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다섯아이키우기도 접을 때가 되어갑니다.

주방보조 2012. 5. 26. 05:06

다음칼럼 시절

예수와 안티예수라는 이름으로 글을 쓸 때

2001년5월26

그러니까 정말 딱 11년전 ... 61호글 '잃어버린 자전거'를 시작으로 아이들 이야기를 끄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예수와 안티예수를 1년만에 끝내고 몇 개월 후 다섯이넷보다좋다는 이름으로 새로운 칼럼을 쓸 때는 거의 아이들 이야기로만

100여개의 글을 채웠더랬습니다.

그 이후 아이들 이야기는 성경 이야기와 더불어 제 글쓰기의 주요 주제가 되었고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몇 분 계셔서 줄기차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11년동안이나 다섯아이키우기를 써 왔습니다.

미래에

아이들이 이 글을 혹 읽을 때 아마 아버지가 얼마나 솔직하게 글을 썼는지 감탄하게 될 것 하나는 틀림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아이들은 자기 부모나 삼촌이나 외삼촌 이모 고모들의 성장기에 배꼽을 잡을 것이구요.

 

...

 

 

 

진실이는 재능이 탁월한 아이입니다. 그리고 마음이 착하고 여립니다. 다만 하고 싶은 것에 꽂혔을 때 고집스러워지며 그 여린 마음이 해야할 일을 외면해 버리게 한다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만화가도, 소설가도 꿈꾸고 온갖 일본음악관련한 것들에 정통하고 게임의 여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조차...ㅜㅜ  그래서 재능이 생산적인 방향을 아직 찾지 못한 상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실이는 진실이와 연년생이라 어쩔 수없이 철부지 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만화도 몰래 열심히 그리고 아라시의 팬이 되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고2부터 늦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가장 큰 장점인 우직하고 성실함으로 자신을 계발하고 있습니다. 파파걸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고집도 있어서 아버지의 권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아내에게도 든든한 친구같은 딸입니다.

이 둘은

호주에 가서 1년동안 '자립'을 공부하고 실천하였으니 7월 중순 귀국하면 더 이상 예전의 아이들이 아닐 것이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학업을 마치면 자신들의 길을 가겠지요.

 

 

 

충신이는 마음은 착한데 이기적 욕구를 통제하는 정신적 메카니즘에 약간의 모자람이 아버지와 가장 많은 갈등을 낳게 된 원인이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한 때는 피아노에 미치고 게임에 미치고 친구들에 미치고...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중간은 갔으니 만약 이 아이가 일찍부터 공부에 미쳤다면 상당한 결과를 낳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대학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고 있지만 착한 마음이 있으니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했듯이 대학도 무사히 졸업하고 독립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경이는 정직하고 성실하며 아버지의 교육에 가장 충실한 아이입니다. 중3부터 오락실에 가서 태고의 북 두드리는 단 하나의 즐거움까지 접고 성실하게 '스스로 공부'하기에 참여한 딸이기 때문입니다. 중3시절 100등을 오르내리고 고1때는 100등 안에 안착을 하더니 고2가 되어 첫 시험에서 운 좋게 1%안에 성적을 올려 놓았습니다. 봐, 내 말이 맞잖아, 하면 된다니까...라고 하도록 저를 기 살려 준 딸입니다. 앞으로도 공부뿐 아니라 모든 것을 스스로 잘 할터이니 돌보미로서의 아버지가 더 이상 필요없는 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신이는 현재 자기모순에 빠져 흔들리고 있지요. 도움이 필요한데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하여는 도윰을 구할 수 없고, 아버지에게 굴복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센척, 아니 쎈 아이입니다. 중1, 너무 이르지만 저는 녀석의 선택을 존중해 주고 있습니다. 공부하는 학생으로 돌아오더라도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결단으로 해야만 할 일이니까요. 만약 돌아온다면 원경이의 뒤를 이어 학원과외 학습지 인강 없이도 얼마든지 1%안에 들 수 있음을 충분히 보여줄 아들이고 혹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가수든 백댄서든 자기의 독립된 길을 갈 것입니다.

 

 

 

 

                                

 

                                                                                           (2011.3월 남산)

 

이리하여

모두 다 자립 또는 독립을 할 예정이니

대충

다섯아이키우기는 종말에 이르렀다 생각합니다.

 

...

 

다음을 만나 글을 쓰기 시작한 때가 45살이었는데

어느새 제 나이도 56살이나 되었습니다.

두발 당수도

힘찬 몽둥이질도

우렁우렁 울리는 고함도

더 이상 제 몫이 아닙니다.

 

오로지 바라는 것이라곤

중1부터 대학4학년까지 분포되어 있는 다섯 아이들...모두 스스로 독립하거나 알아서 자립하거나 자기 길을 잘 가주면 좋겠습니다.

 

 

 

 

...

 

근데...

이제

뭘 하죠?^^ ㅎㅎㅎ

 

 

 

 

 

                                                                                      

 

 

  • 김순옥2012.05.26 23:54 신고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잘 교육을 받고 실천하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길을 가고 있겠지만 결국한 한 방향이 되어 만나겠지요.
    이제 할아버지로 다시 멋진 위치를 차지하지 않으실까 사료되옵니다만.

    저랑 같은 본관을 가지고 있다는 게 으쓱하게 만듭니다.
    특히 원경이의 일취월장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한빛이의 추락과는 상반되는 경우네요.
    고3이지만 아직도 수시로 게임 삼매경에 빠져 지냅니다.
    체력도 약하고 지구력도 딸리고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서 뒤죽박죽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지켜보는 것 말고는 특별하게 해줄게 없어서 답답하구요.
    어쩌면 '송'가 성을 가진 세 사람이 저의 인내심에 무게를 더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집안 가득 꽉 찰 날이 머지 않았네요.
    저도 기대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2.05.29 07:28

      할아버지가 되면 손자들이 15명은 될터이니^^
      15아기돌보기...가 될 수 있겠네요. ㅎㅎㅎㅎㅎ

      원경이는 이번엔 '운이 좋아서' 좋은 성적이 된 것이니
      다음엔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겟습니다.
      어쨌거나
      원경이덕분에 마누림을 비롯하여 충신이까지...제가 그동안 해온 말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인정받았답니다.
      글쎄
      제가 봐라 아버지말듣고 그대로 하니 되잖느냐...너도 좀 아비말듣고 영어라도 열심히 해라...그랬더니
      정말 죽어라 영어공부만 해볼까요? 아주 찰라의 순간이지만 진지하게 되물었다니까요^^

      한빛이는 저력이 있는 아이이니 믿고 기다리시면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 한재웅2012.05.27 22:01 신고

    마나님과 손잡고 이제는 천천히 쉬면서 주변도 둘러 보면서 가야죠^^

    답글
    • 주방보조2012.05.29 07:32

      요즘 제가 노래를 부르고 있답니다.
      나 시골로 내려갈래~~
      마눌님이 꿈쩍도 안 하십니다. ㅎㅎㅎ
      사실 저도 구체화시키려니 좀 막연하기도 하구요.
      큰 아이들 돌아와서 형편이 어떤지 보고 ...하반기쯤엔 귀농학고를 다녀볼까..생각만 그득합니다.

  • malmiama2012.05.28 12:02 신고

    어느새..그리되었군요. 11년.
    서로의 가정과 아이들의 성장 과정...원필님과 알게된지도 11년이 되었군요.ㅎㅎ
    큰 사고 아픔없이..참 감사하죠?

    앞으론, 다섯 청년 바라보기~로 이어지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2.05.29 07:38

      ㅎㅎ...사실 키우기란 말이 좀 교만했다 생각합니다.
      그냥 바라보는 것이 맞는데 말입니다. 키운게 아니라 하나님이 키우시는 것을 곁에서 바라본 것이지요.
      모든 평안이
      주변에 기도해 주신 분들 덕이리라 생각합니다. 말장로님을 포함하여...

      11년이니 강산이 두번째 바뀌기시작할만큼의 기간이네요^^
      인터넷에 감사할 가장 큰 복입니다.

  • 왕언니2012.06.01 18:15 신고

    11년 동기가 여기도 있습니다. 열심히 쓰지 못해 아직700개 밖에 안되지만 문 안닫고 버티어 온게 다행인가요?
    아이 하나 키우는것보다 여럿 키우는게 더 쉬워 보인다면 화내실까요?
    저희들끼리 알아서 생존법칙을 터득하는것도 많지요? 협동심도 배우고...
    원경이는 정말 축하받을 아이네요.
    탄력을 받으면 앞으로 쭈욱 상승기류를 탈것이 확실합니다.
    축하합니다.

    물론 하나님이 키우시는데 물만 주신거지만.....^^

    답글
    • 주방보조2012.06.02 01:10

      딸들보다 아들키우기가 어렵다는 통설이 얼마나 정확히 적용되는지, 요즘 충신이 교신이 덕분에 실감하고 있답니다.
      충신이는 어려서부터 불통이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교신이는 6학년중간에 화통하던 녀석이 갑자기 불통으로 확 바뀌어버려서 혼비백산^^
      아들들이 둘이나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니까...그동안 다섯이넷보다좋다는 제 캐치프레이스가 뻘쭘해지고 말았답니다.ㅎㅎㅎ

      다 타고나는 것이다...하나님이 주신 성질대로 사는 것이고...그러면서 성질을 죽이고 있습니다.
      원경이도 타고난 것 같습니다.^^

  • 잔느2012.06.07 14:39 신고

    사진과 함께 올려진 마지막 글.. 이제 뭘 하냐는 물음에 전 왜 눈물이 나려고 하죠? ^^;;;
    11년의 세월.. 그 세월속에 수없이 올려진 다섯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을 보며 함께 웃고, 웃었던 독자인 저
    비록 성실한 독자는 못 되었지만.. (지금 블로그 1년째 쉬고 있는중.. ㅋㅋ)
    결코 이 블로그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집사님의 다섯아이 키우기에 대한 글에 진솔한 매력과 감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꼬마였던 교신이가 거뭇 거뭇 코밑 수염을 달고 말장로님 위임식에 왔을때 괜히 가슴 한 켠 찡했던건..
    그 아이의 커 가는 모습을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 감동을 선사하신 주방보조님이 이제... 뭘 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지시니 조금 서글픕니다.
    제 마음이 이러한데 다섯 아이를 키워낸 부모님의 마음은 어떠하랴 싶어서요...
    그리고 저는.. 마치 바톤을 이어 받듯.. 무관심하게 내팽개쳐 놨던 제 블로그에 다시 글을 올려야 겠다는 묘한 도전을 받습니다.... 주방 보조님은 진짜... 묘하게 사람을 충동질 하시는 재주가 있으시다는거! ^^

    답글
    • 주방보조2012.06.07 17:01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지요?

      그냥...50중반이라는 나이가 늙어간다는 것을 아직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런 나이인가 봐요.ㅎㅎ
      60이 넘으면 체념하는 법을 터둑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것도 가봐야 알겠지요.

      아들들때문에, 폭삭 늙어버린 느낌입니다.
      저도 아들인데...반성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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