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되든
백댄서가 되든
공부는 해야한다.
네, 공부는 해야겠죠.
제게 두둘겨 맞은 지 약 열흘이 지난
주일 오후
교신이와 협상이 이렇게 타결되었습니다.
따지자면 약 1년만의(초등학교 6학년2학기부터 중학교 1학년1학기까지=진실 나실이 호주에 가서 없는 기간) ... 공부에 대한 갈등의 종결인 셈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여름에 하는 방과후수업도 영어와 수학 그리고 축구를 하기로 했습니다.
몸이 안 좋다고 한주간 내내 끙끙거리던 마눌님은
교신이의 공부하겠다는 말에 힘을 얻어서인지
교신이를 앞세워 롯데백화점으로 가서 8만5천원이나^^ 되는 나이키 축구화를 사 주었습니다.
물론
저는 충신이에게 2만원짜리 축구화를 사준 기억을 더듬어 차액인 6만5천원은 녀석의 돈으로 지불하게 했지만 말입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저녁식사 후 식탁 앞에 수학책을 가져다 놓게 하고
'풀다가 막히면 무엇이든 다 물어보아라, 열번이고 백번이고 설명해주마' 하였습니다.
좀 어이없어 하는 녀석에게 이렇게 공부의 급함을 설명하였습니다.
중학교 1학년 1학기는 공부를 전혀 안 했고, 네가 2학기에 따라가려면 이번 방학이 중요한데
1학기 공부를 안 하고 방학 중에 하는 방과후 수업 듣는다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짓이기 때문이다.
수학은 특히 벽돌을 쌓는 것과 같아서 먼저 배운 것에 조금만 빈틈이 있어도...조금 하다가 좌절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것이 방학되기 2주일 남은 기간 동안 1학기 것 공부해야하는 이유다.
사실 공부를 너무 안 했다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수학책 처음부터 시키려 하였으나 자연수, 정수, 유리수는 그래도 초등학교때 공부한 것과 겹치므로 너댓문제 테스트를 해 보는 것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녀석의 말로는 중간고사때까지는 버틸만 했다는 소리도 참작하였고^^
남은 것이
문자와 식 그리고 함수...
막상 시작은 하고 싶은데...아는 것이 정말 '단 한가지'도 없었습니다.
수학 용어 자체를 익힌 것이 단 한개도 없었으며
문제를 풀어본 경험조차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담임이 수학담당이신데도 말입니다.
항이 무엇인지, 상수, 계수, 동류항, 차수 등등을 하나하나 설명을해주어야 했습니다. -2x제곱 과 (-2x)제곱의 차이점을 한참 설명해 주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건 난독증인 네 형 과거보다 훨씬 심한데 ...
수업시간엔 완전 정신이 다른 세상에 가 있었겠어...
학기말 시험은 다 찍었지?
예...20점쯤 나오겠지요.
녀석은 별로 풀도 죽지 않고 쉽게 답변을 했습니다.
...
공부 3일동안 겨우 6쪽 정도 공부한 막내에게 오늘 아침 밥 먹으며 물었습니다.
작년부터 얼마전까지, 특히 졸업 전후해서 너 왜 그렇게 쎈척하고 돌아다녔는지 정말 궁금하다. 이제는 말해줄수 있겠니?
네에?~ 제가 쎈척을 했다고요?~ 전 그런 적 없는데요?~
...
전 우리집 막내가
좀 솔직한 사람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투덜거리고, 혼자 음모를 꾸미고, 혼자 다 알아서 할듯이 센척하고...그러지 말고...
...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신아
하나님 앞에 솔직하고
부모님께 솔직하고
형제에게 솔직한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야. 이 세상 모든 가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화는 이 솔직함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야.
녀석은 또 고개를 모로 하고 픽 웃었습니다. 이것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녀석의 바디랭귀지이죠.
휴...
그래도 시작이 반이니까...희망을 가져볼 수밖에요.^^
...
축구화와 유니폼 값을 벌기 위해 7월 한달 설겆이를 11만원에 저와 계약한 교신이
저녁식사 후 열심히 설겆이도 잘 합니다.
참 반짝반짝하게...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어쩌면...
녀석이 저렇게 돌아선 것이
내일 도착하는 무서운 나실이 누나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녀석의 날렵한 뒷 모습을 보며 갑자기 그런 쌩뚱맞은 생각이 끼어드는 것은
제가
포스에서 이젠 나실이에게도 밀리는
힘없는 뒷방 늙은이가 다 되어 그런 것 아닐까 슬쩍 서글퍼지려 하였습니다. ㅎㅎㅎ흐흐...
-
내일 아이들이 돌아오는군요.
답글
교신이가 변화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중학교 때의 성적은 특목고를 목표로 하지 않는 이상
영어,수학 그리고 독서? 그 정도면 될 것 같아요.
물론 원경이처럼 한국사도 좋을 것 같고...
저는 한빛이의 3학년1학기 성적에 좌절을 했습니다.
이제는 희망하는 대학 최소한의 1차 통과를 위한 내신성적 기준치를 넘어섰다는 허전함과 허망함...
그런 것들이 아주 빠르게 다른 대안을 찾는 것으로 대신해야 했습니다.
일단 군대에 다녀와서 다른 방법을 찾는다...미국을 가든 다시 재수를 하든.
본인은 군대는 자기가 가고싶어야 한다는군요. 그럼 독립하라고 했지요.
인서울을 운운하지만 그래도 그것까지 포함하는 것은 제 스스로가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잠시의 방심이 가져다준 결과이니까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심히 하지 않았고, 부모 노릇도 허접했고...
이제 꽉찬, 활기찬 가정과 두 아이들의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주방보조2012.07.12 03:45
시작은 했다지만
1년간의 완벽한 공백...이거이 쉽게 메꿔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내력이 어느정도일지 의문스럽고 하여, 사실 여전히 걱정입니다.
자기반에서 야구선수빼고 끝에서 첫째일 것이라고, 참 천연덕스럽게 말도 잘합니다.
한빛이는 그동안 쌓아온 저력을 남은 기간동안 잘 발휘할 것입니다. 아직 넉달이나 남았잖습니까?
제 기억에 넉달이면 한번 더 뒤집을 수 있을만한 충분한 기간입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시길...
...
조금 있으면 딸들을 만납니다.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그립다가도
막상 만나면 ... 서로 투덜이들이 되겠지요. ㅎㅎ 그래도 지금 만나러 가는 제 마음은 기대 그 자체입니다.
-
-
진실이, 나실이...더불어 돌아온 교신이^^
답글
오늘 행복한 날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총명한 교신이니까 방학동안에 만회하리라 믿습니다.
'교신이의 부모에 대한 순종'.
인내와 집중을 위해서도 기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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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2012.07.13 21:20 신고
오늘이 13일이니까~
답글
와~ 좋으시겠다.
정말 좋으시겠다.
무진장 좋으시겠다!
존재 자체로 기쁨일 수 있는 관계!
가족, 아버지와 딸~~~~
와~ 축복입니다.^^*
그나저나~
제 생각보다 교신의 회심이 빠른 걸요? ^^*
순도도 그렇고 진정성도 느껴지고...
교신이, 아주 현명하고 명민한 인물이 확실히 맞는 것 같습니다.
내적 동의가 없다면 결코 꼬리 내릴 친구가 아니지 않던가요?
그런 교신에게 진짜로 나실 누님의 존재가 미친 영향이 있다면,
나실 님이야 말로 쎈데요!
그나저나~
"풀다가 막히면 무엇이든 다 물어보아라, 열번이고 백번이고 설명해주마"
주방보조님! 쨩이십니다!!!-
주방보조2012.07.14 21:35
제가 중일 수학공부는 좀 ^^ 자신이 있습니다.ㅋㅋ
교신이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는 듯 보입니다.
여전히 미련이 다 떨쳐진 것은 아니지만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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