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지갑에 돈을 두둑히 넣어 가지고
점심메뉴를 고민하면서
1시간30분이나 진행된 졸업식을
꽃을 들고 서서 지켜보았습니다.
졸업식후
사진 한장 달랑 찍고
자기 교실로 들어가서
졸업장과 봉사상을 받는 동안 30여분을
무스쿠스든 애슐리든 원하는데로 데려가야지
왼편 가슴 두툼한 지갑을 툭툭 치기도 하며
햇볕도 안 드는 교실 밖 복도에서
꽃을 들고 서서 기다렸습니다.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며 즐거운 활기를
보이며 스쳐지나가도
아버지는 오로지 아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기대에 찬 탐식가 원경이와 함께 점심 메뉴를 토론하고 싶었습니다.
1시가 넘어
아들이 구부정하게 교실에서 마지막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친구들에게로 몸을 돌리며
두시간이 넘게 꽃을 들고 추위를 견디며 서 기다린 아버지에게
눈도 마주치지 않고
한마디 하셨습니다.
맘내킬 때 집에 갈께요...
놀란
아버지는
갑자기 더 무거워진 지갑을 가슴에 느끼며
후문이 붙어있는 중학교 운동장을 말없이 걷다가
불쑥
우리 충신이 참 효자야 그렇지? 곁에 있는 원경이에게 속삭였습니다.
아버지는
입맛이 없어
냉장고에 들어 있던
차가운 빵을 우유 한잔과 먹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모로 누워 추위에 떨어 곤해진 몸에 잠을 청했습니다.
저녁에 돌아온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점심은 먹었니?
예
무얼 먹었는데?
부대찌게요
누구랑?
친구 부모님들과요.
그래?
네
그분들이 넌 부모님 오지 않으셨냐고 안 물으시데?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오셨다고 말씀드렸어요.
뭐라시고?
어? 그래? 그러셨어요.
아버지는
참 그분들에게 망신살이 뻗쳤다 생각하면서도
아들이 자기대신 남의 아버지 지갑을 가볍게 하므로 효도를 했다고 하며 웃었습니다.
아들도 따라 웃었습니다.
아버지는
슬퍼도
짐짓
웃을 수 있는
부쩍 늙어버린 자신을 무척 대견하게 생각했습니다.
-
-
알 수 없는 사용자2012.02.09 20:10 신고
이 서사시를 읽은 한 사람...
답글
이제까지 충신의 충실한 지지자 였던 제가...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전할 수 없게,
'맘내키는 데'로 등을 돌리고 가버린 주인공께,
... 저 역시 등을 돌려 쓸쓸히 돌아갔다고 전해 주십시오. (_._)*
너무 슬픈 詩입니다. 哀歌~
(밉다. 웃고있어도 밉다. 김충신 왕밉따!!!) -
우월한 유전자 덕분에 연예인보다 더 멋진 충신이네요.
답글
사진으로 보아서는 대학을 졸업하는 느낌이 물씬 풍겨요.
충신이의 졸업을 다시 한 번 축하보냅니다.
부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섭섭하셨을지 알겠습니다.
어느 순간에인가 아이들은 부모보다는 친구가 우선이 되어가더군요.
특히 한얼이가 그렇습니다.
친구들과는 긴 전화에 문자...그러면서도 제가 보내는 문자는 아주 단답으로 합니다.
그것도 답을 요하지 않는 문자는 떼어 먹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3시간의 동행이 또 반전을 하잖아요.ㅎㅎ
'서사시'라고 말하는 원경이의 문학적 소양도 멋집니다.
무엇보다 원경이가 실망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두요.
저는 아들만...이라는 걸 별로 섭섭해 하지 않았었는데 요즘은 참 삭막하다는 생각합니다.
세 남자들, 거기다 살갑지 않은 성격의 저까지...집안 분위기 참 재미없습니다 ㅋㅋ
충신이의 군대이야기...괜히 벌써부터 슬퍼지네요. -
알 수 없는 사용자2012.02.10 09:11 신고
답글
제게... 아주 슬픈 얘기 있어요.
엄마가 기다리실 것을 미처 생각못하고...
너무 오래간만에 찾아오신 아버지를 따라 갔던 일.
엄만 아무것도 모르고 교회 앞에서 아이들 헌금을 주시려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셨죠.
시간이 지나도 당연히 나타나야 할 아이들이 오질 않아서 온갖 염려를 하시며...
아무런 연락을 취할 도구가 없었던 아주 오래 전 이야기네요.
거의 무의식적으로 아버질 따라나서고는...
지금 떠올려보니 어린 제가 속으로 너무 힘들었네요.
'배신'이라는 말이 뭔지 스스로의 행동을 보고 처음으로 알아야 했던 경험입니다.
엄마는 한 마디도 그 사건에 대해 서운함을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시 한 편 쓰지도 않으셨지만...
제 뒤끝이 오히려 짱입니다.
글고보니 충신이보다 더 나쁜 딸이 여기 있었네요.^^*
주방보조님... 역시 전 충신이 편에 서야겠어요.
이 친구, 이번 일을 통해 그 깨끗한 마음이 무진장 쨘~할 것 같아요.
저처럼 '후회'라는 거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충신의 대학 졸업식... 기대하셔도 될 모드일 것 같아요~
이번 졸업식, 마땅히 함께 축복받으셔야 할 아버지와 아들,
축하하고 축복합니다.(_._)* -
-
주방보조2012.02.10 20:55
...
그 전도사님도 효자?이십니다.^^...ㅎㅎ
축하하신 것 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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