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도권 한 대학의 취업특강. '자기소개서 만들기' 강의가 시작되자 100여명의 학생이 들어간 강의실 열기가 뜨거워졌다.강의 도중 한 학생이 손을 들고 "그래도 기업 담당자들은 거짓말인지 다 알지 않나요?"라고 물어보자 강사가 대답했다. "어차피 자기소개서 경력란 내용을 100% 검증 안 합니다. 그럴듯한 것을 적으세요."
일부 취업 준비생들의 ‘거짓말’ 자기소개서 쓰기가 도를 넘고 있다. 취업 과정에서 내는 자기소개서를 침소봉대해 작성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었지만 이제는 단순한 부풀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구직자들은 자기소개서에 '거짓말'을 적어 넣고 10~20분 밖에 되지 않는 면접 시간에 그 거짓말을 잘 둘러대는 법을 연습한다.
- ▲ 서울의 한 대학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가한 두 학생이 자기소개서를 쓰고있다 /전기병 기자
대기업에 지원했던 A씨(25)는 가지도 않은 어학연수와 봉사활동 경력을 꾸며냈다. "사실은 독일 친척집에 놀러 가서 관광만 했는데 자기소개서에는 현지인들과 봉사활동을 했다고 쓰니까 기업에서 좋게 보더라"며 "면접에 대비해 봉사활동 중의 에피소드 같은 것들을 미리 꾸며내는 것이 조금 힘들었지만 결국 합격했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학교 4학년 B씨(24)는 없는 동아리를 있는 것처럼 만들어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지원한 회사에서 리더십을 중요시하는데, 말할 게 없어서 동아리 이름을 하나 지어내어 내가 회장을 맡은 것처럼 했다"며 "우리나라에 대학과 동아리 수가 많으니 다 확인은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의 경우, 증빙서류가 아예 없는 경우가 많아 거짓 자기소개서에 단골로 사용됐다. 대학생 C씨(24)는 "홍보회사에 들어가고 싶은데 관련된 경력이 전무해, 홍보와 관련 있는 아르바이트만 골라 했다고 거짓으로 써 넣을 예정"이라며 "다들 하니까 안 하기도 그렇고 큰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경력란에 적는 경력은 증빙서류를 제출해야만 인정이 된다"라면서도 "하지만 자기소개서에는 무엇을 적든 증명할 필요도 없고 기업에서 따로 확인해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한 면접이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는데 아주 잘 숙련된 거짓말을 한다면 솔직히 가려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구직자들이 '어학연수'나 '여행'을 다녀와 많은 것을 느꼈다고 자기소개서에 적는데, 이런 것들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업들은 경력과 인턴 등 확인하기 모호한 평가 항목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26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은 인사담당자 212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의 스펙을 조사한 결과 토익과 학점의 비중이 줄어들고 경력과 인턴 경험의 비중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사람인의 임민욱 팀장은 "최근 채용 시 실무능력, 나만의 스토리 여부가 주요 평가요소로 떠오르면서 토익, 학점 등의 스펙보다 인턴 활동이나 경력 등을 통한 다양한 경험이 더 인정받는 추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