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저녁 충신이가 저의 사과를 받아들였을 때
빛나던 교신이의 눈빛이 영 마음에 걸렸었습니다.
목요일
충신이는 아침 6시40분까지 자기 컴퓨터로 2012유럽축구 준결승전을 보고(스페인:포르투갈) 잠자리에 들었으며
나머지 우리는 각각 7시30분, 8시 모두 집을 나섰습니다.
저는 새집에 가서 책도 읽고 컴퓨터도 하고 샤워도 하고 분갈이도 하고...잘 지냈습니다.
점심도 누룽지를 잘 끓여 먹었으며
원경이가 4시30분경 새집에 돌아와 함께 우리집으로 갔습니다.
충신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교신이는 그 옆에 딱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들어 갔지만 한번 힐끗 본 뒤 다시 화면에 몰두하였지요.
원경이 저녁을 대략 먹게 하고 함께 나가서 원경이 도서관 바래다 주고
집으로 다시 들어 갔더니
컴퓨터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있었는지 충신이와 교신이 둘이 큰 소리로 웃으며 킬킬 거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저를 힐끗보고 다시 원위치로 히히덕 거리기를 계속하였습니다.
교신이는 학기말 시험이 막 시작하였으며 당연히 시험공부를 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형이라는 놈이 약간 정신장애가 있어 철없이 동생 공부하는 것 신경 안 쓰고 실컷 하고 싶은대로 한다고 해도
동생놈은 그렇지 않은 놈인줄 잘 아는데 거기 동조해 함께 '저 보란듯이' 수작을 부리고 있는 모습이 기가 막혔습니다.
화가 가슴을 구멍낼 정도로 끓어오르는 것을 참기 위하여
곧장 한강으로 나갔습니다. 한강 장미 공원 벤취에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포기, 인내, 기다림, 등등의 단어들로 제 가슴을 잘 다독거렸습니다.
마침 장미 공원에 놀러온 정신박야 젊은 여자의 소리지름과 일행들의 곤고한 처지를 보면서
저보다는 닛지 아니한가...위로 삼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충신이는 여전히 컴퓨터에 앉았고 교신이는 바로 옆 김치냉장고 위에 걸터 앉아 시시덕 거리고 있었습니다.
저를 힐끗보고
김치냉장고에서 툭 튀어 내리고 잠시 머뭇하는데
어제의 그 눈빛이 교신이의 긴 머리 속에서 번득 비춰졌습니다.
...
곧바로 교신이에게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원투 스트레이트를 뻗었고, 니킥을 날리고, 두 발 당수질을 작렬시켰습니다.
더 이상 참고 볼 수 없는 사태라고, 저의 분노게이지가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중간고사 시험 끝내고 엉덩이를 패 주려고 준비 했던 둥근 몽둥이를 녀석의 엉덩이와 등짝에 휘둘러 대었습니다.
옆에 멍하니 구경하고 있는 충신이 놈에게도 몽둥이를 세번 휘둘러 쫓아냈습니다.
넌 어제 아버지가 네 형에게 한 말이 무슨 의미인줄 알고 있는거냐?
너마저 아버지를 경멸하고 하찮게 여기느냐?
아버지가 너를 언제 해롭게 한 적이 있느냐?
너는 왜 지금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정신나간 형이란 놈과 시시덕 거리기만 하고 아비의 모습에도 개의치 않느냐
네 어머니와 내가 가만히 있는 것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것인줄 알고 있기는 한 것이냐
네가 정말 가수가 되려는 것이냐? 양아치가 되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
내가 언제 너보고 가수 하지 말라 한 적이 있느냐? 가수가 될 때 되더라도 되더라도 공부는 해야한다고 하지 않았더냐?
이렇게 짐승처럼 맞기를 바라고 있었느냐?
저는 이 이뻤던 막내 아들의 처참해진 분위기와 몰골에 가슴이 아팠지만, 기왕지사 매를 든 것 있는 힘껏 밀어붙였습니다.
그리고
안방에 들어와 마눌에게 보고를 했습니다.
교신이를 반쯤 죽여 놓았습니다.
...
약이 되면 감사한 일이고
독이 되면...할 수 없는 일이고요.
충신이는 페이스북에 ...3번째 아비에 대한 욕을 퍼부어 놓았습니다.(아직 그 내용을 학보하진 못했습니다)
진실이는 그 글을 보고 나실이에게 전화를 하게 하여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왔습니다.
분노한 나실이는 울고...저는 이해하기를 촉구했습니다. 형제지간에 다투는 꼴을 보는 일만큼 괴로운 일도 없으며, 그 자체가 너무 비극적이라서 말이지요.
충신이는 밤에 슬그머니 나가서 외박을 하고
교신이는 일단 적어도 그 눈빛은 사그라들었습니다.
이 아들들이
못난 자기들의 아비가 비록 서툴고 고집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자기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조금만이라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니킥을 한 무릎 위가 얼마나 아픈지...그리고 팔이 다시 욱신 거리고...늙은이가 무리를 해도 지나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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