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대 가겠다는 아들을
어찌하든지 빨리 입대시키기 위하여(여러가지 종합적인 상황에 비추어)노력중인 와중에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아들 군입대 시키는 고충에 대하여 듣기는 하였지만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1년간 한 대학공부가 훌륭하게도? 성적으로 잘 드러났고
날마다 컴퓨터게임만 줄창 해대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입대라고 누차 강조하고
실제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심지어 녀석의 친구들조차, '너는 빨리 군대가는 것이 좋다'고 합창을 해 주셨고
마침내는 치사하지만
가정형편의 어려움을 들어 호소하고, 박근혜대통령의 내년부터 실행한다는 세째아이 대학등록금 공짜 공약을 들먹이면서 올해 군 입대하고 제대하면 2,3,4학년을 공짜로 다니게 되는 것이니, 큰 효도하는 셈 치고 군대가라고 압박을 가했습니다.
드디어 녀석이 1학기만 하고 가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고, 그 타협안과 무조건 하루라도 빨리 가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제 주장은 팽팽히 맞섰습니다.
일단 언제 입대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하고
녀석에게 공인인증서를 해오라 하였고, 병무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입대할 수 있는 날을 알아보게 하였습니다.
그것이 설날연휴가 지난 2월 12일이었습니다.
또 며칠을 꾸물거리다가 2월15일에 닥달을 하니 5월말에 입대할 수 있다고 보고를 하였습니다.
다음 주 2월18일에 다시 해보라 하였더니 10월말에나 입대할 수 있다는 보고를 하였습니다. 며칠 사이에 5개월이나 밀려버린 것이었습니다.
병무청에 전화를 하였습니다. 상당히 친절하였는데, 거의 비슷한 답변을 계속 해야하는 그 분들의 입장을 이해합니다만, 대부분 처음 물어보는 이들이란 점을 고려하여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그분의 말씀이 지금 신청하면 10월말에 입대하는 것이 맞고, 빨리 가려면 동반입대나 기술병 지원 그리고 의경시험, 마지막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5시에 '연기및 취소'한 이들의 빈 자리가 뜨니 그때 적당한 날자를 잡으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제안을 실천하기 위하여
2월22일 금요일 오후 5시...큰 기대를 안고 신청하는 일을 지켜보았는데
기대와는 다르게
그 시간에 컴퓨터는 접속인원이 너무 많아 접속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5시 10분쯤 접속이 되어 들어가니,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작년에 신검통지서가 날아왔을때, 녀석이 꾸물 거리다가 2월을 넘어서 3월중순 수업 하루 빼먹고 신검을 받을 때부터 미리 신경을 썼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때 대학 재학생은 다음해에 군입대할 날자를 미리 정할 수가 있었던 것인데, 물론 2학년 마치고 간다는 밑도 끝도 없는 녀석의 주장을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는 우리집 대원칙에 맞추어 그냥 놔두었던 탓도 있지만, 전혀 몰랐습니다.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공석이 수시로 뜨기도 한다는 정보도 떠 다녔고, 빈자리는 각지방병무청마다 다른데 서울은 금요일 오후5시라는 정보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리 30분쯤 전에 접속하여 대기하고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접속이 안 된다는 정보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지난 2월15일에 접속하여 5월말 입대가능이라는 녀석의 보고는 우연히 운 좋게 떨어졌던 공석이었던 것이지요.
결국은 녀석에게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달라하여
병무청->민원마당->민원신청->현역,상근,공익 민원->현역병 입영일자 본인신청...에 온가족이 시간 날 때마다 들락거리며 살펴보았습니다.
수백번을 들어가 수시로 눌러대도 아무 변화가 없더니
허걱!!...2월25일인가엔 10월말도 사라지고 11월의 입영일자들이 선두가 되었습니다.
...
대망의 금요일 3월1일 ... 손이 제일 빠른 신의 손 교신이를 훈련시켜 컴퓨터 앞에 대기 시키고 4시부터 본인신청 들어가서
5시가 되자마자 무조건 하루라도 빠른 날자를 잡으라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화도 없었습니다...라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아마 31절이라 쉬었나보다...다음 주 금요일에는 두배로 뜨겟지 하며 낙담을 가라앉히려 노력 중입니다.
녀석은 3월초에 의경시험을 보겠다고 신청했답니다.
시험은 뭘 보고?
달리기 같은 거예요.
그래, 경쟁율은 얼마쯤 된다니?
10:1쯤이요
헉...
눈이 좋지않아서 2급이니, 이것도 쉽지는 않겠다 싶습니다.
...
녀석의 짜증도 이해를 합니다.
그래도 식구들이 걱정이 되어서 한마디씩 하는 것에 대고 성질을 부리는 것은 잘못해도 한참을 잘못한 것이지요.
어떻게 됐어 물어보는 동생에게 성질을 부려 울리고
아버지들으라고 하는 말...모두들 하루 종일 군대군대 하니 성질이 난다나
다 너를 위해서 신경 써 주는 것인데 고마운 줄은 모르고
이런 짐승만도 못한 자식...네가 그럼 뭐든 다 알아서 해라 이놈아... 퍼부어 주었습니다.
혈기를 내면 2시간 정도 후에 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던데
지금 네시간 지났는데
다행히...괜찮네요.^^
...
제발...다음 주 금요일엔 반드시 4월중 입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
ㅎㅎㅎ
답글
군입대 빼돌리기에 온갖 거짓을 조장하고 큰 돈을 쓰시는 분들의 얘기는 어느 나라, 누구들의 얘기인가요?
여기는 칠스트레일리아라서 이런 風, 가족문화가 가능한 건가요?
맏아들 군 입대 시키기...진행중~
참 건강한 7인이십니다.^^*-
주방보조2013.03.02 08:03
해군 공군도 일찍 갈 수 있는데...거기는 고등학교 내신을 본답니다.^^
의경은 10:1도 겨우 3일만에 그리된 것이니 최종 경쟁률은 장난이 아닐 것이구요.이번에 합격해도 12월 말인데 조기입대신청을 하면 극히 일부는 가능하구요.
기술이 하나도 없으니 기술병도 안 되고
같이 들어가줄 친구도 없으니 동반 입대도 안 되고
다음 주에도 안 되면...천상 11월에나 입대할 것같습니다.
그러느니 차라리 2학년 마치고 가라 하게 될 것같기도 하구요...머리가 딱딱 아프답니다.
뭐...당연히 국방의 의무를 잘지키려는 것도 있지만^^ 충신이는 정신을 차리게 할 딱 좋은 곳이 군대다 싶은 것도 작용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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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필님, 말장로님과 함께 너무나 귀한 분들이 오셨는데
답글
제가 경황이 없어서 응대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송구합니다.
정말 반가웠는데 만남과 이별에 걸린 시간이 너무 짧아 너무 아쉬웠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
제 큰아이도 군 입대하는 것 밍기적거리기에 제가 병무청에 신청해 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서운해 하는 것 같더니 제대 후에는 아버지가 잘 신청했다고 하더군요^^ 여자친구와 헤어지기 싫어서 버벅거렸는데....군생활중 그 여자친구는 고무신 거꾸로 신어버렸지요...
답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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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이도 그에 비해 아직도 모두가 아이때를 생각하게 만드는 한빛이도
답글
벌써 입대를 고민하게 되는군요.
자율성을 부여하는 게 때로는 더디고 어렵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한얼이는 어떤 이유로든 피해간 사람이라서 약간은 자격지심과 미안함이 늘 있었답니다.
한빛이는 서둘러 신검을 신청한다는 게 오티랑 겹치는 바람에 연기하는 과정에서
5월에나 가능하게 되더군요.
토익점수 여부에 따라서 금년중에 카튜사 지원을 해보고 가능하면
1학년 마치고 어떤 방향으로든 선택하도록 권할 생각인데 잘 모르겠네요.
충신이가 좋은 방향으로 선택과 결정이 잘 되리라 믿습니다.
아무래도 절제된 생활이 좀 필요할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자아이들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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