀 늦게 아차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진실이가"

가기 싫다며 은근히 게겼기 때문입니다.

어쨋든 스물스물 녀석이 기어나왔고...

저는 자전거 바퀴의 바람들을 모두 빵빵하게 채운 뒤 아이들이 다 탈 때까지 물이며 과자며 모자며 이것저것 살펴야만 했습니다.

 

아내와 교신이는 집을 보고^^

나머지 다섯이서 오랜만에 한강변을 달려 광진교 아래까지 가서 아차산을 오를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시간여를 더 늦게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진실이가"

맨 뒤에 처져있다가 중간에 머물러 우리를 고통스럽게 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않아 다시 돌아가서 하염없이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녀석을 돌려세워 다시 가야했기 때문입니다. 갔다가 돌아올 것 아니었냐고...허허

 

산위에 올라가면서...우리가 평소보다 30분 가량 늦게 해맞이 광장?에 오른 것은

"진실이가"

다리에 꼭 끼는 청바지를 입어서 올라가기 힘들다고 낑낑대었기 때문입니다.

다섯번이나 우리들은 녀석이 따라 올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했습니다.

 

...

 

해맞이 광장에 오르자  

그동안 팔각정까지만 올랐다가 그 전경에 감탄하고 내려가기만 했던 아이들은

거기에서 조금 더 올라가 양쪽으로 펼쳐진 놀랍게 탁트인 시야에 감탄을 계속 터뜨렸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거기 올라 보니 날이 특별히 맑고 하늘에 구름과 어울린 해까지 환상적이어서 그랬는지 특별히 멋져 보였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감탄을 토해내었지요. 와~ 좋다~!!!

 

좀 늦기는 했지만

처음에 작정한 대로 아차산 정상까지 가기 위해서 그곳을 떠나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곳부터는 거의 평지이므로...문제가 없었는데

고려대학에서 발굴한다는 제3초소 지역은 길을 막고 우회로를 뚫어 놓았기 때문에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길이 좀 거칠었습니다.

 

그 길 도중에 우리가 약간 지체를 해야 했는데

"진실이가"

한강을 굽어보는 전망대에서 좀 오래 감상하고 있다 왔기 때문에 한참을 멈추어 서서 그 녀석이 올 때까지 염려를 하여야 헸고 결국은 데릴러 가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미 날이 어둑해져서

제4초소의 넓은 평지까지 가서 밴취에 앉아 사진 몇장을 기념으로 찍고

길을 잃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으로 산을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제3초소의 새로 만든 험한 길을 지날 때 이미 세상은 깜깜해졌고, 아차산의 특성상 양편으로 보이는 아래 세상의 불빛은 휘황하게 빛나며 하늘에 달린 살진 초승달을 우러르고 있었습니다.

 

다행이

그때까지 산행을 하는 이들이 있어 길을 잃지는 않았고

기다리는 아내와 막내가 걱정할까 염려하며 그리고 동시에 혼날 것을 두려워 하며^^

우리는 모두 서둘러 산을 내려왔습니다. 아무탈없이...

 

...

 

광진교 아래 매어놓은 자전거를 풀어

이번에는

"진실이가"

맨 앞에 서게하고...천천히 그러나 오히려 신속하게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물론 배고프고 목마르니 사주신다면 냉면을 먹겠다고 아우성치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화난 얼굴^^을 상기시켜 달래느라 적지않은 수고를 하였구요...

 

...

 

오자마자 자전거를 묶고 있는데

"진실이가"

2층 복도에서 저를 내려보며 자기 지갑을 산행중 본 적이 없느냐고 물었고

그 뒤에서 화가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더랬습니다. 

 

"야! 너 지갑 찾아가라고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단 말이야!"

 

허거거걱!!!!!!!!!!!!

 

...

 

"진실이가"

잃어버린 지갑을 찾으러

그때 마침 우리집을 방문한 작은 처남의 차를 얻어타고 풍납지구대에 가서 두번이나 친필 싸인을 하고 칠천원과 국민카드와 학생증이 있는 파란 지갑을 찾아왔습니다.

참 신기한 것이 잃어버린 곳이 아차산을 거의 내려온 가판대 앞이었는데...한시간도 되지 않아 한강을 건너 풍납지구대에 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지갑을 줒어준 고마운 소년?은 전화번호도 남기지 않았고...

 

...

 

"진실이가"

미안해 했냐구요?

 

아니요~~~

 

열난다고 라꾸라꾸 침대에 이불을 둘둘말고 자고 있더군요...

 

열이 있었냐구요?

 

아니요~~~

 

...

 

^^

 

 

 

 

 

  • 들풀2005.10.11 07:40 신고

    하하...
    저 녀석이 진실이군요...청바지 별루 꽉 끼여 보이지도 않구먼..

    답글
    • 주방보조2005.10.11 12:30

      착한 딸이지요.
      좀 의지가 굳세었으면 좋겠다..그래야 세상에 나가서 덜 울텐데..그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가느댕댕 엄마 바지를 빌려 입었으니...꽉 끼는 거 맞습니다요^^

  • malmiama2005.10.11 08:05 신고

    지난 주말 오랜만에 외식하려 했더니 큰 넘은 밖에서 친구와 먹고 온다하고
    둘째 넘은 미적미적 가기 싫은 눈치고... 싫음 관둬라..가 평소 제주장이므로
    아내와 유민이만 데리고 생태공원 근처 분위기 있는 곳에서 보리밥 먹고 왔습니다.
    아직...잘 따르는 막내가 있어 아쉽진 않은데.. 언젠가 녀석도 싫다 하겠지요...만,
    한편으로..아내와 둘이 재밌어 할 날이 기다려집니다.(아이들 먹고 싶은 거..구애 받지 않고^^)

    진실이가 아차산에서 아차~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10.11 12:36

      우리 애들은 워낙 인색한 아버지를 둔 탓에...
      외식이나^^여행에 목말라 있지요. 자전거 타는 것이라든가 가벼운 산책 정도는 진실이가 충신이와 더불어 짝을 이뤄 가끔 보이콧 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아마 수요공급의 법칙일 겁니다.
      그집은 많이 공급해 주니 튕기는 것이고...우리집은 거의 없으니 달겨드는 것^^

      진실이 어려서 별명이 까시손이었습니다. 뭐든 깨고 흘리고...그러더니 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하구나 했습니다. 예전에 2학년 담임선생님인지 1학년선생님인지 전화하셔서 주변정리 잘 못하는 것과 우유 흘리는 것 훈련시켜주세요 이야기하시다가...뜨아아아앗! 또 엎질렀네요~~하며 중계방송을 한 일도 있었다니까요^^

  • 김순옥2005.10.11 08:45 신고

    진실이가 얼굴은 엄마를 닮아서 달걀형이지만 다리 튼튼한 건 아빠를 닮았군요.
    나중에 아가씨가 되면 선이 아름다운 체형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작은 사고지만 진실이의 실수인데 그것도 다시 찾아주셨으니 감사한 일이군요.
    아빠랑 함께하는 시간들이 나중에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돌아오리라 믿습니다.
    너무나 든든하신 아빠께서 늘 엄마에게 혼날까봐...하시는 걸 보면 재밌습니다.

    저도 지난 주일 오후에 모처럼 남편을 따라 연대 뒤에 있는 안산에 갔습니다.
    남편은 늘 연희동쪽에 주차를 하고 오르는데
    저는 가까운 쪽으로 가자고해서 봉원사쪽으로 가서 버스 종점에 주차를 했더니만
    딱 한 시간에 2천원의주차 요금이 나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파트에서부터 걸어다니던데 남편은 꼭 아래까지 차를 이용한답니다.
    산에 오르기까지는 이삼십분에 불과한데 그 일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남편은 두 번씩 오르내린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푸짐한 냉면 사줬으면 다음에는 앞장서서 따라나섰을텐데...
    진실이가 남학생이 찾아줘서 약이 올랐나보죠?
    저희집 아이들은 산에도, 외식에도 따라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더 부럽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10.11 12:45

      제아내는 띠를 따라 호랑이같습니다^^ 그러니 무서울 밖에요^^
      교신이가 가끔 그럽니다. 과연 여자는 무서워~
      존경하는 ^^ 아빠가 엄마에게 꼼짝 못하는 것에다가...나실이도 엄마를 흉내내서 동생들 잘못할 때는 무척 무섭게 하거든요^^

      연대 뒤에 있는 산은 꼭대기까지 올라가보지 못했었습니다.
      철망이 쳐져있었는데...그 산이 안산이군요. 저는 무악산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연대교가가 이렇게 시작되거든요. "관악산 바라보며 무악에 둘려~~~"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가기전에 지은 노래라지만... 좀 그랬었지요^^

      ...

      힌얼이네도 말미암아님네처럼 여기저기 많이 다니시는 편이라 그럴 것입니다.
      우리는 명절이 되어도 갈 곳이 없을 정도로 썰렁한 환경이니까요...

  • 청랑2005.10.11 09:00 신고

    진실이 화이팅~ ^^

    답글
    • 주방보조2005.10.11 12:50

      그래도 고맙습니다. 딸편들어 주셔서...

      둘둘 이불말고 자는 것 나실이가 머리 열만힝 난다고 하여 머리만져보고...
      열도 안나는 넘이 하면서 한대 콱 쥐어박을려다가...
      참았습니다. 우리들 음료수 사주려고 꺼낸 지갑이었음을 알기 때문에요^^

      ...

      ^^

  • 멍석바위2005.10.11 13:28 신고

    식구들 음료수 사 주려다가 감빡 했나보네요
    부지런하신 아빠 따라 사느라고 진실이 고생이 많네요 ^^*
    그래도 장성하면 다 지 앞가림 하니까 너무 걱정 않으셔도 될 겁니다
    잘 했다고 등 좀 두드려주시지 그러셨어요?

    햇살 좋은 가을 날
    은혜 가운데 지내시길 빕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10.11 19:38

      그럴까요?
      언젠가 자기 앞가림이야 하겠지만...그렇게 되기까지 좀 평탄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지요.

      잘했다고 등두드려주는 일은 좀 뭔가 잘하여 좋은 일이 있을 때 해주겠습니다.
      이런 일에 등두드려주면...진짜 자기가 잘해서 그런줄 알고 기고만장~할 위험성이 다분하거든요.

      날이 좋으니...반달도 참 밝네요^^

  • 쌍그아부이2005.10.11 13:41 신고

    음...그냥 가요. 내가 하고픈 말에 앞분들의 글에 골고루 퍼져 있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10.11 19:40

      피식^^...
      그래도 진짜 그냥 가시지 않고
      그냥 가요 한마디 해주시니...참 고맙습니다.^^

      저도 나중에 쌍끄아부이님 손녀이야기 늘어놓으시면...그냥가요 한마디 꼭 할테니깐@@

  • shlee2005.10.11 14:54 신고

    거의 매일 동네 산을 찾는 남편
    매번 함께 가자고 하지만 ..........
    산이 싫어서가 아니라 .....가는 것 조차 힘들때가 있거든요.
    아이들은 학원간다고
    저는 밥해야 한다고
    핑계되고 ..........
    결국 혼자 산에 갔다와서는
    얼마나 좋은데~~~~
    미안하기도 하고
    다음엔 같이 가야지 하지만 ...........
    이번 토요일엔 딸이 먼저 북한산에 가자고 했는데..........
    어찌 될까 ....
    우리 민하도 무얼 잘 잃어버리는데
    찾은 적은 없는 듯 합니다.
    지갑을 찾을 수 있어서 다행^^

    답글
    • 주방보조2005.10.11 19:45

      그래도
      부부가 함께하는 산행은 좋은 것입니다^^
      손도 잡아주고...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고...그래서 감동을 공유하고

      저요?
      저도 물론 마눌님이 "가는 것조차 힘드셔서" 같이 가는 일이 거의 없지만요^^

      ...

      지갑을 찾은 것은 거의 기적 중 하나같아요^^
      하나님께서 진실이를 특별히 불쌍히 보셔서...그 아이의 마음을 감동하신 듯...
      만약 엊그제 상황에서 지갑까지 잃어버렸다 해보세요. 얼마나 가엾겠어요...

  • 청랑2005.10.11 21:48 신고

    흠~
    진실이가 성장하느라고 고생이 많군요.... 운동을 많이 시키셔야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축구나 태권도 같은 것을 시켜보시지 그러세요? 짠돌이 아빠께서 딸의 미래에 투자하신다 생각하시고....ㅎㅎ 꼭 필요할 것 같아요....

    답글
    • 주방보조2005.10.11 23:10

      크흐흐...너무 늦었어요. 시킨다고 할 나이가 이미 아니지 싶습니다.
      일단 대학생이 된 다음...
      깨닫고 비명을 지르거나 그러면...수영장 알바 같은 거 하면서 알아서 해라...그래야죠^^

    • 청랑2005.10.11 23:48 신고

      이곳 메국에 와서 대단히 놀라고 부러웠던 것은 여성의 건강에 대한 것이었는데, 대단히 운동을 많이 하더군요. 저의 체력은 따라가지를 못합니다. 조깅도 잘하고, 수영도 한 시간 이상 씩을 아주 빠른 속도로 운동하는 여성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물론 과체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대체로 운동이 전체적으로 생활화되어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여기 중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침에 출근시간에 보면, 등교한 아이들을 다 모아놓고서 먼저 운동장을 몇 바퀴를 뛰게 하고서 들어가는 모습을 종종 보기도 하거든요? 어느 정도의 체력이 되어야 혈액순환도 잘 되고, 공부도 잘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제가 저 자신에 대해서 아주 후회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지요.... 체력.... 운동.... ^^

    • 주방보조2005.10.12 07:52

      예전에 제가 한체력했었는데요^^ 그래서 전교에서 넘버3쯤되었었지요^^
      우리 진실이의 불행?은 체형은 저를 닮고 하는 짓은 엄마를 닮았다는 겁니다. 팔자지요?
      드래도 어쩜니까? 아비노릇으로 억지로 운동을 시키느라 자전거질에 등산도 간 것이구요.
      공부든 운동이든...스스로 잔소리같은 말씀을 받고 깨달아 준행해야 하는 것인듯...합니다.

  • 소리2005.10.12 00:44 신고

    진실이가 수고가 많았군요. 그런 동생(?)과 딸을 기다려 주고 끝까지 함께 하신 언니와 아빠는 더 수고하셨구요. 저 진실이가 만화 잘 그린다는 그 진실이 맞나요? ㅎㅎ
    어찌 되었던지 간에 아주 좋은 하루를 따님들과 함께 보내신 것 같아요.
    넘버3님은 정말 자상하신 아빠 같으셔요. 강해야 할때 강하시고 약해 주셔야 할때, 혹은 져 주어야 할 상대를 참 잘 아시는 듯... 게다가 이론의 실천까지도 무척이나 빠삭하게 아시는 듯 합니다. 결론은 멋진 분이시라는 거지요..^^

    답글
    • 주방보조2005.10.12 07:56

      진실이가 첫째입니다. 그러니 좀 더 문제화되는 것이지요.
      에 또...^^
      뭐 그리 멋지지 못합니다. 구두쇠에다 고지식에다 고리타분?한 아버지지요.
      제가 쓰는 글이니까 제 약점은 다 가리고 쓸 뿐이구요~ㅎㅎ

  • 왕언니2005.10.12 00:44 신고

    볼때마다 부러운 아빠입니다. 진실이 엄마는 복도 많아...^^

    답글
    • 주방보조2005.10.12 08:00

      ㅋㅋㅋ...
      아이들과 경포대를 가든, 아차산을 가든 항상 생각나는 것이 아내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약한 체력을 무기로 ... 우리들만 가도록 만들거든요.
      교신이만 있으면 ... 겨우 2%부족한 정도이구요^^
      복을 누려야 복이죠...ㅠㅠ
      근데 제가 진짜 부러운 아빠입니까? 저 잠깐 착각했잖아요~ㅎ~

  • coolwise2005.10.12 09:55 신고

    진실이가 호된 보복을 당하는군요.. 하하하..
    이렇게 공개고발을 당하다니.. "아빠 너무해!!"
    (따님이 아빠 블로그 안보나요? ^^ )

    답글
    • 주방보조2005.10.12 13:57

      아이가 많이 너그러운 편입니다. 갈피를 좀 못잡아서...그렇지^^

      제가 쓰는 다섯아이 키우기는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다섯놈이 이글을 읽고 아버지를 기억하고 웃을 수 있다면 하구요

      그런데 다섯놈중 하나라도 이글에 태클을 걸어오묜...주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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