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홀로 새벽 일찍 첫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가서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1년만에 만나는 두 딸들에 대하여... 기쁨과 기대도 있었지만 착찹함도 없지 않아서 기분이 묘했습니다.
혹 일년간 독립해서 살던 아이들이 이제 진짜 독립을 해야할터인데 하는 염려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딸이 출구를 빠져 나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손을 흔들어 불러서 울컥 눈물이 나려는 것을 남자답게 슬쩍 눌러 참고
나실이와 진실이를 차례로 안아주었습니다.
마지막에 멜버른과 대산호초 여행을 하느라 돈이 거의 떨어져서 햄버거만 먹는 바람에 갑자기 살이 쪘으며
진실이는 배에서 계속 토하는 바람에 비교적 살이 빠져보이는 거라고 둘러대는 나실이의 변명을 들으며
이놈들 살빼려면 참 큰일이다...하는 걱정이, 잘 살피고 도와주지 않은 미안함을 앞섰습니다.
그러나 공항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듣다보니
진실이의 이빨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때운 것이 빠지고 눕고 깨지고 하여 왼쪽 아래 어금니들이 다 망가져 버렸다고 ...나실도 두군데 탈이 났고...
장기간의 해외거주시 반드시 이빨을 먼저 손보고 보냈어야 하는 것을 ... 하는 후회가 막급이었습니다.
...
집에 돌아와 짐을 좀 정리하고
첫 점심으로 고기주는 냉면을 사먹이고...셋이서 한강 공원에 나갔습니다.
쎈척하는 교신이, 공부해야하는 원경이, 정신독립해버린 충신이, 그리고 피곤해 하는 마눌님...들과는 한강에 거의 함께 나오지 못했는데
이 푸근한 두 딸이 양쪽에 함께 하니
날마다 하던 독백과 기도와 노래 대신...즐거운 대화가 끝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
아무도 울지 않았다...
충신과 교신이야 그렇다고 치고
원경이와 마눌님까지 1년만의 진실과 나실과의 만남에 울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이 날마다 우리를 서로 연결해 준 탓도 있을 것이지만
아마
저도 처음에 눈물이 쑥 들어가버리게 한 나실이와 진실이의 체형변화때문이 아닐까 추측을 합니다. 그 놀라움이 모두의 눈물샘에 갈 자극을 돌려버렸다?^^
나실은
음식점에서 무거운 것들을 나르고 자르고
웨어하우스에서도 힘을 많이 써야 했다고...
웃으며 그 동작들을 흉내내며 이제는 칼질도 제법하고 스시는 정말 잘 만들고 월남쌈은 도사가 다 되었다 웃는데
그리고
진실은
일을 못구해 한동안 의기소침했고, 청소일을 겨우 구했는데 사장이 돈을 너무 적게 주어서 힘들어 그만 두었고
그 이후 취업인터뷰에서 몇번 떨어지자, 가벼운 우울증인지 아예 집밖에 안나가려 한적도 있다고
그래도 마지막에 2주정도 학원에 다니면서 친구도 좀 생기고 많이 밝아졌다고 하는데
듣는
저는
...가슴이 찌릿찌릿 하였습니다.
...
귀국 이틀째
점심은 우리동네에서 제일 유명했던 송림식당 돼지불백을 사주고(감자탕하고 순대국이 남았습니다^^)
짐정리하고
치과예약하고
핸드폰...ㅎㅎ...새로 한다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저녁은
닭죽 한그릇만 먹였습니다. 이젠부터 호주에서 부풀어 오른 살들을 줄여나가야 하니까요.
두 딸이 돌아오니
정말 좋은 일이 많이 생깁니다.
오늘
저는 거의 1년만에 의사선생에게 혈당도 떨어지고 콜레스테롤도 줄고 중성지방도 줄었다고 칭찬을 들었으며
우리 원경이는
2학기 학급회장에 당선되었습니다.^^ㅎㅎ
...
이런것 저런것 다 떠나서
아...정말 좋습니다.
일곱식구 모두 함께 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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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뻐하고 축하할 일이 겹쳤군요.
답글
온가족이 모였다는 것과 가장의 건강회복.
진실,나실이 돌아왔다는 것과 원경이의 당선이 그렇습니다.
저도 기쁨으로 축하합니다. 두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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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2012.07.14 18:16 신고
답글
참 아름답습니다.
너무 귀하고요.
쨘하니 감동이 전해져 오구요.
부럽다는 말은 바로 이런 곳에다 다 쏟아 놓아면 될 것 같습니다.
제게도 이렇듯 예쁜 모습을 보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_._)* -
아이들이 더 예뻐졌네요.
답글
꽉찬...어머니의 귀한 말씀...셋은 너무 적다...행복해 보이세요.
두 아이들의 등장이 가정의 파워형성에 크게 기여하리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ㅎㅎ
원경이의 일취월장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주방보조2012.07.16 18:09
^^... 더 못나졌습니다. 원래부터 살이 좀 찐 스타일이었는데 마치 아줌마?가 된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생이 많았던 탓이지요. 그 나이엔...
저 윗 사진은 아이들이 호주에서 취미로 갖게된 럭비시합에 가서 찍은 것이랍니다. 화장을 했고 손으로 부푼부분을 감추었지요^^ㅎㅎㅎ 게다가 뽀샵도 틀림없이 좀 했을 것입니다.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니까요.
정신독립두아들과 범생이 딸 그리고 소심한 부모라는 5각의 역학관계는 그리 바람직한 것이 못되었습니다.
착하고 우직한 두 딸이...거기 끼어들어 칠각이 형성되니까...그동안 잃었던 균형이 어느정도 맞아가는 듯 합니다.
관성의 법칙에 따라 가속도가 붙은 충신이의 일탈이 여전히 균형을 깨뜨리고 있지만 말입니다.
원경이는 올해 운이 많이 좋은 듯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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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보조2012.07.22 07:03
예, 맛있고 고소한 선물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이들 귀국한지 열흘쯤 지나니까...
잔소리가 나오려고 목구멍이 간질간질하는 중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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