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에 기상하여
특별히 오늘의 달리기를 위하여 기도하고 에스겔을 조금 읽고
새 운동화 적응에 실패하여 물집이 터진 오른쪽 뒤꿈치에 붕대와 반창고로 쿠션을 만들어 붙여주고
야간알바를 나가 충신이도 없는 새집을 뒤로 하고
딸들이 있는 헌집에 도착한 것이 8시.
42195마라톤본부에서 보내준 번호표와 인식라벨을 원경이 도움으로 옷과 신발에 달고
장갑, 모자, 목폴라, 그리고 바람막이 옷을 챙겨 입고
나실 원경 저 셋이서 택시를 잡아 타고 잠실종합운동장에 도착한 것이 8시45분.
트랙은 벌써부터 달리는 이, 체조하는 이, 크루끼리 모여 함성을 지르거나 사진 찍는 이들로 가득했습니다.
2층에 올라가니 큰 비닐을 나눠주고 거기 옷과 가방 등 소지품을 넣어 맡기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E86번 봉다리에 세사람의 외투를 우겨 넣고 맡겼습니다.
셋이서 달리기 전에 사진 한장 찍고
체조하는 데 합류하여 가볍게 몸을 풀었습니다.
9시 35분 플코스 뛰는 이들이 맨 먼저 출발했고
9시 40분 하프 뛰는 이들이 출발했고
9시 45분 10Km 코스 뛰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출발 했습니다.
우리 팀의 이름은 3kims, 원경이가 작명했습니다.
발에 달린 전자인식표가 출발선에서 체크, 반환점에서 체크, 그리고 최종 골인지점에서 체크한다고 하니
천명은 족히 넘어보이는 이 무리들(10키로 참여자만 2천명이 넘었습니다)이 한꺼번에 달려도 모두 개별적으로 기록이 정확하게 체크되어 개별통지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셋의 목표는 서로 달랐습니다.
제일 잘 뛰는 원경이는 한시간 내에 들어오는 것이고 자와 나실이는 완주하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저는 '교신이 회복 기원 완주'라는 타이틀을 더하였습니다.
제가 완주를 하지 못하면 교신이는 그냥 망하는 것...^^
출발하기 전 마지막으로 셋이서 결의를 다졌습니다. 서로 신경 쓰지 말고 각자 잘 달리자...!!
걸을 때마다 오른발 뒤꿈치가 무척 아파서 걱정을 했는데
막상 달리기를 시작하니 몸이 앞으로 조금이나마 쏠려서인지 전혀 아프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운동장을 벗어나 1키로 정도는 사람이 하도 밀집되어 부딪히지 않으려고 신경을 써야 할 정도였습니다.
거기서 조금 지난 지점에서 원경이가 제 앞으로 앞서 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쫒아갈까 잠간 생각했다가 제 나이를 생각하고 곧 마음을 접었습니다. 10년만 젊었어도 따라 붙었을텐데 말입니다.
나실이는 달리는 내내 뒤태를 보지 못했습니다. 원경이 달리는 뒤태는 아직도 군살이 많다...정도?
3키로까지는 달려본터라 그 다음부터는 새로운 기록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쉬지 않고 달려 5키로 반환점에 이르자 정말 대단한 일을 이룬 것처럼 기뻤습니다.
양재천 다리를 건너 물을 나눠주는 곳에 도달했는데
티비에서 보던 것처럼 달리면서 물을 받아 멋지게 한모금 마시고 옆으로 던져버리려했는데
행사 도우미가 패트병 속의 물이 얼어있어 잘 따라지지 않는다며 저를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안 마셔도 되는데...ㅠㅠ 날이 추워(최저 영하3도) 별로 목도 마르지 않았는데...
어쨌든 멈춘김에 조금 걸었습니다. 연속달리기는 5.2키로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은 2백보씩 다섯번 걷고 앞 사람 엉덩이만 보면서 간신히 뛰었습니다.
겨우 골인지점을 통과하였습니다.
하늘에선 가벼운 눈이 완주를 축하하듯 내려왔습니다.
간식과 완주 메달을 받고
미리 도착하였을 원경이를 만나기로 한 쉼터에서 찾아 만났습니다.
목도 마르지 않고 배도 고프지 않고 걸을 때마다 뛸 때는 괜찮던 뒤꿈치만 지독하게 아파왔습니다.
조금 있다가 나실이도 예상보다 빨리^^ 엠블란스도 타지 않고 잘 달려 도착하였습니다.
셋이 완주 기념메달을 들고 사진 몇 장을 찍고
종합운동장 서문쪽에서 카카오택시를 불러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택시가 뚝섬 유원지 역을 지나 조금 가서 원경이가 핸드폰으로 전송된 자기 기록이 58분이라고 하고 나실이는 1시간 21분이라 하였습니다.
제 기록은 엄마번호로 깄을 것이라고 전화를 걸어 확인하여 알려주었습니다.
1시간 10분 58초. 거리는 10.34키로미터. 1분30초는 최소한 빼줘야 10키로 기록이 되겠지요.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그 짧은 거리를 셋이서 절뚝거리며 행진하였습니다.
저는 발 뒤꿈치때문에, 나실이는 손목과 무릎이 아파서, 원경이는 오른쪽 발바닥 물집이 터져서 ...
집에 도착하니 12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어제 나실이가 만든 미역국과 밥과
진실이가 끓여준 오뚜기 오라면이 어우러진 진수성찬을 점심으로 먹으며
10키로 달리기 이야기가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행복이 팝콘 튀듯하였습니다.
원경이 기록이 담긴 셀카
성명 : 김원필, 배번 : 인 참가자가 1 명 존재합니다.-10km 남자 1,234명
순위 | 참가번호 | 이름 | 참가부문 |
1036 | 3022 | 김원필 | M |
완주 기록 |
01:08:44.06 10.3km 기록 01:10:59.7 |
출발 | 체크포인트 |
09:46:55.57 | 00:31:3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