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신은
우리 가정이 가장 어려울 때 태어났습니다.
아니 그 녀석이 태어남으로서 가장 어려워졌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릅니다.
넷에서 다섯으로 아이가 하나 더 늘어났을 뿐이지만
세상이 참 이상해서
자기들이 낳아준 것도 아니고, 키우는 데 보태주는 것도 없으면서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고^^ 비난 일색이었으며
나아가 아내는 직장에서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면면이 이어지는 정말 말도 안되는 불이익과 핍박을 받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두울수록 작은 빛일지라도 오히려 더 밝게 빛나듯이
우리들에게 교신이는 기쁨의 원천이었고 특히 아내에게는 모든 고난을 잊게하는 마법이었습니다.
그리고
교신이는 마치 그 고난에 대한 보상을 해 주는 것처럼 초등학교 내내 아내의 자랑이고 보람이 되어주었습니다. 귀엽고 영리하고 공부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잘 하고, 운동이든지 대인관계든지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넘쳐나서 탈이었지요. 게다가 3학년부터 6학년까지 꽉 채운 회장시리즈는 자기 엄마를 온 동네에서 가장 빛나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1학기 전교어린이 회장이 끝나갈 무렵부터 ... 녀석은 터널로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더 일찍 그 터널이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파악한 것은 그때부터입니다.
작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6학년 2학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공부는 아예 멀리하고 ...뜬금없이 가수가 되겠다면서 이상하게 빗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수학은 보기도 싫고, 영어는 가수가 되어 해외활동을 하려면 조금 필요하다 생각했는지...정말 조금하고...^^
은밀한 외출이 빈번해졌습니다.
빛이 어두움으로 전락하는 듯...녀석은 어느새 우리의 근심꺼리가 되었습니다.
...
저는
기본적 교육방침이 이렇습니다.
학교교육에 충실할 것, 학원이나 과외같은 사교육은 절대로 시키지 않으며 그리고 영어든 수학이든 필요로하면 가르쳐 주고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둘 것.
티비, 컴퓨터 등과 단절시키고, 학교 도서관 또는 야자등을 이용하여 스스로 공부하게 할 것.
핸드폰은 대학입학 할 때까지 절대 금지.
진실은 새집에서나 도서관에서나 몰래 만화를 그리다가 망했고
나실은 언니따라 만화 그리는 것과 체질적인 잠을 못이겨 망했고
충신이는 도서관에 가방을 놔두고 게임방을 들락거리다 망했습니다. 물론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것을 망했다고 한다면 말입니다.
현재 원경이는 전교100등 안에는 넉넉히 들어가니 잘하면 안 망할 수도 있겠다 기대하고 있습니다만...이 아이의 경우는 타고난 성품이 너무나 모범생적이어서 그렇지 제 교육방침이 괜찮아서 그렇다고는 ...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교신이는
지금까지 저의 자유방임적 방침에 잘 따라 주었습니다. 학교숙제는 잘 했고, 놀만큼 놀았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동안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중학교 접어드는 마당이라
6학년 2학기 때에는 영어 수학에 대하여 약간의 스트레스를 주었지만 영어는 불성실하게, 수학은 문제는 풀지만 답은 맞춰보지않는 수준으로, 정말 고양이 세수하듯 억지 공부를 하였습니다.
음...거의 잊어버렸지만 상당한 사보타지를 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가수가 되겠다는 것이 그 중심에 서 있구요... 나머지는 프라이버시에 해당되므로 생략합니다만... 몽둥이가 약이 아닐까 수차례 고민하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그러나
저는 녀석이 스스로 깨닫게 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 변할 수 없는 기본방침이었습니다.
...
아이들 교육에 있어 부부단합공이 금이 간 것은
이러한 마눌님의 금지옥엽 교신이를 놓고 서로 의견 차이가 생긴 때문입니다.
아내는
책공주?답게 교신이의 중학교 진학과 더불어 공부하는 데로 방향을 돌리기 위해 아이들 교육에 대한 책들을 탐독하면서
그동안 다섯아이의 교육을 총괄해왔던 저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자는 섬세하지 못하다', '당신은 고집이 세다','시대가 달라졌다'
이 세 가지를 제 전작들의 실패 원인으로 돌리면서
교신이 같은 아이는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해야 한다고 기회만 되면 저를 앞에 놓고 강의를 하셨습니다.
특히 아이 하나를 잘 키워 서울대 경영과에 진학시킨 교육학자인 엄마의 책을 거의 줄줄 외우며 '나의 과오'를 지적, 비교 분석하여 읽고 따라하기를 요구하였습니다. 책 후반부를 건성 읽었는데, 마눌님 말씀처럼 괜찮은 내용이 많았으며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성공할 수도 있겠구나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제 입장에서입니다만^^ 그 저자가 책에서 주장하는 것이 실제로 제가 생각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에 가서는 내적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으니까요.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관리'입니다. 참고서나 문제집을 서너개 골라서 엄마가 직접 매일 수학문제를 일곱개를 선별하여 내주고 풀게하고 엄마가 미리 공부하여 아이가 틀리거나 모르는 것을 가르쳐 준다든가, 매일 아이에게 자기가 한 일을 메모하게 한다든가 하는 것을 관리하는 엄마노릇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저의 '알아서 공부하고 모르는 것은 물어보라','컴퓨터 핸드폰 못하게 하는 것' 정도의 관리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열변을 토하시다
저의 시쿤둥한 반응이 못마땅하신 마눌님께서
당신은 만화 그리는 것 관리하지 못했지 않느냐? 게임방 가는 것 관리하지 못했지 않느냐?...라고 지적하는 데 이르르면 ... 저는 결국 할 말을 잊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실이 나실이가 새집에서 몰래 만화에 빠져 있던 중학생 때...나머지 초등 3학년 1학년 그리고 4살짜리 아이들이 헌집에서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불순종하는 아이들에게는 딱 붙어 일일이 간섭할 수 없는 한, 그 어떤 관리도 불가능하다는 것
공부는 좀 뒤쳐졌지만 아이들 품성은 바르고 착하게 자랐지 않느냐는 것
그래도 원경이는 비교적 잘 하고 있다는 것 등등의 이야기들이
내 목구멍 바로 아래까지 올라왔지만
그렇게 변명같은 말을 하면, 왠지 제가 더 비참해 지는 것같아서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마침내
아내에게 항복을 선언하였습니다.
'교신이는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라고 말 한 것입니다.
부부단합공이 최초로 쩍~~금이 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음...제 짐작입니다만 교신이는 머리가 이런 쪽으로도 비상하여 이 깨어진 부부단합공의 단맛을 즐기고 있는 중일 것입니다.
고의로 침묵을 지키는 저에게는 말도 잘 못하지만,
엄마와는 상당히^^ 귀에 거슬릴 정도로 낄낄대며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변성기 중저음의^^ 은근한 목소리로 엄마에게만 자기 요구사항을 이야기하니까요.
...
저의 첫번째와 두번째 실패작인 호주에간 두 딸은 ... 호주에 갈 때 제게 빌린 비행기 값을 값는다면서 2천불을 보내왔습니다.
저의 세번째 실패작인 서울장신대학에 들어간 아들은 어제 헌혈을 하고 10번째라고 휴대용치솔소독기?를 선물로 받아왔습니다.
저의 네번째 작품이지만 '스스로 성공할 세째딸'은 자기 공부에 몰두하면서도 짬을 내어 김교신에게 매일 해리포터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 네 작품들은
공부에는 비록 좀 떨어졌지만 상당히 우수한 품성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저의 착각일 수 있음을 잘 압니다^^)
제가 믿기는 ... 유전자적 요인 외에 그 배후에 부부단합공이라는 고강한 자녀교육의 비기가 있음으로 이루어진 것들입니다. ㅎㅎㅎㅎㅎㅎ...
그리고 오늘 삼일절 ...
부부단합공을 금가게 하고...시대에 맞고 고집을 부리지 않는 섬세한 엄마의 손길로 새롭게 만들어질 ... 마지막 작품은 지금 10시가 넘었는데도 잠만 자고 계십니다.^^
...
아이를 서울대 경영과에 보낸 성공한 어머니의 그것도 교육학을 전공한 분의 책...좋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만 수년간 맡아서 도를 터득한 선생님의 책...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 책들의 결론들은 공부란 아이 스스로 깨닫는 시기가 언제 찾아오느냐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다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분명 경제적 능력이나, 부모 각자의 역량차이 그리고 아이들의 환경차이에 따라 일반화 시켜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책 저자들의 설득력이 바로 그 디테일한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 '저자의 성공케이스'에 기초하고 있음이 무척 아쉬울 뿐입니다.
우리처럼
경제도 안 되고, 하나만 돌보는 환경도 안 되고, 부모 각자의 정보력이나 시간도 넉넉지 않은 경우엔 결코 그들처럼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심각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가운데
부부단합공이야말로 그 모든 부모들이 제공할 수 있는 디테일한 차이점들을 다 극복할 수 있는 전천후적인 막강한 자녀교육의 핵심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만약
부부단합공이 깨어진다면
아이의 성적은 어찌 향상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말 소중한 것, 성적향상보다 더 가치있는 것...틀림없이 그것을 잃어버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아~ 그러니까 당신이 혼자 알아서 하세요.
아니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어요. 어떻게 저 혼지 알아서 해요, 같이 해야죠.
쩜쩜쩜...
풋^^
어떻게 혼자 알아서 하느냐는 마눌님의 말씀에
우리의 교신이에 대한 부부단합공이 아직 완전히 파쇄된 것은 아니구나 ... 싶긴 합니다만 ... ^^
-
-
좀더 지나보세요.
답글
다섯 아이 모두 부.모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기도로 키운 자녀는 결코 망하는 법이 없음을
아이들이 크면서...체험하며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
저는 올 상반기가 빨리 지나기를 기다립니다, 이유야 여하튼 고3을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지요.
답글
그렇다고 당사자나 저나 고등학생이라고해서 특별하게 다를 것도 없다 싶어요.
중3여름방학 영어학원1개월, 중3겨울방학 수학과외2개월, 고1겨울방학수학,영어과외2개월,
그리고 고2겨울방학 영어 수학과외2개월, 어찌보면 한빛이를 위한 과잉투자였습니다.
결과는 돈에 비해 50%만족이랄까요?
아마 그동안 방심했던 부모로서 보상받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도 몰라요.
확실한 통제를 못하는 저는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방관자로 보았던 탓도 있어요.
공부하는 시간에 비해 학교 성적이 아주 나쁘지 않다는 게 함정이었겠지요.
1학년 내신이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잘하는 아이들이 대거 이과로 빠지면서 문과1등으로 2학년이 되었답니다.
2학년 특히 2학기 성적은 결국 최악이었어요. 거기다 기말고사 기간이 한얼이 수술과 겹쳐서
모두가 정신없는 상황이었고 그것을 잘 컨트롤하지 못하고 내신을 많이 깎아 먹더군요.
어쨌든 내신과 모의고사 평가로 반평성을 할 결과 200명 가운데 4등으로 올라와 학급1등으로 회장이랍니다.
초등학교 2학년때 학급부회장을 한 이후 고등학교까지는 줄곧 학급회장, 학생회 기획부차장,부장.
편집부 2학기 부장,토론동아리 창단맴버로 부회장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것 같네요.
다만 대학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답니다. 애매모호한 모의고사 성적, 3학년1학기 성적을 최대한 높이지
않고는 상위권대학1차 관문을 통과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비교과영역을 화려한 스펙으로 채워서 진학한 상급학년 학부모들의 말을 들으면 절대로 대학에
갈 수도 없을 것 같고 부모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얼이가 정규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나서 고등학교 엄마노릇을 잘 몰랐다는 결론도 있습니다.
이왕이면 중학교 떼 좀더 영어,수학에 대한 준비를 했더라면...아쉬움도 있더군요.
한빛이는 외국계 게임회사에 취업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느 과에 목표를 두고 진로를 정해야 할지도 모호하답니다.
교신이에 대한 기대는 지켜보는 저도 큽니다.
중학교에서 다른 많은 것을 하는 것보다는 영어,수학은 좀 터를 닦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교내경시대회가 이미 수학은 전학년과정, 영어는 토익이더군요. 그러니 겨우 한 학기 정도 앞서
공부했던 아이로서는 낄 틈이 없던걸요, 외고나 과학고 준비를 했다 떨어져서 오는 아이들의 몫이구요.
가수가 되든 다른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일단 학교생활과 공부에 충실해야 하는 건 원칙이라고 생각해요.
진실이나 나실이 그리고 충신이도 그들 나름대로 자기의 길을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얼이가 고비고비 실망과 절망도 가져다 줬지만 희망과 기쁨도 줬던 것 같아요.
아직도 힘든 터널이 기다리고 있어서 바라보기도 미안하고 떠오를때마다 눈물이 납니다.
건강하고 건전하게 잘 자라주는 게 제일이다 싶어요.
한빛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게 게임이고 그러다보니
그쪽으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인정해 주는 부분도 그런거예요.
요즘은 과와 무관하게 일을 하는 경우도 많구요.
아이들 아빠는 막연하게 기대하고 지켜보는 것 같아요. 자기 생각대로 가기를 바라기도 하구요.
경제학이나 사회학...
아이들은 부모들에게는 영원한 숙제같습니다.
한얼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바람이나 욕심이 없답니다.
세상적인 틀에 넣고 바라보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을 합니다.
그저 건강하기만을...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지요?
장황하게 댓글을 썼네요.
섣부르게 오픈하기도 애매한 부분들이 많기도 하고 한편은 속풀이를 하고 싶었나 봅니다.
답답함...그게 풀리는 날이 있을까요?
교신이의 능력과 잠재력이 조화롭게 잘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기다려주는 것도 부모의 몫이 아닌가 싶구요.
한빛이는 제가 하는 말에 늘 '생각해 볼게'라고 합니다.
그럼 저는 '생각하다 망한다'라고 하지요. 둘다 별 의미없는 말이지만요.
[비밀댓글]-
주방보조2012.03.03 21:35
휴......^^
전 아이들 명문대 가는 덴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습니다.
명문대가 별건가 했고
그냥 서울에 있는 대학은 가겠지 설마 했지요^^
성적은 나무란 적이 없고 다만 성실하길 바라고 정직하길 바랬지요.
지금도 유감인 것이 아이 셋이 모두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나실이가 고2접어들면서 상당히 괜찮아졌지만 이미 너무 많이 뒤져 있었던 것을 조금 만회하는데 그쳤지요.
원경이는 그래서 전교 60등정도이지만 너무 지나칠정도로 감사하고 있답니다. 정직하고 성실하거든요.
그런데...
교신이가 성실은 몰라도 정직은 하리라 생각했는데...불성실이 드러나면서 정직도 망가져 가더군요.
그게 제일안타까운 일이거든요.
그런 가운데...
마눌님은 ... 성적만 따지려고 끼어든 것이라 트러블이 생긴 것이랍니다.
한얼이 건강을 위해 기억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빛이는
게임만드는 것이 꿈이군요. 의외인데요? 교신이 가수되겠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어쨌든 이제 고3은 시작되었고...올해 말이면 대략 결론이 나오겠네요.
짧지만 참 긴 시간들일 것입니다. ㅎㅎ
홧팅을 전합니다.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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