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이가 경기도 광주에서 제일 좋은^^대학에 수시로 합격하고 나서
너무나 놀란 나머지
제가 뱉어서는 안 될 말을 뱉고 말았습니다.
충신아 넷북 컴퓨터라도 하나 사줄까? ...
공부는 죽어라 안 하는 놈이 그날부터 핸드폰, 컴퓨터...하며 졸라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열정으로 공부를 했으면 서울에서 제일 좋은 대학도 못 들어갈 이유가 없어 보였지요.
말을 꺼내놓고 녀석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는 순간 아차!!! 했지만 남아일언중천금인데 아버지란 작자가 아들에게 한 그 말을 무를 수는 없고
좋은 머리를 휘리릭 굴려 답을 찾아내었습니다.^^
'핸드폰을 대학 들어가던 해 1월 또는 2월에 사준 누나들의 전례를 따르겠다...그러니 1월에는 넷북과 핸폰을 사주마.'
충신이의 항의는 날마다 계속되었습니다.
누나들은 정시로 대학을 들어갔으니까, 핸드폰을 2월에 사준 거잖아요. 수시로 합격해서 할 것도 없는 저는 그동안 뭘 하라고 안 사주시는 거예요. 이건 말이 안 되는 처사네요. 저는 3개월동안 할 게 없잖아요. 등등...
푸핫^^ 영어공부하면 되지...이런말로 근근히 방어를 하면서, 그리고 진실이가 놓고 간 핸드폰을 마치 자기것인냥 써 대는 꼴을 방임하면서, 그리고 컴퓨터 게임만 하고 앉았는 녀석의 꼬라지를 웃음으로 참아내면서 11월, 12월 그리고 1월을 지냈습니다.
물론 "아빠가 저라면 대학합격하고 영어공부하고 싶으시겠어요?' 뻑뻑 우겨대는 꼴도 참아내야 했습니다.
새해가 되자마자 1월초에 사주세요라고 하며 즐겨찾기에 노트북을 이것저것 올려놓고 얼마나 졸라대던지,
마침내는 '1월중에 사준다고 한 약속을 믿고 기다려라 아직 1월 안 끝났다', 소리를 버럭 질러야 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설을 맞았지요.
이십만원에 가까운 세뱃돈을 제가 사 주기로 한 컴퓨터가격(30만원)에 추가하고 교신이에게 2만원을 빌려서 43만원짜리 아수스노트북을 사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키보드도 자기 것으로 하나 사고(게임하는데 쓰려고) 노트북 냉각기?도 4만원인가 주고 사 놓았습니다.
...
1월31일...녀석은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노트북을 손에 넣었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녀석이 윈도7을 설치한 후 맨 처음 한 일이 비밀번호를 걸어놓는 일이었습니다.
지금껏 아버지의 컴퓨터를 자기 마음대로 써 놓고 ... 자기 컴퓨터는 아무도 손을 대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이런 고얀 녀석이라니 1 ... ^^
그리고 어제는
말미암아 장로님이 직접 배달해 주신 겔럭시엠인가 하는 스마트폰도 손에 넣었습니다.
더 이상 행복할 수는 없을 것같다는 녀석의 찢어진 입을 살피며 슬며시 떠 보았습니다.
너 이 핸폰으로도 엠피3되니까 네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거 나를 주라.
찢어졌던 입대신 눈이 짝 찢어지면서 "네에~~~?"하는 겁니다. 아버지는 필요없으시잖아요. 전 필요해요. 안돼요.
이런 고얀 녀석이라니 2...^^
...
충신이의 졸업식은 2월8일이고
교신이의 졸업식은 2월15일입니다.
충신이 졸업식때는 교신이가 학교 다니는 중이기도 하고 아이들 엄마가 일이 있기도 하여
둘의 졸업을 축하하는 의미로 가족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교신이 졸업식날 정말 큰 마음을 먹고^^ 그 비싸다는 무스쿠스에 가기로 아내와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마침 빈둥거리는 충신이에게 '네가 예약을 좀 하라'고 했더니
이놈 하는 말이 걸작입니다.
뭐 자기 졸업식에는 아무 것도 안하고 교신이 졸업식만 챙겨주시는 것이니, 자긴 신경쓰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이런...인식의 차이라니...
그리고 이렇게 고얀녀석이라니 3...^^
그래에~~~^^ 알았다.
저는 이 고얀 녀석에게 ... '너희 둘 다 졸업식날 똑같이 짜장면이나 사주마'...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똑같이"라는 말에 강세를 두었구요.^^
그리고 정말 그렇게 해 주리라 마음을 굳세게 먹었습니다.
무스쿠스에 예약을 하지 않은 것도 물론이구요. ㅋㅎㅎㅎ
아주 50년묵은 체증이 다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버지와 아들이 이래도 되는 것입니까?
-
-
올해 경쟁률이 매우 높아진 대학에 수시로 합격한 것 대단한 일입니다.
답글
고얀면이 없잖아 있지만 받을 만하다는...^^
그동안 소위 2G폰만 사용하다...이 번에,
장학생으로 대학원에 합격한 정민이도 기념으로 스마트폰으로 바꿔줬습니다.
태블릿PC+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로 해줬지요.
오랜기간 휴대폰 타령을 안했던 점을 반영했다는...ㅎ -
충신이가 어제 졸업을 했네요.
답글
뭘하는지 요즘은 많은 부분 놓치고 지나갑니다.
진로가 일찍 확정되고 부모님의 근심을 일찍 덜어드리고 기세등등한 충신이의
일상을 조금은 옅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든 휴대전화든 필요악이라는 생각 지울 수 없지만 시대가 그렇게 변했으니
부모라고 억지로 제한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이지요.
저는 아직도 늘 한빛이랑 그 두 가지 것들로 인해 실랑이를 합니다.
많은 부분 아니 절대적으로 공부를 방해하는 건 분명한데 확고하게 차단할 수 없는 건
그 다음에 오는 더 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나 할까요?
그렇게 자식에게 약자로 살아가는 부모입니다.
대학생이 되면서 다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겠지만 저는 오히려 충신이가
공부만 했던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더 발전된 모습으로 대학생활을 하리라
믿고 기대합니다.
오랫동안 충신이를 알고 지켜봐 줬는데 저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네요.
언젠가 독수리5형제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늦어도 결혼식에서는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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