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쩜쩜/잡문

치매경험... 4

주방보조 2018. 7. 16. 05:28

지난 주에 메국에서 조카 재성이가 왔다.

월요일에 녀석 부부와 진실, 원경, 교신 그리고 나 다섯이서 포베이에서 점심을 먹고 클레식500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헤어졌었다.

어제 주일이라고 가톨릭신자인 녀석 처는 성당으로 가고 혼자 구리시에서 우리 동네까지 우리와 함께 예배하러 교회에 왔다.

점심을 함께 하고 목금 일박2일 나와 교신이 그리고 조카 셋이서여행을 가는 일에 대한 상의가 있었고

온양 찍고 만리포로 가기로 결정하고 나실이의 도움으로 만리포에 숙소를 예약했다.

 

녀석을 바래 주러 강변역까지 함께 걸어가며 어찌어찌 사는지 속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나름대로 고민도 많고 갑갑한 상황도 많아 혼자 돌아오는 길에 그에게 아무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하여 마음이 착찹했다.

오후 다섯시경의 1시간 산책이었는데

그것도 그늘 있는 곳만 골라서 다녔는데

집에 돌아와서 그냥 뻗어버렸다. 아마 7시부터였을 것이다.  태양은 나이가 들수록 무섭다. 피해 다녀도 그 열기에 몸이 녹는다. 

어쨌든 일어나보니 새벽 2시 이미 프랑스가 크로아티아를 4:2로 이기고 월드컵은 끝나 있었다.

오랜만에 푹 잤다.

 

그시간 만보계를 체크하니 어제 1만2천보, 8천보가 모자르다.

 

가스레인지에 어제 먹던 미역국이 놓여 있어 혹시나 하여 한번 끓여 놓으려 불을 켰다.

그리고 교신이 방을 들여다보니 새벽 3시가 넘어가는 시간인데

놈이 개꿀, 개꾸울, 개꾸우울...하며 LOL에 푹 빠져 계셨다.  

좀 적당히 하고 자거라 한마디 꼰대소리 던지고

아버지 운동간다 하고서 집을 나섰다.

 

한강에 접어드니 텐트촌이 마련되고 있었고 그 옆 광장 가엔 워터슬로프?공사가 진행중에 있었다.

구경삼아 거기를 한바퀴 휘 돌아보고

한강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날이 맑으니 하늘의 별이 참 크게 보인다.

'창공에 빛난 별 물 위에 어리어'...를 흥얼거리다

강변의 불빛들 때문에 한강물에 어린 별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물이 잔잔하면 별빛이 바닷물에 새겨질까...

그러다 문득 만리포에 남자 셋만 갈 것이 아니라 원경이와 재성이 처를 함께 동행시키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숙소 하나 구하면 되고 못구하면 남자들은 차에서 자면되니까...

 

윈드서핑장이 끝나는 곳부터 잠실대교까지 달렸다. 몸무게가 확 줄면서 달리는 것이 훨씬 편해졌다.

잠실대교 아래서 만보계를 체크하니 4200보. 돌아가면 2만보 채우기는 충분하다. 중간에 오십견을 위한 운동을 조금하면 된다.

 

...

 

새벽 4시 반...집 복도에 접어드니 꼬리꼬리한 음식 냄새가 났다.

교신이방을 들여다 보며 책상에 여전히 앉아 있는 녀석에게 물었다.

너 야식 만들어 먹었니? 복도에 음식냄새가 나... 자지 않고 뭘하는거냐...

녀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했다.

네? 저는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 아빠가 미역국 불 켜 놓고 나가서 타는 냄새에 엄마가 깨셨거든요.

 

헉...

내가 미역국 불켜 놓은 것 까맣게 모른 채 새벽에 1시간반을 운동하고 돌아 온것이다.

안방에 들어서니 등을 돌린채 누우신 마눌님이 엄하게 말씀하셨다.

당신 조카랑 교신이랑 셋이 여행가서 절대 불 근처에도 가지 마세요. 정말 걱정되요. 알았죠!

나는 ...네...하고 공순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아... 이 경고조차 잊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큰 일이다.

 

 

 

 

  • 주방보조2018.07.16 06:43

    둘풀님 경고때문에
    본문에는 치매라는 말을 한마디도 안 썼습니다.

    답글
  • 들풀2018.07.16 07:09 신고

    제목보고 숨이 헉 막혔습니다
    아.
    이 폭염에 서울까지 가야겠군!

    저런일은 10년전부터 전 다반사!

    답글
  • 김순옥2018.07.16 08:49 신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놓고 잊는 것은 젊은 나이에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랍니다.
    하지만 나이가 더 들어서 기억력이 자꾸 나빠진다면 잠금장치를 하는 게 방법이구요.
    큰언니가 그랬고 그래서 엄마도 해드렸구요.

    저는 한얼이가 초등학교 6학년때 서교동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어디쯤 갔을까...
    갑자기 사골국을 올려 놓은 가스레인지 불을 껐는지 여부가 확실치가 않았어요.
    당장 달려갈수도 없고, 한얼이 학교가 그리 멀지 않아서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서
    한얼이가 집에 다녀올 수 있도록 부탁을 드렸고, 결과는 불이 꺼져있었구요 ㅎㅎ

    저희 아파트도 그 부분에 대한 방송이 요즘 자주 나오더군요.
    특히 가스레인지 불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할 부분이에요.
    치매와 상관없이 잘 잊는 부분이구요.

    답글
    • 주방보조2018.07.16 16:25

      저도 사실 여러번 가스렌지 사고를 일으켰었습니다.
      특히 원경이가 간난아기때 정말 여러번 우유병과 젖꼭지를 삶다가 태워먹었지요.
      그러나
      이번의 문제는
      교신이에게 너 야식해 먹었느냐 묻고 아빠가 태웠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가스불을 켜 놓고 나갔다는 것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ㅎㅎ...

  • 한재웅2018.07.16 18:25 신고

    하루 2만보 걸으면 상위 1%안에 들겠어요^^
    저는 하루 13.000보 정도 걷는데 상위 5%안에 꼭 들더군요.

    답글
    • 주방보조2018.07.16 21:22

      전 옆구리에 차고 다니는 만보계라서 그런 통계를 모릅니다.
      혹 스맛폰 앱인가요? 한번 2만보 걸으신 경우가 계신다면 ...퍼센트를 알려주세요^^궁금하네요.

    • 한재웅2018.07.17 06:51 신고

      넵^^

  • malmiama2018.07.17 08:43 신고

    저는 20,30,40,50대 때 한 번씩은 경험했지 싶습니다.
    저보단 아내가 더 많았구요. ㅎㅎ
    대행히 주무시는 엄마가 깨어있는 교신이보다 신속했네요.
    교신이는 자신의 일에 집중하느라 그러셨겠고 ^^

    답글
    • 주방보조2018.07.17 15:23

      제가 요즘 빈번하게 사고를 치는 중입니다. 불을 사용하면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를 새로운 규칙으로 삼았습니다.^^

  • 김충신2018.07.18 15:46 신고

    아버지 예전에 김치찌개도 불 켜놓고 운동하러 가신적 있잖아요...ㅋㅋㅋ 과도한 걱정은 정신건강에 해롭습니다

    답글

'쩜쩜쩜 > 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박2일...여름휴가 2  (0) 2018.07.23
1박2일...여름휴가 1.  (0) 2018.07.21
치매경험...3  (0) 2018.07.06
치매경험...2  (0) 2018.06.27
6월...이런저런...^^  (0) 201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