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감독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섰던 강문호 목사가 지난달 24일 총회특별재판위원회에서 폭로한 금품선거 의혹은 감리교회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를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치부를 드러내서라도 감리교회를 정화시키고자 한다는 그의 행동은 한편으론 인정할 만 해 보이지만 제한된 증거를 가지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듯해서 씁슬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강 목사는 선거 운동 중 끊임없이 부담금 지연 납부로 인한 피선거권 자격 시비에 휘말렸고 이런 저런 이유로 지지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의 선거운동 진영에서는 급감하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선거 몇 주 전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괴문서를 전국 유권자들에게 대량 살포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지지율은 만회할 수 없을 정도로 하락했고, 불법선거운동을 고발당할 처지에 놓이자 부랴부랴 금권선거 운운하며 선거를 내려놓겠다는 글을 발표했다. 이 같은 상황이었기에 강 목사가 선거운동중단이나 패배를 합리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금권선거의혹을 과장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었던 것이다.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부흥사와 목사로서 그의 이번 결단을 나단 선지자에 비유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폭로의 근거가 한 개인의 제한된 경험에 따른 특수 상황이었다면 전체 감리교회는 그의 발언으로 일거에 지저분한 집단으로 억울하게 매도당한 셈이 된다. 일부 그룹과 인사들이 선거를 돕겠다며 금품을 요구하는 선거 브로커 노릇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모든 감리교 목사나 장로들이 그렇게 뻔뻔하고 비양심적인 것처럼 발언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강 목사는 자기 진영의 경험에 비추어 모든 후보들이 최소 20억원 이상을 썼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는 논리의 비약이며 자신의 특수한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추론한 것일 뿐이다. 어떻게 목사가 아무도 모르게 20억~30억원이나 되는 돈을 끌어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돈을 요구했다는 사람들과 돈을 받았다는 사람을 증인으로 내세우지만 그 많은 돈을 불법적으로 동원했다는 혐의는 어디에서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감리교회의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는 어느 정도 선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전국 방방곡곡, 게다가 미주지역까지 무려 7500여 명에 이르는 유권자를 상대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5000만원이나 되는 등록비용을 납부하고, 선거운동본부를 조직하고, 명함을 만들고, 동영상을 제작하고, 문자를 보내고, 전국을 순회하고, 11개 연회에서 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참모들과 함께 움직이고, 숙박하고, 식사하다 보면 선거비용은 수 억을 훌쩍 넘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은 표를 사기 위한 비용이 아니다.
강 목사의 주장이 전혀 과장 없는 사실이라도 그는 더 신중했어야 했다. 감리교회의 수장이 되겠다고 두 번씩이나 출마했던 분으로서 그의 발언은 감리교회 전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뜬금없는 ‘8억’ 발언으로 얼마나 심각한 오해가 일었는가? 감리교회의 공신력은 대내외적으로 얼마나 추락했고, 바르게 투표에 참여한 대다수 감리교 목회자들과 장로들의 얼굴은 부끄러움으로 얼마나 뜨거워졌는가? 일부 돈을 받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감리교 목사나 장로들이 다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망상이다. 대다수 감리교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은 돈에 매수돼서가 아니라 감리교회의 미래를 생각하고 기도한 끝에 결단하고 깨끗하게 투표한 유권자들임을 알아야 한다.
(국민일보 지방판 게재 후 강문호 목사가 선거과정에서 있었던 매표 행위 사례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나왔다. 본 기고문이 본래 의도했던 바도 부정선거 관련자료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취지였기에 그 점은 인정하지만 여전히 특수한 경우를 일반화하는 오류의 문제는 남는다. 그리고 익명으로 처리해 발표한 내용이 또 다른 분분한 억측을 낳을까 우려된다. 귀국 후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이런 부분들의 궁금증이 확실하게 풀어지기를 기대한다.-필자 주)
최효석 목사(무지개언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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