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쩜쩜/잡문

1박2일...여름휴가 1.

주방보조 2018. 7. 21. 15:23

메국에서

2년만에 조카가 놀러왔습니다.

한달여전쯤 미리

삼촌과 1박2일 여행을 하고 싶다하여...마눌님의 허락을 득하고

날짜를 정하였습니다. 아, 날짜만...7월19-20일.

 

지난 주일 나실이의 도움으로 펜션 하나를 예약하였습니다.

장소는 창에 걸어놓은 지도를 보고 제가 정하였습니다. 온양 찍고 펜션찍고 천리포...

아이들 중엔 대학생들 ...혀가 아파서 밥도 못먹는 신입생 교신이와 자기정체성을 찾아 아직도 조금 헤매는 4학년 원경이가 동행했습니다. 

 

10시쯤 조카의 차를 타고 

12시 조금 넘어 온양에 도착했습니다. 

왕언니님의 따님네가 새로 열었다는 카페(카페 밀마로 http://blog.daum.net/misuny3130/13658968) 에 들러 맛있는 아메리카노 커피와 아이들이 골라온 빵?을 먹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아빠와 커피를 마시다니!!! 원경이의 감탄이 귀에 아직 살아있습니다.^^ 

젊은 아가씨들이 주요 고객인듯 ...실내보다 앞 뜰이 저는 더 좋았습니다. 

 

조카에겐

온양을 빙자하여 

눈물겨웠던 나의 어머니와 누나, 즉 그의 외가집 온양살이에 대하여 조금 털어놓았습니다. 

아버지와 헤어지고 외할아버지를 떠나 장곡에 숨어 교사생활을 하시던 어머니께서 좌골신경마비로 쓰러지시며 교단에서 물러나시고 

겨우 절뚝이며 걸을 수 있을 만큼 회복하자 먹고 살 길을 찾기 위해 온양으로 올라왔던...어머니의 온양생활, 나의 5-7살 3년, 

그리고 그 마지막 해 

고모부란 사람이 찾아왔고

이어 아버지라고 불러야 한다는 남자가 찾아왔고

드레스 미싱과 편물기계가 우리집에 들어왔고

그날부터

너의 엄마, 나의 누나는 또 오마 약속했던 그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온양역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머니의 모진 매질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빼지 않고 그와 헤어졌던 바로 거기에서 오또기처럼 앉아 기다리고 기다리었었고...

결국 누나가 어머니를 이겼고, 그래서 겨우 오 원이면 온가족이 온천을 할 수 있었던, 말잠자리가 붕붕거리며 날아다니고, 비만오면 들판에서 비오는 날이면 공치는 날이다...라는 합창을 하며 뛰어 다니고 개울엔 형들의 바구니에 붕어가 넘쳐나던, 그 온양을 떠나 내겐 너무나도 무시무시한 아버지가 계신 대전으로 가게 되었다고.     

 

자동차로 산정호수를 한바퀴 돌고 

3시 정각에 나실이가 예약을 해준 펜션...새섬리조트에 도착했습니다. 

그 큰 4동의 팬션 전체에 유치원 다닐법한 아이 둘이 있는 가족 하나 외엔 우리가 전부였습니다.

조카와 원경이는 4km거리의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봐오고, 그사이 나와 교신이는 주변을 탐색했습니다.

바다는 앞에 있는 섬들로 가려져 마치 호수 같았으며

모래사장은 매우 적었으며, 나머지는 굴껍데기가 가득한 뻘이고, 갈매기조차 딱 한마리가 어슬렁거릴 뿐이었습니다. 

탐색의 결론은 이러했습니다. 

이 팬션은 편히 쉬기에는 괜찮으나, 재미있게 놀기에는 부족하다.^^

 

방은 습기가 차 있어 곰팡내가 조금 났으며, 

이불이 다 눅눅하게 젖어있어 햇볕에 말려야 했습니다. 다행히 오후 내내 햇볕이 따가워서 이불 말리기에 좋았습니다.

시장봐온 것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교신이는 혀가 아파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고, 결국 그 맛있는 찌개와 고기는 나머지 세 사람이 과식으로 해결하여야 했습니다.

 

날이 맑으니 별들이 보기 좋았습니다. 함께 주변 길을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과연 앞 산 위에 떠 있는 큰 별이 그 빛을 호수같은 그 바다 위에 어리게 한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다들 아니라고 하는데 저는 그들이 납득할 때까지 각도를 잡고 거리를 바꿔가며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가장 크게 반대했던 교신이조차...아 정말 별빛이 맞네요...라고 하는 순간 잠깐 대뇌 피질에 희열이 스쳐지나갔다는 것 아닙니까? ^^

그리고 새벽 한시, 하늘에 반달도 지고, 은하수를 보았다는 눈 좋은 교신이를 대동하고 확인차 같이 나갔더니, 그 옛날 어릴적 누나가 저게 은하수야 라고 가르쳐 주었었던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은하게 아주 옅은 구름같은 띠...바로 그 은하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만리포에 있는 펜션이었으면 바닷물 위에 어린 별빛도, 하늘 위의 은하수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빈약한 모래사장과 거친 뻘에, 낮에는 이곳을 덜컥 예약해버린 나실이를 약간 원망했었는데

미안해 나실아...

고마워 나실아...

너때문에 은하수를 보았어...ㅎㅎㅎ

 

 

 

 

 

 

 

 

 

 

 

 

 

 

 

 

 

 

 

       

 

 

 

 

 

  

 

  • 한재웅2018.07.21 21:05 신고

    온양에서 사셨군요!
    제고향이 아산과 가까운 천안시 불당동입니다.
    온양에 큰고모가 사셔서 걸어서 놀러가곤 했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8.07.21 23:38

      지도를 살펴보니 정말 생각보다 굉장히 가깝네요. 거리계산을 해보니 16.1Km...천안시 불당동에서 아산시 온천동까지. 40리,,, 4시간에서 5시간은 걸리셨겠군요... ㅎㅎ오래전에 이웃사촌이었구요^^

  • malmiama2018.07.22 07:24 신고

    추억스러운 장소였겠습니다.
    특별한 휴가원 구성에..이어질 여름휴가 2를 기대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8.07.22 17:06

      언젠가 다시 한번 가서 기억을 더듬어 볼것입니다.^^ 이번엔 너무 여유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 들풀2018.07.22 16:13 신고

    정감나는 여행후기로군요.
    뜻깊은 시간이였네요?
    은하수까지^^
    아이들도 아버지랑 함께해서 좋았을겁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8.07.22 17:11

      조카가 그러더군요. 아버지란 이름을 부르면 왠지 눈물이 핑 돈다구요. 매형도 그리 이 아들과 좋은 사이를 유지하진 못했는데 말이지요. 제가 옛이야기를 하면서 울컥하는 것을 눈치채고 한 말입니다. 아이들은 아마 이 조카처럼 제가 죽고나면...아버지란 이름 앞에 찡함이 있겠지요. 헛...김치국일 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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