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신당론’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법륜 스님은 이날 경기도 오산시청 대강당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희망세상 만들기’ 강연에서 이같이 공개적으로 신당 출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안 원장이 법륜 스님의 제3신당에 참여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안 원장의 한 측근은 밝혔다.
‘희망세상 만들기’는 법륜 스님이 지난 9월 초에 시작한 40~50대 연령층 대상의 강연회다. 이날 강연은 10회째로, 그는 12월 초까지 총 102회를 목표로 전국을 돌며 강연을 계속할 계획이다.
법륜 스님
법륜 스님은 “여야도 항상 싸우면 젊은이들이 외면하게 돼 있다. 머리를 맞대 도 될까 말까 한 상황 아니냐”며 “(신문만 보면) 제가 제3당의 핵심인물처럼 돼서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한다. 그런데 스님이 이런 얘기하면 안 되는 건가. 옆에서 비정치인이 한마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야 및 보수와 진보를 모두 비판한 뒤 “이럴 거면 새로운 정당이라도 나와야 한다”는 말을 했다.
양대 진영을 모두 비판하는 과정에서 법륜 스님은 이명박 정부를 겨냥해 “4년 전 대통령으로 뽑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부도덕한 것 다 알면서도 경제 전문가라니까 돈만 벌어주면 된다고 해서 뽑았잖느냐. 그래서 돈 벌었느냐. 대통령 탓할 게 아니다. 여러분들이 다들 무언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 거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 대통령 성향은 좀 다른 것 같은데 주변에선 ‘절친’이라고 한다. 그게 다 이 대통령이 미국 이익에 부합하니까 그러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다. 한 시민이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자 법륜 스님은 “여자가 대통령 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부처님과 예수님을 세상에 내놓은 게 어머니였다.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느냐”고 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는 “상당히 개혁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는데, 하지만 개혁 했느냐. 등록금 배로 오르고, 땅값 두 배로 오르고, 아무리 착하면 뭐하느냐”라고 했다.
그는 “진보가 (다음 대선에) 집권하더라도 51대 49로 겨우 이겨선 안 된다”며 “중도까지 껴안아서 안정적인 집권을 해야 국가를 개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륜 스님은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자신이 정치에 직접 참여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내 본분이 뭐냐. 승려다”라면서 “내가 결혼주례 선다고 내가 결혼할 거요?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법륜 스님이 신당 문제를 언급한 21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자신의 저서인 『대통령의 자격』(메디치미디어)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민 기대에 어긋났기 때문에 제3 세력의 성공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다”면서 신당론에 불을 지폈다.
‘중도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래 정치지도자가 될 젊은 정치 지망생들과 폭넓게 만나고 있다”면서 “정치혁명에 가까운 정치개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안 원장은 이런 신당 논의에 참여할 결심이 아직 서지 않았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총선을 노리는 인사들과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안 원장과는 정치일정에 대한 ‘로드맵’부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총선 출마자들과 안 원장은 ‘이해(利害)’가 다르다. 총선 출마를 앞둔 인사들은 당연히 ‘제3’의 깃발을 들고 안 원장을 등에 업으려 한다. 하지만 안 원장으로선 이들에게 선뜻 ‘업힐’ 수는 없는 입장이다.
안 원장의 한 지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법륜 스님의 ‘안철수 신당’ 창당론도 안 원장의 뜻과는 상관이 없는 스님의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표가 참여하지 않았던 ‘친박연대’처럼 ‘안철수 없는 안철수 신당’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선 나온다.
강연이 끝난 뒤 기자가 법륜 스님에게 별도의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는 “그럴 시간이 없다”고 거절했다.
오산=양원보 기자 <WONBOS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