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쩜쩜/잡문

에어컨...

주방보조 2019. 8. 2. 07:16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무도 없다.

 

작은 아들은

 

보름 전 울며울며 군대에 끌려 갔고

 

큰 아들은

 

사흘전 에어컨 때문에 삐져 직장 근처로 달아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무도 없다.

 

세째딸은

 

반년전 자원하여 군대에 장교로 갔고

 

대리가 된 두 큰 딸들은

 

날마다 그 조그마한 직장들이 시간을 다 먹어버린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무도 없다.

 

현관에

 

타지도 않는 환갑선물 자전거가 삐죽이 벽에 기대어 서 반긴다.

 

난 안 반갑다.

 

창가에

 

내 회전의자에 앉았다.

 

 

 

그냥 냅두시지

 

열대야에 조금 못미치는 밤

 

24.9

 

에어컨 잠시 팡팡 틀어 몇푼이나 나간다고...

 

 

 

 

 

 

  • malmiama2019.08.02 07:51 신고

    외로움이 물씬TT

    답글
  • 들풀2019.08.02 17:21 신고

    ㅎㅎ
    등두드려 드리고 싶네요
    그게 머라고
    이러고 계시니는 거냐며
    산책이나 가십시다 이러면서요^^

    답글
    • 주방보조2019.08.02 21:48

      ㅎㅎ...고맙습니다. 등을 두드려 주시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ㅜㅜ

  • 김충신2021.11.22 16:58 신고

    기억나네요. 목동에 있는 작은 사단법인에서 일하던 때... 너무 더워서 잠을 이루지 못해, 아침에 일을 제대로 못 나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당시 회사 앞에 있는 찜질방 겸 목욕탕에 한달짜리 정기권을 끊어놓고 수면실에서 잤었죠.

    아버지, 그래도 더우면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는 제 철학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특히 직장다니면 더 그래요. 직장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니까요?ㅋㅋㅋ

    이게 벌써 2년도 더 전의 일이 되었군요.

    답글
    • 주방보조2021.11.22 19:14

      평생을 참고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버지를 성급함이 아직 가시지 않은 네가
      이해하려면 세월이 더 필요할 것이다.
      참고 견디는 힘이 인생의 결코 패하지 않는 요체다. 너에게 이 내공이 전해질 수 있다면... 넌 천하를 경영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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