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까지
우리집의 좋은 전통으로 자리잡을 뻔한 용돈받기는 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새해에도 역시 잘 진행될 것이라고 한톨의 의심 없이
통장 확인조차도 하지 않았습니다.
중간 중간 나실이가 충신이가 용돈을 안 빠지고 잘 넣고 있는지 확인하세요 라고 충고를 했지만
그럴 필요 없다고 하다가
삭달전쯤 우연히 전화요금 나가고 들어오는 통장을 확인해 보니 충신이가 보내야할 전화요금이 들어오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통장정리를 해보니 작년 12월분 부터 전화요금을 입금시키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용돈 통장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올 1월부터 충신이는 용돈을 넣고 있지 않았습니다.
아마 2학기 대학원등록금 준비하는 일이 힘겨우니 그렇게 된 것이라 이해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에게 통보라도 하고 그렇게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좀 섭섭했습니다.
이 용돈받아 기금만들기 프로젝트는
다섯놈이 모두 참여해야 의미있는 일이라서
한 놈이라도 틀어버리면 나중에 다툼의 여지만 남길 뿐이란 판단이 들어, 규모가 더 커지기 전에 여기서 그만 두고 돌려주어야겠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직장생활을 오래한 진실이가 제일 금액이 컸습니다. 월급이 반토막이 나도 용돈은 제일 먼저 그대로 입금하여 온 착한 딸 1155만원
나실이는 진실이보다 1년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중간에 9개월간의 실직 사태도 있었으나 조금이라도 더 드리려고 애쓴 착한 딸 830만원
충신이는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95만원, 작년 12월분부터 올 8월분까지 밀린 전화요금이 85만원, 차감 금액이 10만원, 착한 아들?^^
원경이는
왜 그만 두시는 것이죠, 내년부터는 저도 할 수 있는데, 저는 훌륭한 제도라고 생각했는데...반발했지만 이미 고집장이 아버지가 작정한 일이므로 마음속에 아쉬움으로만 남게 되었을 것입니다.
교신이도 자신은 용돈드리기에 잘 참여했을 것같은 표정을 지어주었지요.^^ 물론 그 놈의 깊은 속을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
애들아
엄마 아빠는 노후 걱정이 없단다.
상계동에 조그만 아파트가 한 채 있고, 빚이 전혀 없고, 퇴직연금하고 국민연금하고 받으면 매달 최소 200만원 수입은 된다.
너희에게 강요했던 용돈은
너희들 소비성향을 줄여주고
부모공경하는 법을 가르치고
그 돈이 모이면 기금을 만들어 너희들 자녀 교육하는 일이나 공동으로 사회 기여하는 일에 모두 참여시키려는 뜻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무리한 시도였던 것같다.
너희들이 중소기업의 박봉이나 비정규직의 상황을 벗어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자.
물론 그러다 보면 나는 미리 주님께 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ㅎㅎㅎ
...
진실이는 용돈을 드리면서 아마 언젠가는 돌려주실 것이라고 예측을 했답니다. 나실이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노릇을 잘 하려고 할 것이 아니구나...
그냥 다들 태어난 그릇대로 자기 힘으로 자기 삶을 사는 것이 맞겠구나...
잘살든 못살든 이젠 다 너희 각자의 몫이로구나...
아이들에게서 한 발 더 멀어져 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면
늙는다는 것은
내게서 아이들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이들에게서 떠나는 것인듯 느껴집니다.
그들을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일이 점점 더 없어져 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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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물러설 것 같지 않았던 집요하리 만큼 덥기만 했던 여름이 물러섰어요.
답글
밤이면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선선해졌고,
빗줄기가 스치고는 있어도 이미 가을 하늘을 선물하기도 하구요.
적은 월급으로 매 달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애들이 착한거지요.
물론 제도적으로 만들어 놓으면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거예요.
주변에서 보면 꼭 받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굳이 용돈이라는 명목으로
받는 일에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구요.
그보다는 스스로 독립해서 결혼한 아들, 때때로 챙겨주는 아들...이 고맙기도 해요.
둘 중 하나는 다르다는 건 작은아이는 경제개념이 좀 약해서 걱정도 돼요.
좀 아쉽기는 하네요.
다섯 아이들에게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어땠을까 싶어서요.-
주방보조2018.09.04 17:22
한빛이는 경영학 전공이지 않나요?...경제개념이 약할 리가요^^ 날마다 공부하는 것이 그런 것일텐데요.
우리 아이들이야말로 제 눈엔 모두 경제개념이 없어보입니다.
제 전공이 경제학이어서 경제개념의 눈높이가 너무 높은 탓인지...모르겠지만요.
제 나름으론 맞다 싶은 것을 가르치는데, 아버지가 별로 부자가 아니라서 그러는지 신뢰를 안 합니다. ㅎㅎㅎ
아버지처럼 절약해서 살아봐야 별 볼일 없어보인다는 듯...먹고 싶은 것은 먹고 보고 싶은 것은 보고 가고 싶은 곳은 가고 사고 싶은 것은 사야 다들 직성이 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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