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제법 나이가 들어
이제는 이성교제를 하지 않는다면 이상할 시기가 되었구나.
사실
국민학교 4학년부터 남녀 분리 상태로 대학원까지 지낸 탓^^에
젊어서도 변변한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본 내가
너같은 새로운 세대 아이들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아버지로서, 염려되는 바가 있어 한마디 하려한다.
이성간의 사랑이란
고린도전서 13장에서 말하는 사랑과 자못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내가 네게 그런 사랑을 해야한다고 말 한다면, 그냥 네가 피식 웃고 무시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네게 하려는 말은 그런 것이 아님을 주지해 주기 바란다.
이성간의 사랑이란
모든 생명체에게 하나님이 부여하신 생존과 번식을 위한 본능에 기인한다.
이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고, 따라다니고, 잘 보이고 싶고, 무엇이든 잘 해주고 싶어지고, 이야기를 나누면 즐겁고, 헤어지기 싫고, 손 잡고 싶고, 키스도 하고 싶고, 함께 살고 싶어지는 열정...이것은 아마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들의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네 여동생이 그러더구나.
오빠는 집에서는 형편없는 건달처럼 보이지만, 밖에 나가면 정말 멋진 신사인척 한다고 말이다.
풋^^..웃었다만...이해한다.
너는 날 닮은 탓인지 모르겠으나 무엇에든지 중독이 잘 되는 아이였다.
그 모든 것이 열정이었다고 우기며 물론 너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지마는,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너도 생각해 보길 바란다. 어제도 네 막내동생이 이야기 했지만 네 고등학교 3년 내내 얼마나 피씨방에 단골로 들락거렸는지 피시방 주인이 네 동생인 줄 딱 알아보고 할인을 해주었다니 말이다. 이 외에도 너의 중독성은 여러가지로 나타났지만 다 아는 이야기이니 이만하자.
어쨌든
너에겐 이성간의 사랑도 중독, 과도한 열정으로 충만 할 것임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
이것은 참 좋은 것이기도 하다. 그런 중독성 열정이 없이 사랑을 했다고 말한다는 것이 어쩌면 얼마나 삭막한 일이겠느냐. 미쳐보아도 사랑에 미쳐보는 것은 그래도 도박이나 게임이나 춤에 미치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니까. 그리고 생명의 본능에 충실한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 열정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짐승에게도 있다. 아니 그들은 그 열정이 지나쳐서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암컷을 얻기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장면들은 자연다큐멘터리에서는 흔한 주제였잖느냐?
그러니
물불을 안 가리고 경우를 따지지 않고 무법적이고 무지막지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뻐길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동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른 동물들과는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존재여야 하지 않겠느냐?
나는
사랑에 있어, 인간의 다른 그것은 배려와 책임이라고 믿는다.
그렇다고 모든 생명체들이 짝짓기만 하고 무책임하고 배려하는 것 없이 떠나가는 존재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도 배려할 것은 배려하고, 책임 질 것은 책임을 진다. 어떤 경우도 예외없이 규칙이 있고 금기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하는 것이 불가능할테니까 .
그러나 사람은 그것에 있어서 엄청날만큼 특별하다.
인류의 모든 스승들이 가르친 도덕과 철학들은 책임과 배려라는 특출난 인간의 사랑의 요소에 그 기반을 둔다고 나는 믿는다.
...
아...미안하다. 나의 잡설이 너무 길었다.
너의 난독증을 가끔 잊는다.
빨리 결론을 내려야 네게 조금이라도 먹혀들겠지.
그래...지금 내가 네게 간절히 하고 싶은 말은 그녀에 대한 배려다.
공부에 지장없이 만나고 있다고?
그것을 누가 판단할 수 있느냐?
좋아한다면, 공부에 지장이 없게 만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너무 그러시지 말라고?
그럼 지금이 그렇게 한가하고 안일하게 지켜보기만 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하느냐?
왜냐고?
그 아이가 지금 고3이잖아...이놈아...짐승만도 못한...~~!!
조인스에서 추천을 하여...상당히 많은 이들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ㅜㅜ
-
으하하하!
답글
마지막에 빵 터졌습니다
고3....
웃을 일이 아니군요.. 빨리 군에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랑은 거리 자승에 반비례한다고 하잖아요! -
충신아~~
답글
나는 고3 초반에 같은 반 여자 아이를 사귄 적이 있단다.
밖에선 한 번 만나고...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몇 통 안되어 중단했지.
이유는, 둘 다 고 3이니까.^^
대학 들어가면 편지도 하고 사귀자고 내가 제안 했고 갸도 응낙했단다.
그런데,나는 재수를 하게 되었고, 갸는 이대 법대에 들어 갔단다.
2차까지 떨어진 날 편지를 보냈지. 약속 못지켜 미안하고...열심히 살라는 절교 편지.
크게 아쉽거나 미안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본격적인 연애를 미루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재수 후 들어간 대학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단다.
상대방이 고3..이면 배려와 격려와 기도가 필요하지 싶구나. -
음... 충신이가 제 아들이었다면 어떤 충고를 해줬을까...
답글
그렇게 입장을 바꿔서까지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저는 원필님의 이 편지 마지막 결론에는 동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같으면 그 고3 아이 시험을 망치고 진학을 망칠만큼 무서운 열정이 있다면 그게 진정이라면
네가 끝까지 책임져라!
그렇게 말해줬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노여워마십시오. ^^ -
"으하하하!
답글
마지막에 빵 터졌습니다"
포스트에 바로 이어진 한재웅 先生님의 댓글!
그대로 제 상태라...
막 웃었습니다.
"그 아이가 지금 고3이잖아...이놈아...짐승만도 못한...~~!!"
이 마지막 문장에... 이상의 논지가 잘 요약되어 있어서 더욱 그랬습니다. 으하하하~
그나저나...
충신이 아버님^^ 글을 읽어내리면서 '쇼펜하우어'가 떠올랐다는...^^*
...사랑이 인류의 종족유지라는 대전제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랑의 핵심이 바로 그것이라는...
여기서 그는 인류의 집단 종족 유지의 정신이 곧 '신'이라고 하죠.
인류가 지상에 오래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 신이 사랑이라는 묘약을 주었다고 그러네요.
좋은 얘기 하려는 거 같지만, 결론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사랑은 그런 신의 노예>라는 겁니다. ㅎㅎㅎ
인간 개체가 에로스적 환상에 속아서 그것을 행복으로 여기고 열심히 이기적인 집착에 매달리는 동안
신이 이루려는 인류 종족유지의 목적이 달성된다는 얘기요.
그 사람,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요?^^* -
'연애;라고 해야 하나요?
답글
여자친구는 얼마든지 사귈 수 있는 나이가 된 게 아닐까요?
다만 상대아이가 고3이라는 것인데,
요즘 아이들 고3이 아니라 더 어릴 때도 친구를 사귈 수도 있구요.
다만 충신이가 오빠로서 잘 보살펴주길 바라는 마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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