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우리/성경에 대하여

겁쟁이 아빠...

주방보조 2003. 10. 19. 10:25
어제 저녁 늦게 있었던 일입니다.

먼저 공부를 끝냈다고 휘파람을 불고 있는 큰 녀석에게...아침부터 쌓인 설겆이를 하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기싫어요
명령이다.
아빠가 하면 안되요?
아빠 바쁘다
아잉 이렇게 많은 것을 어떻게 해요
하나하나 하다보면 금방 끝난다.
그럼 1500원짜리로 해주세요.
안돼! 1000원짜리야
투덜투덜...

한시간쯤 지나도 설겆이가 끝나질 않길래...나가보았더니
설겆이거리는 거의 그대로 있고 그릇예닐곱개만 설겆이 받침대에 올라있었습니다.

완전히 사보타지...하고 있는 것이었죠.

그렇찮아도
몇몇가지 그녀석의 행동에 속상해 있었는데...그래서 두달짜리 벌도 이미 내렸었는데...
한꺼번에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그때가 밤 11시경이었는데...잘못했다고 울며 비는 녀석을 붙잡아 문밖으로 내 쫓아 버렸습니다.

...

설겆이를 다 하고...문밖을 내다보니...이 녀석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쫓아내면서...문을 활짝 열어놓았는데...어디론가 가버린 것입니다.

12시가 넘어서도 아무 인기척이 들리질 않아...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놀이터와 쉼터들을 두루 돌아다녀 보았습니다. 없습니다.

중학교 운동장을 살펴보았습니다. 멀리 몇몇 아이들이 어둠속에서 움직이고 있었지만 제 딸은 아니었습니다.

꿈꾸는 집과 쥬라기 책방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손님도 하나 없었습니다.

아파트를 지나 골목들을 훑으며 녀석의 친구집에도 가까이 가보았습니다. 문이 열려잇고 불이 환한데...웃는 소리들이 들렸습니다. 이녀석이 거기 있다면...그래도 안심이 되겠다 싶었지만...거의 없는 게 확실했습니다.

...

아파트 입구를 들어서면서...다시한번 놀이터를 들려보아야지 생각하는데...

눈에 익은 모습의 한아이가 서있는 겁니다.

아빠 잘못했어요
어디갔었니?
계단에 앉아 있었어요
그래...
아빠가 내려가시는 것보고 따라 나왔는데...
알았다
아빠 다시는 그러지 않을께요
그래...

녀석의 들썩거리는 어깨를 부여잡고...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속으로 그랬지요

야 임마...내가 얼마나 겁먹었는지 아냐?

...

오늘 아침에...

그녀석의 지금껏 받고 있던 벌까지 다 ... 용서해 주었습니다.

아이가 잠시 내 눈앞에서 사라진...공포가...제 마음을 온유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

좋은 주일 아침입니다^^...오늘은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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