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이는 우리 식구를 떠나 다른 교회를 다닙니다.
그 교회에는 우리 작은 교회에는 없는 중고등부가 있고 이번에 수련회를 떠난답니다.
저는 고3이 곧 되는 아들에게 수능이 끝나고 나면 수련회를 가게 해 주겠다고 했고
아들은 이번에 꼭 가고 싶다고, 새 교회에서 친구를 사귈 좋은 기회니까 보내달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물론 허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공부도 안 하는 녀석인데 하고 보낼 수도 있지만, 그래도 3일이라는 시간과 그 후유증까지 생각하면
보내지 않는 것이 옳다 싶었거든요.
그랬더니 녀석의 교회 전도사님이 급기야 집으로 전화를 주었습니다.
제가 녀석을 다른 교회로 가길 허락하면서 '전화오게 하지마라'...부탁했던 일이 깨졌습니다.
그 전도사님에게 물론 허락하지 않는 이유를 말씀드리고
고3에게는 교회에서도 좀 배려해 주어야하지 않느냐고, 그리고 수능이 끝나고 나면 얼마든지 허락해 주겠다고 말씀을 드렸지요.
그랬더니
아들녀석이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멋진 글을 남겼고 저는 그 아래와 같은 갑갑한 답글을 달았습니다.
서서히 잊혀져 가기는 좀 싫어서 말이지요. ㅎㅎㅎ
..................................................................................................................
그리고 이 놈은 다음과 같은 편지를 일주일째 곱게 누여있는 식탁 의자 위 수학의 정석 위에 남기고...떠났습니다.
수련회 갔다올께요...
저로서는 중고등부 마지막이자 처음으로 가는 수련회예요...
공부할 거는 학교 잠간 들러서 가져갈께요
속 상해 하실 것 같지만
전 이번 수련회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에
양보하기 힘들었어요
죄송합니다.
권리만 주장해서...
1/27 충신
좀 심란했습니다만한편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녀석이 공부하는지, 노는지, 왜 늦는지, 자는지, 컴퓨터를 하는지, 엠피3를 듣는지, 다락에 쳐 박혔는지, 소설을 읽는지, 축구를 하는지, 게임방에 갔는지, ... 신경 쓸 일이 없어졌다는...
-
부모이기에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정말 멋진 아버지와 아들입니다.
답글
아버지를 닮아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시는 건 아닐까요?
충신이의 생각이 결코 그릇된 것은 아닌데요.
지금은 그도저도 아니지만 한빛이도 교회 수련회에 보내고 싶지 않았었답니다.
1박2일 정도면 적당할거라고 생각했고 그 아이들이 수련회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꼭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까 모호했습니다.
아직 결말은 나지 않은건가요?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든 충신이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며
아버지 또한 그런 충신이를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주방보조2011.01.22 02:03
^^...
저는 별로 멋질 것없습니다.
이글은 뒤끝있는 글이거든요.ㅎㅎ
나중에 녀석이 머릿속에서 서서히 지워버릴지라도, 클릭 몇번으로 짠 하고 녀석 앞에 들이댈 수 있는
결코 지울 수 없는 근거로 말이지요.
제가 물었습니다. 12번이나 나오는 "나"라는 단어가 어떻게 오로지 권리로만 집중하여 나가고 있느냐고.
너에겐 어떻게 의무라든가, 책임이라든가 하는 것이 전혀 개념잡히지 않느냐고.
대답을 하지 않더군요^^
권리지향적 인간으로서...그 순간도 속으로 '나는 침묵할 권리가 있다'...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참 재미있는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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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하하~~
답글
웃어서 죄송합니다..
요즘 딸과 전쟁을 치루고 있거든요..
고3을 보내면서 힘이 들땐 찾아오곤 했었는데
멜주소라도 알았으면 멜이라도 보내서 의논하고 싶을때가 많았거든요.
이렇게 다시 올수 있음이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딸도 교회를 따로 다니면서
교회간다는 핑계로 영화도 많이 봤더군요..고3시절에 말입니다.
그러니..
모두가 합격할꺼라는 학교에 떨어지는건 당연한것이죠..
더 한심한것은 수시2차에서 1차수시에 친구가 합격했다는 지방대를 엄마도 모르게 써놓고...
합격을 해버려서...
정시엔 지원조차 못하고..
재수를 해야하는 형편이 되었거든요.
거기까지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해해 주려고 했는데
재수학원에 등록하고 일주일 다니고 경고를 받고 쫒겨났다는...
지금 저의 현실이거든요.
그런중에 요리왕님의 자녀교육요리가 궁금 했다는 겁니다..
요리왕님의 지혜를 훔쳐가고 싶었던 거죠...
재수학원에서 왜 경고받고 쫒겨 낫냐구요?
기가막히게도...
학원 옥상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겁니다..
믿을수가 없어 몇번을 물어 봤는데...
본인은 안피웠다고 하고 학원에서는 증인이 있다고 하고..
하는 수없이 흡연 검사까지...해야하는 부모로써 정말 말로 표현할수없는..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엄마로써...
애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거든요...
집엔 아빠도 오빠도 담배피우는 사람이 없다는..
물론 검사결과 흡연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학원 옥상에서 친구로부터 받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는데..
잘 안붙어 계속 들고 있다가 버렸는데..
학원측에 발견되었다더군요..
그 학원을 그만두고 다른학원에 등록을 했는데...
그 학원에서도 쫒겨나면...
대학 포기 시키고 공장에 취직시키겠다는 협박으로 말입니다..
오랜만에 와서...
아무소리나 막해도...이해되는 곳 맞죠?
눈물이나서...무슨말을 썼는지...
무슨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정하고 다시와서 정리해야할듯..
[비밀댓글]-
주방보조2011.01.22 15:06
자식들에게 부모는? 저도 요즘 부쩍 드는 질문입니다.
다섯중 네 녀석은 모두 그런대로 따라주는 맛이 있는데
유독 가운데 한놈이 말이지요...아주 저를 박살을 내고 있는 중이거든요.
이중인격자라는둥, 머리속에서 지워버리겠다는둥...하는 말도 가관이 아닌데다가
하는 짓도
하지말아야한다고 생각하는 것만 하고 다닌답니다.
공부 안하고 요즘처럼 추운 날에도 축구한다고 12시 반이 넘어서 절뚝거리며 들어오고
두달에 한번은 헌혈을 해야된다나요. 이제 곧 고3인데 참으라고 하면...선한일을 하는데 왜그러느냐고 반문을 하지요. 그리고 피뽑고 이틀은 비실거린답니다.
ㅎㅎ...
그래서 이 아들놈을 통해 하나님이 제게 가르치시려는 것이 있구나 ... 생각하며 마음을 추스리기도 합니다.
솔직히
공부 안하고 부모에게 어깃장놓고 하는 녀석들을 보면...부모가 뭔가 문제가 있겠지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시고
아무리 소원하고 바랄지라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도 가르쳐주시고 말이지요^^
서로 얼굴을 마주하면...제 입 속에서 으르릉하는 소리가 나거든요. ㅎㅎㅎ...제 속에 짐승이 항시 존재한다는 것도 녀석 때문에 알게 되는 사실이구요.
...
저도 예전에 재수를 했었지만 ... 쉬운 길은 아니었던 기억입니다.
공부에 전념해도 아까운 시간들인데...억울한 일로 마음 고생이 심하셨겠네요.
그래도 아직 시작점이니까...너무 염려는 마시길^^ 액땜했다(예수쟁이가 이런말하면 안되지만^^) 여기시고요.
[비밀댓글] -
우리집도 아들녀석은 그럭저럭 잘 따라주는데...
딸아이는 정반대로 나갑니다..
감당하기 힘들때도 많지만..
포기할수 없기에..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자녀로인해 정말 가슴설레이는 감사가 되는 한해가 되길 스스로 축복한적도 있답니다.
우리딸아이도..헌혈에...
쾡과리치러 다녔답니다.
엄마몰레 동아리에 가입하고 공부하러 간다고 문제집 값 달라고 ..
공부하고 온다고 점심값 달라고 하고..
꼬불쳐서 영화보러 다녔더군요.
물론 문제집은 서점에 가서 직접 사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늘 그렇게 해왔는데...
징그러워서 속아준적이 많지만요.
저도 한때는 자녀교육 모임에 가서..
공부안하고 담배피고 술마시고 다닌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분명 부모가 문제라 생각 했었습니다.
그런 저의 생각을 철저하게 딸을 통하여 박살이 나게 하시더군요.
앞으론 좀더 가슴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일년을 ....아니 10달을 어떻게 지혜롭게 보내냐는 것이 올해의 과제인듯 합니다..
그래도..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친구에게도...목사님에게도...남편에게도...
그런데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이곳에 와서 딸래미를 고발 하는 엄마의 맘이 편안해지는 것은 뭔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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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말씀하시는 투가 정말 주방보조님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ㅎㅎㅎㅎ
답글
에혀.. 어떡하죠.
저도 돌아보니 저 나이때는 "나의 길을 가련다!" 하고 외치고 싶던 때가 많았던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소심하고 겁도 많고 부모님의 눈치를 보는 조금 착한딸(?)이었던지
과감하게 그러지 못하고 말았죠.
돌이켜보면 부모님 말씀대로 할걸 이 맞을때가 많지만
때론 한번 내가 품은 뜻대로 해볼걸! 하고 후회하는 일도 있답니다.
뭐 특별히 나쁜 의도로 하는 일이 아니면 말이예요.
다른것도 아니고 교회 수련회니까 .. 뜻대로 한 번 해보겠다고 놔두신것도 잘하신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충신이가 가족과 한 교회를 다니지 못해 마음 아프시죠.
저 역시 그 문제로 인해 오랫동안 고민하다 결국
말미암아님, 달팽이님 계신 "예빛교회"로 옮겼습니다.
함께하지 못함에 대한 아픔이 제게도 있었거든요.
남편은 지금 몇 주째 예빛교회로 함께 나오고 있고
얼마전부터 우리집에서 함께 지내게 되신 시아버님도 등록하셨고요.
온가족이 함께 한 교회에 다니게 되니 그 기쁨이 큽니다.
비록 다녔던 교회에 남아있는 죄책감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문제가 온전히 해결되지 못한 아픔이 아직 있지만요. -
온가족이 같은 교회에 다니지못하는게 참 불행?으로 여겨집니다.
답글
물론 작은 개척교회에 중고등학생이 적어 중고등부가 없어서 그리 되었겠지만....
그래도 입장 바꿔 생각해보신다면 ..
만일 중고등부 교사로 봉사하신다고 생각해보시면 충신이를 이해하실듯합니다.
저는 충신이에게 한표 던지겠습니다.
그냥 놀보가 아니고 소신도 있고...
다음에 꼭 뭐가 될 아이로 느껴지니까요.
우리 아이들이었다면 아마 포기를 했을텐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소신을 밝히고 수련회를 떠난 충신이가 아주 멋집니다. [약오르시나요?ㅋㅋㅋ]
저도 잔느님처럼 온식구가 한교회를 다니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손자들이 교회 아무데를 헤집고 다녀도
너 이권사네 손자지? 손녀지? 하며 챙겨주는 사람이 많아 얼마나 안심이 되고 행복한지 모른답니다.-
주방보조2011.02.01 02:42
ㅎㅎㅎ...권사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이건 순 충신이의 복입니다. 권사님 말씀대로 되기를 바랍니다.^^
어제 아침에 학교보충수업에 빠졌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9시20분에 나간 녀석이 10시40분까지 행방불명...
나실이가 그 전화를 받고 녀석이 점심 먹으러 나타나자 혼을 냈다는데...뻔뻔스럽게 빠진 일이 없다고 우겨대었지요.
수련회가 생활의 변화는 없고 여학생들 전화번호 따는 것으로 목표달성을 한 셈이니, 소신도 이런 소신이 없지요.
제가 요즘은 녀석에게 아버지같지가 않습니다. 말도 하기 싫거든요. ㅎㅎㅎ
제가 오랫동안 교회학교 교사를 하면서 /// 온식구한교회를 얼마나 외쳤었는데요^^
자유를 찾아 떠나는 놈은 잡을 수가 없었다고나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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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나니 저희 사위가 생각났습니다.
답글
뉴져지에서 RIT(로체스터공과대)에 갈 때
상업으로 늘 바쁜 부모는 차로 5~6시간을 달려 아이?를 길거리에 내려놓고 (약간의 돈과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되돌아나가셨답니다.
있을 집을 구하거나...기타 그외 모든 것이 이제 자기 몫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10살 아래인 동생(남)도 고등학교 때 자잘한 애를 먹이자 차라리 형과함깨 있게 하려고 대학을 로체스터로 보내며
쫓아냈습니다.
......둘 다 잘 해낸 편입니다.
ㅎㅎㅎㅎ 대학들어가면 충신이도 쫓아내십시요! (그리 말하는 저도 30, 34) 두 늠을 여적지 끼고 삽니다만...
미국식, 거 나쁘지 않더군요!!
아주 강해요!!
돌아왔다고 인사드립니다.
늘...오신다 생각하고 있다가...혹여 몸이 불편하신 건 아닌가 둘러보았습니다.
<사모님과 다섯아이들....건강하시고, 설명절 잘 지내세요~~복많이 받으시구요!! >-
주방보조2011.02.02 03:29
그 카페는 안티분들을 초청하여 대화를 나누는 카페입니다.
최근 욕장이 안티분이 하나 들어오셔서^^ 좀 재미??있어지는 중이랍니다.
그러니 누구에게 알릴만한 곳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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