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스트레스때문에 암에 걸릴 것같아...

주방보조 2012. 7. 5. 15:00

머털도사보다 머리털이 더 길게늘어져 꼬부라지고 자빠져 몇초 간격으로 흔들어 대는 머리통을 따라 물결치던 교신이

시험기간중인데도

쉬지않고

게으른컴귀신인 충신이와 붙어 머리털을 옆으로 재끼기 위해 휙휙 흔들어 대며 희희낙낙거리다가

결국

참을성의 한계에 굴복한 제게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원투스트레이트에 두발당수에 니킥에 봉술에...

옆에서 멍하게 지켜보던 충신이도 몽둥이로 서너대 맞고 눈을 상당히 버릇없이 찌프리며 자기굴로 들어갔지요.

(그리고 녀석은 제가 사준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에 아버지욕을 잔뜩 해 놓았다는군요. 제가 아는 것만 세번째입니다.  

호주에서 그 글을 읽은 진실 나실 무슨 일이 있느냐 전화 오고 작은 난리가 났었지요.)

 

여하튼...

교신이와는

폭행후

말을 좀 터서

시험 끝난 날 누운 채 참 오래 참았던 이야기의 운을 떼었지요.

차두리표 머리나 스포츠형 머리로 깎으라.

서울대학쯤 가려거든 차두리형아를 따라 깎고

연고대쯤 되는 대학에 가려거든 스포츠형으로 깎아라.

 

등을 지고 누워있었기 때문에 녀석이 어떤 표정을 짖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녀석의 허~하는 탁음과 원경이가 중계방송을 해 주는 내용을 듣고 제 권고가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 이야기했으니 최소한 길게 늘어진 것하고 꼬부리지고 자빠진 것은 손을 보겠지 생각했습니다.

 

시험이 끝난 다음날인 어제

이발비를 달라하여 7천원을 주었습니다. 한마디 보태는 말도 없이 말이지요.

음...

설마가 사람잡는다지요?

머리깎았다면서 제게 쥐새끼 쥐구멍에 얼굴 내밀듯 빼꼼이 보여주는 녀석의 머리는...전혀 변화가 없어 보였습니다.

헐...

 

자세히 보니 뒤로 길게 늘어진 것은 아주 조금 손을 보았고

앞과 옆에 꼬부라져 자빠진 것들은 여전히 눈을 가리고 귀를 한참 덮고 그냥 잘 빗어놓은 정도?

 

...

 

식구들이 모였을 때

교신이에게

너도 형하고 똑같은 놈이니 형따라 형 다니는 교회로 가라. 거기서 형하고도 잘 지내고 또래 친구들하고도 어울리고 좋은 주일학교 선생님에게도 배우고 좋지 않겠느냐?

녀석은 깎아도 깎이지 않은 긴 앞머리가 살살 흔들리도록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그때

일터에서 힘들게 돌아와 조용히 인상쓰며 앉아계시던 마눌님의 호통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충신이가 그 교회로 가서 나아진 것이 무엇이 있어요. 왜 당신은 아이들을 자꾸 다른 교회로 보내려고만 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엄청난 포스의 목소리가 교신이를 향해 내리 꽂혔습니다.

도대체 공부도 하지 않고 머리만 길러서 뭘 하겠다는거냐! 깎았다는 머리가 그게 뭐냐!! 내가 너같은 놈들을 위해 온갖 수모를 참아가며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해야만 한다니 ... 뭐 이런 내용이었지만 워낙 강력한 포스에 저도 얼이 좀 나가서 정확하게 그 이야기 전체를 기억해 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교신이 나무라는 것은 재빨리 포기하고

마눌님의 상한 감정을 잘 다독거려주어야만 했습니다.ㅜㅜ

 

...

 

저녁시간 원경이를 학교도서관까지 바래다 주면서

교신이가 가라사대

누나 난 스트레스때문에 암에 걸릴 것같아...라고 말했답니다. 

 

원경이에게 그 말을 전해 듣고 혼자 한참을 웃었습니다.

누군가가 생각이 나서 입니다.

이건 배워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렇게 타고나서 하는 말입니다.

 

자기 건강 챙기기...

 

...

 

오늘 아침 학교갈 준비중인

머리털로 한쪽 눈이 가려진 교신이에게 덕담을 건냈습니다.

 

엄마 아빠도 너 때문에 암에 걸릴 것 같아...

 

...

 

사춘기 막내 아들 키우기...가족 암 보험에라도 단체로 들어놓아야 할 지경입니다.^^

 

 

 

 

  • 주방보조2012.07.05 15:25

    충신이의 명언이 생각납니다.
    "타일러도 안되고
    때려도 안 되면?
    포기해야 합니다. "

    아버지가 아니라면 그리고 녀석이 대학생이기라도 하다면...포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답글
  • malmiama2012.07.06 14:06 신고

    헤어스타일 처럼...자기만족인 것도 드물지 싶습니다.

    그냥 놔둬보세요.

    울집은...아내는, 늘 멋있다..라고 말하고
    저는, 맘에 안들지만 상관 안하는데 예전에 이런 말은 했더랬습니다.

    깨끗한 게 중요해..잘 감어~~근데, 짧을수록 시간도 돈도 덜 들어~~~^^

    답글
    • 주방보조2012.07.06 20:56

      저도 그냥 냅두고 있습니다.
      참다참다...한번 울컥 하는 것이지요.

      교신이 머리에는 아내의 잘못도 있습지요.
      제가 직접 깎아 주었는데...녀석은 잘 적응하고 있는데...아내가 다시는 못깎도록 엄명을 내리시고 미용실로 데려가시면서...언타쳐블^^이 되어버렸거든요.
      마눌님...후회하고 있답니다.^^ㅋㅋ

  • 한재웅2012.07.06 21:54 신고

    저도 청년기에는 머리를 장발로 길렀던 기억이 있습니다.그 때는 틈만 나면 거울을 들여다 보고 도끼 빗으로 머리를 다듬었지요^^ 머리 매만지는 것이 청소년기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답글
    • malmiama2012.07.07 12:03 신고

      맞습니다. 저도 그랬어요.^^

      청소년기부터 관심이 컸습니다. 빡빡 3년 중딩을 마치고 연합고사 후 뺑뺑이로,
      두발 자유가 어느 정도 있는 남녀공학 고교에 진학하게 되자 뛸듯이 기뻤다니까요.
      머리 때문에...

    • 주방보조2012.07.07 18:18

      ㅎㅎ...저도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대학시절 머리는 쫌 길었었지요.
      그래도
      막내 아들놈 머리가 얼마나 길었는지 보시면, 절 이애하실 것입니다만^^ 사진을 안 찍어 놓아서 아쉽습니다.ㅋ...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딸이 돌아왔습니다.^^  (0) 2012.07.13
교신이 공부를 시작하다...  (0) 2012.07.11
그눈빛이 결국은 화를 부르다.  (0) 2012.06.30
자유를 주었더니...^^  (0) 2012.06.28
종말적 증상  (0) 2012.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