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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성희롱 당한 이를 오히려 해고...(프레시안펌)

주방보조 2011. 6. 22. 13:05

"성희롱도 억울한데, 돌아온 건 해고"

프레시안 | 기사전송 2011/06/22 07:38

현대차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원직 복직 때까지 싸울 것"

[프레시안 김윤나영 기자]

"사랑한다(는) 문자 받고 안 재워줬다고 해고됐어요. 억울해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하청업체에서 14년 동안 일했던 여성 노동자가 성희롱을 당했다. '사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회사 측의 대응은 오히려 '피해자 해고'였다. "회사 내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사유였다.

"가해자가 인사위원장으로 나서 징계"

사건은 지난 2009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청업체의 작업 관리자 두 명이 김영희(가명·46) 씨에게 반복적으로 성희롱했다. 한 관리자는 "우리 둘이 자고 나서 입 다물면 누가 알겠느냐"고 말하고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사건이 공론화 된 후에는 전화로 "밤길 조심하라"고 협박도 했다.

또 다른 관리자는 "간밤에 힘 좀 썼더니 오늘은 기운이 달린다", "나는 밤새 해도 끄떡없다"며 상시로 욕설과 음담패설을 했다. 그는 작업 도중 김 씨의 엉덩이를 무릎으로 치고, 어깨와 팔을 주무르는 등 성추행을 했고, 하룻밤에 세 차례나 동침을 요구하는 전화를 했다고 한다. 김 씨는 이혼 후 혼자서 세 자녀를 키우고 있다.

견디다 못한 김 씨는 직장동료에게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사내하청기업인 금양물류 측은 2009년 12월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인사위원회 위원에는 가해자인 작업 관리자가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김 씨는 "가해자가 인사위원장으로 나서 징계하니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정직 6개월과 보직변경' 처분을 받았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성희롱 문제 터지자 폐업 후 간판만 바꿔달았다"

김 씨는 '성희롱 피해자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해 9월 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이에 맞서 금양물류 측은 9월 30일 김 씨를 해고했다. 5일 뒤에는 폐업 공고를 냈다. 복직을 요구할 회사가 사라져버린 셈이다.

얼마 뒤 금양물류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피해자를 제외하고 전원 형진기업으로 고용이 승계됐다. 고용승계 대상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가해자로 인정한 작업 관리자도 포함돼 있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측은 "일하는 인원과 공장은 그대론데 사장과 간판만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이런 일(성희롱 등 문제가 되는 일)이 생기면 현대자동차는 하청업체를 폐업시키고 업주만 갈아치운다"며 "원청 관리자들이 하청업체 바지사장으로 들어가고, 원청의 지시 없이는 폐업 신고는 절대 못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바지사장은 사람 하나도 마음대로 다른 자리로 못 옮긴다"며 "현대차는 뒤에서 하청업체를 로봇마냥 조정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대리인인 권수정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인권위조차 해고를 '성희롱으로 인한 고용상의 불이익'이라고 인정했다"면서도 "그런데 폐업 신고를 하고 간판만 바꿔단 기업에 피해자가 어떻게 원상회복을 하느냐. 원청이 책임지고 복직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직원에게 전치 4주 상처 입기도"

그러나 김 씨는 "현대차 관리자들이 '우리는 힘들어서 농담하고 지낸 건데, 저게 무슨 성희롱이냐'는 말을 전해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고 이후 아산공장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현대차 경비직원들에 의해 팔, 다리, 옆구리 등에 부상을 당해 입원까지 해야 했다.

"해고당하고 아산공장 정문 앞에서 일인 시위를 했어요. 수많은 남성들이 지나가는 정문에서 일인 시위를 하려니 다리가 떨렸어요. 그런데 원청 관리직원이 '아줌마는 성희롱 당하고 쪽팔리지도 않느냐, 여기가 어디라고 와서 이러느냐, 정문 앞 인도도 현대 땅이니까 나가라'고 했습니다. 직원들한테 저항하다 전치 4주가 나왔어요. 관리 직원이 경비 세 명에게 '저 아줌마 허리 잡고 팔다리 잡으라'고 지시했고, 인도에서 차도 한가운데까지 밀려났어요. 맨발이었어요. 신발도 못 신고 도로 한복판에 끌려나왔는데,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김 씨는 "내가 정규직이었으면 과연 이런 일이 생겼겠느냐"며 "멈출 수 없다. 멈추기엔 너무 많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나 같은 비정규직에게 더는 억울함이 없어야 한다"며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피해자가 '나도 싸워서 이겨야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여성인권위원회, 한국여성민우회,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14개 시민·노동단체로 꾸려진 대책위원회는 21일 여성가족부 앞에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원직 복직'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대책위원회와의 면담에서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담당으로 넘어가서 여성가족부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가해자 처벌을 어떻게 하라고는 못하지만, 피해자 복직과 관련해서는 국가인권위와 노동부와 간담회를 열어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 21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상경농성 지원대책위원회'가 여성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김윤나영 기자 (dongglmoon@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