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쩜쩜/잡문

1박2일...여름휴가 2

주방보조 2018. 7. 23. 07:47

 

'저는 이런 농촌은 싫어요'

깜깜한 리조트 뒤쪽 농로를 따라 걸으면서 교신이가 한 말입니다.

기회만 있으면

너 나랑 시골가서 농사짓자 ...라고 싱거운 소리를 해대는 아버지에게 하는 말입니다. 

아버지의 하루 2만보를 채우기 위하여 하늘에 은하수를 확인하고 감탄을 서로 연발한 후에 주변을 걸으며 까맣게 어두운 농촌의 밤을 처음 경험하고 기겁한 막내아들이 아버지에게 앞으로는 좀 농촌 살자는 싱거운 소리 하지 마시라는 것이지요.

저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농촌생활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밝을 때 행복한거야. 밤엔 자야지...푹...'

 

2만보가 채워지고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잤습니다. 

원경이의 증언에 의하면 코를 심하게 고는 아버지와 사촌형 사이에 누워 있는 교신이가 좀 가여웠다고.  

 

아침이 밝았습니다.

조카와 저는 아이들이 일어날 때까지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주변을 산책하며 그리고 방 앞 야외용 탁자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메국에 살고 있는 가족들 이야기...갈등과 아픔, 기대와 소망...도움이 되어주지 못한 아쉬움이 제 마음을 가득 채웠습니다. 

오전 9시가 넘어가면서 아이들을 깨우고

저녁에 먹고 남은 음식들을 데우고 나머지 시장봐 온 것을 탈탈 털어 식사를 하였습니다. 

입안이 조금 좋아졌는지, 교신이도 든든히 배를 채웠습니다.  

 

오전 11시 조금 넘어 그 리조트를 떠났습니다. 

 

...

 

만리포로 갔다가 천리포 수목원을 들러서 서울로 돌아가기로 정했습니다. 

동해와 서해 둘 중 어느쪽이 더 나은가 누가 묻는다면

저는 동해가 더 낫다 말합니다. 서해쪽은 길들이 매우 좁고 구불거려 지도상으로는 거리가 서울에서 가까워 보여도 실제 걸리는 시간은 훨씬 더 오래걸리기 때문입니다. 다른 것들은 장단점이 엇비슷할 것입니다. 물론 오로지 제 주관적 생각입니다. 남해는 너무 멀어서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습니다만, 원경이는 항상 남해바다를 동경합니다.^^ 젊으니 차 오래 타는 것이 별 부담이 안되는 때문일 것입니다. 

 

만리포쪽 해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또 다시 나실아 고마워...를 외쳤습니다. 

탁 트인 바다,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고 너른 모래사장이 쫙 펼쳐져 있고,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진짜 바다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나실이가 호수같은 작은 바다를 옆에 낀 그 리조트를 예약한 덕분에...나증에 본 이 바다가 더 크고 아름답게 눈에 들어올 수 있었다는...^^

 

천리포수목원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처음 방문하였습니다.

입장료가 9천원이나 하다니...놀랐지만

해안가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자연에 들러쌓여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 입장료 아까운 생각이 훅 사라졌습니다.

 

길을 따라 걸으며  

한 사람 그것도 외국인인 민병갈님의 수고가 만들어 낸 오래된 수목원의 정취가 우리 일행들을 평안하고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오후 3시 다들 식욕이 없어서 점심은 건너 뛰기로 하고

바닷물에 몸을 담궈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다음엔 가족들 모두 함께 오면 좋겠다...모두의 생각이 그와 같았습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와서 

서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1박2일동안 자연속에서 누렸던 우리들의 아름다운 기억들은 

거의 두시간에 걸쳐 뇌세척을 당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지옥에 살고 있다고...교통지옥... 행복하려면 서울에 올라오면 안되는 것이었다고...

 

그러나^^

스마트폰에 담겨 있는

사진들이 우리를 구원해 줄 것입니다. 

 

 

 

 

 

 

 

 

 

 

 

 

 

 

 

 

 

 

 

 

  • 한재웅2018.07.23 08:38 신고

    예전에는 바다를 보려면 동해는 너무 멀어 주로 서해쪽으로 갔더랬는데 지금은 동해쪽으로만 가게되네요.

    답글
    • 주방보조2018.07.23 16:24

      속초까지 동서울터미널에서 2시간이면 가고 강릉까지 3시간이면 가니...저도 주로 동해로 갔었습니다. 물도 깨끗하고...모래사장도 너른편이고, 시설들도 좀 더 낫지 싶습니다. 그래도 소소한 재미는 서해가 나은듯...

  • 김순옥2018.07.23 08:41 신고

    가족이 다 가신 게 아니군요.
    한얼이 어려서 대중교통을 이용, 오랜 시간을 걸쳐서
    천리포, 만리포 해수욕장을 갔던 기억이 나네요.
    수목원은 들렸던 기억이 없구요.
    저는 사실 여름 나들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덥고 습하고...

    온 가족이 함께 갔으면 더 좋으셨을텐데요.
    아버님도 교신이도 좀 마르신듯 해요.
    여름에는 가끔 보양식도 챙겨드시고 체력보강을 해야 돼요.
    연일 찜통 더위에 어젯밤에는 열대야까지...
    올 여름도 무사히 잘 지나가길 바라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8.07.23 16:32

      감사합니다. 더워도 너무 덥네요. 교신이는 혀에 문제가 있어서 못 먹어 살이 빠지고 저는 올 초부터 쭉 몸무게가 즐고 있습니다.
      천리포수목원은 한번 기회가 되시면 가보시길...^^
      저도 만리포 천리포는 결혼 초에 한번 가보고 거의 30년만에 간 것입니다.
      의외로 반갑고 좋았습니다.

  • malmiama2018.07.23 10:22 신고

    좋네요~대리만족스럽습니다.^^

    아주 오래전 초보운전 시절, 수동기어 르망으로 휴가 때
    안면도..만리포,천리포,백리포,십리포..다녀왔었는데
    정민이가 화장실을 가려 고생한 기억이 나네요.

    답글
    • 주방보조2018.07.23 16:44

      ^^...저만 휴가를 다녀온듯 하여 죄송스럽습니다.
      날이 너무 더워서 오고 가는 길이 힘들었습니다. 피서는 오늘 낮에 걷기운동을 한 이마트 에어컨이 최곱니다.
      나라가 어수선한데...이리 폭염이 지속되니 ...걱정입니다.
      건강관리 잘 하십시오...

  • 들풀2018.07.23 13:46 신고

    우리집 그 양반도(?) 아이들과
    저런 여행을 해 주었으면 참
    좋았겠다 싶어요
    졌습니다
    부러워 하니까요^^

    답글
    • 주방보조2018.07.23 16:48

      ㅎㅎ...부지런한 아버지들이 저같은 한량아비들에게 밀리는 유일한 항목일지도요.
      어쨌든
      날마다 원경이가 선망하는 남해바다를 보고 계시지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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