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쩜쩜/잡문

열쇠와 일사병

주방보조 2018. 8. 17. 21:35

아놈의 집구석

훔쳐갈 보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열쇠를 안주네

이래 봬도 내가 장남인데

내 돈으로 복사한다 해도 안된다 하네

친구도 하나 없이

집구석에만 처박혀 있는

저 늙은 백수

언젠가는 이 치욕을 되갚아주리

 

너무 더운데

에어컨도 안 달려있는 내 거실방

내가 며칠 외박하며 무리하고 다니긴 했지만

의사왈 일사병이라네

이건 순전히 저 구두쇠가 에어컨을 안 달아준 탓

내 아픈 건

우리의 거지같은 환경때문이라 하니

누구누구네도 에어컨 없다더라며 성질만 버럭버럭 내네

 

아 나는 언제나 독립하나

디제이 형님이 부럽고

디에이치가 부럽구나

부자 아버지 만나 넉넉하고 편안한 저들이 한없이 부럽구나

나는

나는 

언제나 번듯하게

시계콜랙션룸을 따로 갖춘 번쩍이는 삶을 살 수 있으랴

 

게다가

나혼자

아버지 엄마 전재산 다 독차지 해도 턱없이 모자란데

우린 오남매

아 이놈의 집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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