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자유를 주었더니...^^

주방보조 2012. 6. 28. 16:28

주일,...

지난주말 밤새우고 피씨방알바를 하고 난 충신

주일 오후에 또 축구를하러 나가 돌아다니다가 지쳐 쓰러질 듯한 모습으로 밤 늦게 집에 들어 왔습니다.

 

월요일...

오후4시까지 늘어지게 자고일어나더니

그때부터 컴퓨터에 앉아 온종일 게임삼매경

부글거리는 마음을 고쳐먹고 밤 11시 이마트 끌고 가서 쇼핑을 하고 좋은 말을 나누며 원경이와 셋이서 야식을 먹었었지요.

 

새벽 2시반

잠이 깨어 나와보니 그때도 여전히 게임중...

그만 두고 당장 들어가지 못하겠느냐...눈을 부라렸지요.

 

화요일... 목욕통을 새로 바꾸는 작업이 있어서 안 깨울 수 없는 탓으로 9시30분에 일으켜 세웠습니다.

허리를 꾸부정하니 앉아서 비실거리길래, 곧 일하는 분들 오니 정신차리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장난이 아닌겁니다.

한마디 했지요. 날도 더운데 이발소가서 머리 좀 깍아라.

저는 복도에서 서 있고 녀석은 방안에 있었는데 뭐라 대답을 하긴 했는데 소음 때문에 잘 들리지가 않았습니다.

뭐라고? 두번째 물었을 때도 역시 잘 안 들려서

한발자국 현관으로 들어서면서 세번째 물었습니다. 잘 안들리는데 뭐라고 했니?

 

아~ 머리 좀 길러보겠다구욧...

 

싸가지 없는 말투라니...

옛날같았으면 원투스트레이트가 작렬하거나 두발당수가 바람을 가르거나^^ 했을텐데

팔이고 다리고 다 고장이 나 있어서 울컥하기만 했지 액션을 취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방언이 터지듯이

내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습니다. 물론 저 자신을 비하하는 욕이 되는 것들이었지요^^

 

@##$$%^&*()_++++_))(**&&^^%%%%%$

 

주일부터 계속되는 녀석의 일탈들에 대하여 쌓여있던 억압된 분노가 터져나온 것일겝니다.

그러면서도 저 스스로 내가 왜 이러지? 귀신이라도 붙었나? 생각했습니다.

 

욕을 얻어 먹는 녀석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지요. 아버지가 참 완전히 돌았군...하는 표정

저도 아는데 녀석이 모르겠습니까?

 

...

 

수요일...

하루 종일 집을 떠나 있다가

저녁식사를 하고 식구들 모두 모인 자리에서

충신이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별 것 아닌 일에 욕을 하다니 미안하다. 아버지가 잘못했다.

충신이가 좀 거들먹거리는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네...

 

그리고

충신이에게 앞으로는 네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자유를 선포해 주었습니다.

놀고 싶으면 놀고, 자고 싶으면 자고, 밤새 컴퓨터를 하던 카톡질을 하든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먹든 담배를 피든...

그러나 되도록이면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너도 그럴지 모르겠는데 아버지가 멘붕상태가 되니까

 

단 앞으로 아버지에게 아버지로서의 책임이나 의무를 요구하지는 말아달라고

 

둘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다섯식구이지만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 되었고, 누구의 반대나 이의신청도 없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때 충신이보다 더 긴 머리카락 속에 반쯤 숨겨져 있는교신이의 눈빛이 번득 빛나보였습니다.ㅜㅜ

 

...

 

목요일...

새벽 1시 반에 컴퓨터에 앉아 있던 충신 저를 힐끗보고 다시 게임에 몰두했습니다.

새벽 4시 반에 여전히 컴퓨터에 앉아 있던 충신 저를 보고 '축구봅니다' 하곤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침 6시 40분...드디어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자러...당당하게...자유의 권리를 만끽하시며...

 

...

 

공자님 말씀이 떠 올랐습니다.

 

그러면 나도 어찌 할 도리가 없다...

 

 

 

 

 

  • 주방보조2012.06.28 16:38

    초심...고등학교 졸업한 것만으로도참 감사하다...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우리 충신이가 대단하긴 참 대단한 놈입니다.
    제가 15년 넘게 인터넷에서 안티들과 대화하며 별별 욕을 다 먹었었지만 ... 이성을 거의 잃지 않았었는데
    충신이는 과연, 타고난 안티주방보조입니다.

    음...
    충신이놈에게 보복하려면
    녀석에게 애인이 생겼을 때
    충신이 관련 다섯아이키우기를 메일로 보내면될까요?^^ㅎㅎㅎ비공개 글까지 첨부해서?^^

    이러다가
    다음칼럼시절
    시인과 아내 꼴이 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답글
  • 한재웅2012.06.28 20:25 신고

    군대를 보내 휴식기를 갖지요^^

    답글
    • 주방보조2012.06.29 11:10

      전 내년 초에 가라했는데 녀석은 내후년에 가겠답니다.
      ㅎㅎ...제가 지금 당장 군대를 다시 갈 수있다면 가고 싶습니다.
      마우스를 타탁거리며 하루종일 게임하는 소리들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 malmiama2012.06.29 13:41 신고

    자유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2.06.29 17:02

      오늘은 그냥 말없이 외박^^

      자유와 방종사이에서 방종을 선택하였나 봅니다. 요즘 화병^^인지 가슴이 항상 갑갑하고 눈도 점점 더 침침하고 ㅎㅎ...오래 못살것 같습니다. ^^

  • 이사야2012.06.30 01:38 신고

    그냥 댓글 없이 보고 가려고 했는데...
    이 글은 도저히 그냥 가지 못하게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
    원필님의 심정... 제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ㅎㅎ
    우리 쌍둥이 아들들은 팔씨름을 해도 금새 저를 자빠뜨릴 정도로 다 자란 장정들입니다. 군대를 갔다왔어도 결정적인 몇가지만 제외하곤 그닥 크게 변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일년 전까지만 해도 그 녀석들 때문에 아주 가끔이지만 제가 격투기 선수가 되곤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ㅋ
    이젠 두 발 두 손 다 들고 간혹 고함만 꽥 지르는 선에서 서로 정리가 되었지만... 아아... 아들들 키운다는 건 녀석들이 독립하기 전까진 도무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녀석들이 그래도 하나님의 존재만큼은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 그것만이 위안일 뿐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2.06.30 05:05

      잘 말씀해 주셧습니다.
      위안이 많이 됩니다.^^

      어제는 외박후 오후6시에 나타났습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굿네이버스 활동을 하고 왔다면서, 냉면 삶아 놓았는데 드실래요? 하더군요.
      자기 스스로도 심했다 싶은게지요.
      그리고 밤늦게 알바하러 나갔습니다.

      전 녀석이 정말 하나님을 경외하나...심각하게 의심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봐야 부처님손바닥 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

  • coolwise2012.07.14 22:48 신고

    세월이 많이 지났네요. 칼럼 시작한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으니..
    요즘 아이들 키우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 자라는 환경이 우리 어릴때와 비교도 안되게 다르니 .. 부모는 사실 구경꾼 노릇 밖에 할 수가 없죠.
    경쟁은 치열하고 의리나 믿음으로 이어진 친구는 지극히 드문 시대입니다.
    아이들은 외롭고 두렵고 경쟁에 지쳐있죠.

    저는 아예, (신인류'라는 말도 있듯이) 부모가 자식에게 길을 알려줄 능력은 없다고 진즉에 포기했었습니다.
    아이가 극도로 빗나가던 시절에는.. (제가 신앙생활 안합니다마는) 오죽하면 신께 기도를 다 할 정도였습니다.
    직접 무슨 영향을 줄수가 없었고.. 전능한 분에게 맡길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함에 놓였었지요.

    그런데.. 아이한테 미안한 감정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믿을만한 미래를 열어 보여줄 능력도 없고,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먹고 입고 쓰는 일)에서 열등감 생기지 않을만큼 충분히 뒷받침하지도 못했고,
    예쁘게 낳아주거나 다듬어주지도 못했고..회사일 바쁘다는 핑계로 잘 어울려 놀아주지도 못했고
    부부관계가 화목해서 아이가 그 사랑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면 좀 나았을 텐데 그러지도 못했고
    이런 저런 (물론 근원은 그 자신의 성격 탓이기도 합니다만) 미안함이 올라오는 것입니다.

    부모를 위해서는 울지 않는 사람도 자식을 위해서는 운다고 하죠.
    암담하고 절박했던 시기를 거쳤습니다. 그러면서 저 자신도 겸허해지는 것 같더군요.

    제가 그런 고민과 기도를 하면서.. 아이에게 표현한 것은 오직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 사랑한다. 너는 지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서 힘들어하고 있지만, 네 앞날은 지금보다 반드시 나아질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는데.. 너도 너 자신의 미래를 믿기 바란다. 너를 사랑하고 너를 믿는다.
    그때는 그저 미안하다 사랑한다 믿는다 - 아, 세 마디였군요. ㅎ 그게 할수 있는 말의 전부였습니다.

    아이 대학 졸업 전에 미국으로 연수 1년 정도 보냈었는데.. 떠나보낼 때
    저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어요. 눈물이 터질것 같아서.. 결국 손짓만 해서 들여보냈지요.
    나오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속으로 혼잣말을 했지요.
    - 네 운명을 신의 손에 맡긴다. 네가 살아만 돌아와도 나는 감사할 것이다.

    벌써 6-7년이 더 지났네요. 무사히 돌아와 대학졸업하고 지금 직장 잘 다닙니다.
    지금 아이는 아빠를 '딸바보'라고 부르지요.
    지난 어버이날에는 봉투에 용돈 담아서 카드와 함께 선물하더군요.
    '아빠가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어서 고맙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정말 부모의 간절함만으로도 안될 때가 있어요. 아이는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부모가 줄 수 없는 위안을 게임이나 친구들로부터 얻고 있는 것이며.. 그것도 한시적으로 끝날 겁니다.
    아이가 그렇게라도 위로받을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 - 오히려 고마운 일이지요.
    그런 친구나 게임마저 벗할 기회가 없어서 우울증에 빠지고 자살까지 가는 극단적인 아이들도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라도 마음 붙일 게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일 지도 모릅니다.

    요즘 원필님 블에 잘 오질 않아서 그간 사정 잘 알지는 못하지만(죄송하게도 ㅎ)..
    이 포스트 먼저 열어보고는.. 제 기억이 나서 긴 얘기를 먼저 하고 말았습니다.
    아이와 부모가 어긋날 때.. 정말 암담하고 비참하던 시기의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났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곧 지나가리라" - 넓은 마음으로 그저 품으십시오.
    나도 살고 자식도 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고난의 시간을 전능하신 분에게 맡기고.. 지나갔을 때. (어떤 과정을 거치든)
    그 시간의 끝에서 나와 내 자식이 함께 웃을 수 있게 해주소서..라고 기도할 밖에요.

    진실한 믿음과 기도로 키운 자식이니 .. 반드시 평온을 되찾으면 부모를 기쁘게 해드릴 겁니다.
    젊어서 고민하고 방황했던 내 자신을 기억해본다면.. 자식이 지금 좀 방황하는 것은 -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망하게 될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많고요.

    '사랑한다'와 '너를 믿는다'라는 말보다 좋은 약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추억에 빠져 너무 낭만적인 말만 늘어놓은 것일까요? ㅎㅎ
    집안 일이라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제 아이는 극단적 우울 때문에 고등학교를 다 졸업하지 못했고
    그런 과정이 부모에게 엄청난 고통과 슬픔이며 시련이었답니다.
    아이가 무사히 살아서 그 과정을 통과한 것만도 저로서는 극히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 날이 모두.. 지나가고.. 때가 되자.. 아이와 부모는.. 무엇보다 서로를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원필님께도.. 이러한 경험담이 좀 (정답은 아닐지라도) 힌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두 맡기고.. 오직 사랑하는 일만..(완전히 믿고 기도하시길)
    그리고 마음에 평안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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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방보조2012.07.15 06:31

      고맙습니다.
      귀한 경험담을 교훈으로 주셨습니다.
      제가 힘껏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 아들 두 놈이 제가 아직 멀었다는 것을 매번 상기시켜 가르쳐주는 스승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충신이는
      고2때인가 난독증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판명되었고
      보고 듣고 하는 것만으로 공부를 다 하려드는 이유가 어느정도 드러났습니다.
      문제는
      고2때 그런 판정을 받자...그때부터 더이상의 노력도 포기해버렸다는 점이지요.
      저는 여전히 해결가능성을 찾아주고 싶은 것이고
      녀석은 오로지 저항하고 반발하고 거역하고 ... 로 반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이 따라주지않는 것...제 한계입니다.

      말로는 자유선언이지만
      그래도 매일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기시고 도우시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쿨님의 말씀도
      하나님의 응답입니다. 제게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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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olwise2012.07.15 11:28 신고

    아이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에서 길을 모색해보는 것은 어떨른지요.
    놀라운 일인데.. 배우 성룡 같은 이는 글을 읽을줄 모른답니다.
    그의 비상한 두뇌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 어쩌면 난독증일지도 모르지요.
    어려서부터 운동을 하느라.. 그리고 그 까불기 좋아하는 어수선한 성격에 글읽는 훈련이 안 되었던 것인지도요.

    그런데 머리가 비상하고 응용력이 좋아서 .. 모든 대사를 누군가 읽어서 외우게 한답니다.
    듣고 외우니까 시나리오가 머리에 들어가게 되고.. 문자 그대로는 아니더라도 뛰어난 순발력으로
    본래 시나리오의 의도에 맞게, 상황에 더 잘 맞는 대사로 연기를 이끌어간다는 것입니다.

    글을 잘 읽으면서 연기력이 부족하다든가, 연기는 잘 하면서 인간성이 나쁘다든가
    인간성이 좋으면서 게을러터졌다든가, 부지런하지만 제 고집이 강하다든가..
    인간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잘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게 있고 못하는 게 있으면 잘하는 게 뭔가는 있을 겝니다.
    그게 천성이며 적성이 아니겠는지요.

    대중적으로 성공한 글로벌 가수 가운데는 악보를 읽지 못하는 아이들도 꽤 많답니다.
    대신 한번 들려준 노래는 머릿속에 소리 부호로 녹음되는 악보라도 넣은 듯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연주가들..
    그러니까 우리가 배운 방식의 공부만이 공부며, 그게 안되는 아이들은 할 수 없이 운동이나 연예를 하는 거라는
    고정관념이 어쩌면, 그런 독서 재능을 갖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폭력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폭력을 당하고서야.. 아무리 아이들이라 한들 스승이나 부모에 대하여 반발심을 갖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런지요.
    밴드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 노래나 연주하는 아이들 뿐 아니라. 심지어 작곡하는 아이들조차도
    악보를 읽고 쓸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악보에 의존해 연주하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여기더라구요. ㅎ

    충신이가 어떤 재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혹시 어려서부터.. 부모의 고정관념으로는 전혀 용납하기 어려운데.. 아이는 절실히 하고 싶어하던 일이
    없었는지요. 어려서부터의 일들을 한번 돌아보시면 한두가지쯤.. 어떤 가능성 있는 재능이 기억나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혹시 퍼즐맞추기나 블럭샇기를 잘했다든가..

    물이 흘러내릴 때는 가만히 놓아두면 제 흐름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죠.
    중간에 심히 방해되는 것이 발견될 때 그 것만 치워주면 알아서 또 길을 만듭니다.
    그게 자연스러움이며.. 아이들의 진로도 그 편이 서로에게 편하고 행복한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서겠지만, 이리 저리 길을 그려주면서 몰아가려고 하면
    부모 역시 자연스런 길을 정확히 알아서 길을 안내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겠거니와
    그 길을 따라갈 재능이나 능력이 안되는 아이들로서는 망연자실하겠지요.

    원필님 다섯 아이들 뒷바라지 하시느라.. 많이 힘드실 것..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만..
    이제 아이들이 성년의 고비를 넘어가는..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계십니다.
    모두를 끌고 가려면 감당키 어려우시겠지만.. 각자가 알아서 제 길을 개척해가기 시작하고
    무언가 제 길을 찾아서 궤도에 들어서기만 하면.. 누구보다 듬직한 인생에 접어드시겠지요. 부럽습니다. ㅎ

    그저 요즘 좋은 미래란.. 우리 시대와는 많이 다른 듯도 합니다.
    저는 종종 아이들에게 선언합니다.
    - 20세기 인간이 21세기 인간의 미래를 어찌 이끌 수 있겠니
    너희들 스스로 알아서 미래를 열어가라. 공부든 직업이든..
    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도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는 원리 하나는
    열심히 연습하고 공부하는 (책을 읽는) 사람만이 리더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큰 아이는 직업선택에 대해서도 그저 상담하면 들어주기만 하였는데..
    (인간관계 등에 대해서는 좀 적극적으로 조언을 하긴 하죠)
    재능따라 문창과를 졸업한 뒤 지금은 컴퓨터 게임 회사 다닙니다.
    엔씨 소프트라고 근래와선 신세대 선두기업이죠.
    둘째는 어려서 퍼즐 맞추기에 귀신같은(!) 재능을 보였어요.
    영어만 주로 가르쳤는데(못하는 수학을 영어 재능으로 커버하도록)
    지금 대학 잘 들어가서 디자인 공부합니다.

    큰 시련을 거쳤지만.... 그 때 내 욕심이나 내가 아는 것 범위에서 답을 내리려고 하지 않고
    그에게 맡겨둔 것.. (그리고 하느님께 의뢰한 것) .. 끊임 없이 사랑한다는 말로 그 아이를 위로하고
    실은 제 자신을 위로하는 것으로.. 그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 기간이 짧지 않았어요. 5-6년 이상.. 지금도 그 일을 기억하면 가슴이 싸합니다.
    고민하고 다투는 모든 부모와 아이들이 제게는 남같지가 않습니다.

    자식을 위해 울어보면서.. 세상의 피조물들 때문에 가슴 아플 조물주의 심정도 새삼 깨닫게 되고요..
    그런 시련이 아니었다면.. 제가 "하느님도 힘드시다"라는 싯귀를 떠올릴 수 없었을 겁니다.

    어쩌면 이것은 자식들에 대한 연단이자
    부모 자신들을 위한 하느님의 연단일 지도 모릅니다. 원필님이 의뢰하시는 하느님의 뜻이 있다면요..

    이 시련과 고통의 시간들도..
    합하여 선을 이루는 시간의 과정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느냐 여부는 어쩌면 자기 스스로 응전하는 태도에 의해 결과되는 것일 지도 모릅니다만)

    힘내세요. 힘든 시간도.. 그 시간 안에서는 길게 느껴지겠지만
    지나고 나면 순간일 거예요... 복된 주일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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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방보조2012.07.15 19:39

      오래전 존경하는 목사님 부부에게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처음 이분들을 만났을 때 맏아들의 모습이 참 반항적이고 무례했었습니다.
      사모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자녀교육엔 왕도가 없다고...
      오랜 세월이 지나서 자주 곱씹는 말씀이 되어버렸습니다.
      한 8년전만해도...자신만만이었는데 말이죠.

      충신이는
      게임, 해킹,재즈 피아노에 미친듯이 끌렸고,그리고 이웃을 섬기는 일...을 참 성실히 해내었습니다.
      게이머는 스스로 무슨 선발대회 나가서 10%안에 들긴 하였지만 그것으로는 택도 없음을 깨닫고 포기, 그냥 즐기고 있고, 해커는 주로 친북사이트돌아다니다가 학교선생님에게 제가 불려가 곤욕을 치루는 것을 보고 포기했고, 피아노는 재능뿐 아니라 어려서부터의 숙달까지 부족하지만 취미로 스트레스푸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웃섬기는 일에 저는 주목하고 사회복지과를 권했는데
      이것도 결국은 어느정도의 공부가 뒷바침되어야 하는 것이라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정말이지 전혀 안 하니까요.

      ...

      두번이나 장문의 귀한 경험담을 주셨네요.

      먼저 자녀가 주는 연단을 통과하신 선배님의 가르침을 잘 기억해 두겠습니다.
      제가 님처럼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보통은 잘 참다가도 크게 발끈하는 성질이 있어놔서 말입니다)
      아이들이 다섯이라는 장점을 살려서라도 잘 견뎌보겠습니다.
      다행히
      충신이가 누나들과는 통하는 것이 많아서 두 딸이 돌아온 요 며칠사이 부쩍 태도가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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