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초등학생보다 더 열심히 놀고 있는 두달 후 고3이 될 맏아들을 마음 아프게 바라보다가
병원에 가서 ADHD검사를 하자고 했습니다.
맏아들뿐 아니라 최근 저를 잘 아는 지인에게도 제가 독재자 기질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은 터라
객관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최근 신문에 나온 간단한 ADHD검사를 해보았더니 녀석의 점수가 장난이 아니게 나와서 입니다.
그런데
우리 맏아드님께서 제 제안에 대하여 조건을 걸었습니다.
가기 싫지만 아버지께서도 검사를 받는다는 자기의 조건을 수락하신다면 갈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나이가 이제 55라는 멋진 수가 된 마당에
난 검사할 것이 없을 것같다고 하였습니다.
넌 앞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밝히고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야겠지만
나는 혹 문제를 찾아낸들 고치기도 힘들 나이고 고쳐서 별 유익도 없을 것같다구요.
그리고 지금 아버지로서 내가 네게 요구하는 것은 오직 너를 위해서이지만
네가 아버지에게 요구하는 것은 오직 아버지에게 엉기기 위한 것이라 사료되므로 기각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도 궁금하여 아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네가 보기에 아버지가 어떤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느냐고...
그리고
아들의 엄청난 대답을 들어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이중인격자로 보입니다"
...
맏아들에게 저는 이중인격자가 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짐짓 놀라며
정직한 마음으로 저 자신을 살펴보니 과연 이중인격적인 면모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아무리 스스로를 합리화 한다 해도 제 마음 속을 저 자신만큼은 속일 수가 없는 일이니
이중인격자가 참 잘 어울리는 저의 정체였다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
그래서 저의 이중인격을 충신이의 생각을 빌어 한번 파 헤치자고 생각하고 겁도 없이 녀석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버지의 어떤 점이 이중인격으로 보이느냐?
아버지는 교회에서와 집에서 저를 대하시는 모습이 너무 다릅니다.
어떻게 다르냐?
교회에서는 사람들과 웃으며 제 이야기하시고 집에 오시면 제게 너무 심각한 표정이 되십니다.
그리고?
글쓰시는 것과 실제가 너무 다릅니다.
어떻게?
너무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글을 쓰시는 것같습니다.
예를 좀 들어줄래?
지난번에 쓰신 '아들을 떠나보내며'(http://blog.daum.net/jncwk/13745674)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어떤 내용이 그렇다는 말이지?
제게는 잘 가라고 하시고는 글에는 섭섭했다고 하시잖았습니까?
이중인격자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맏아들에게 적어도 '네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 보통 언급되는 이중인격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장황하게 설명하였습니다.
"사람이 만약 다른 상황에서도 똑같은 행동을 해야 이중인격이 아니라면 이 세상에 이중인격이 아닌 사람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교회에서는 교인들 모두에게 너에 대한 걱정을 있는 그대로 늘어놓을 수 없는 것이고, 집에서는 너에 대한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표정에 나타나는 것 뿐이다.
또한 네가 지적한 그 글에도 밝혔듯이 너를 보내는 것이 네게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며 또한 보내는 것이 섭섭하기도 하였다. 내가 너를 붙들고 섭섭하다고 표현하지 않은 것은 너를 편하게 보내주려는 배려였지 이중인격적인 태도는 아니었다.
사람은 다 이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긴하다. 아버지라고 다르겠느냐? 표현하고 싶어도 하지못하고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고 딴청을 피우는 것도 분명 있다. 그러나 사람이 만약 표현하고 싶은대로 표현하고 말하고 싶다고 다 말해버린다면 너무 무책임한 사람이 되어버리지 않겠느냐?
아버지는 네 말대로 이중인격자 맞다. 그렇지만 너에 대하여 이중인격적인 것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이중인격에 대해서 네가 이해의 폭을 넓혔으면 좋겠다."
...
꽤 긴 대담 후에
저와 맏아들은 같이 신경정신과에 가서 의사를 면담했습니다.
그래도 맏아들이 착한 심성을 가졌기 때문에 순순히 자기 조건을 철회하고 따라주었습니다.
20분정도의 면담을 하고 문제가 될만큼의 ADHD는 아닌듯 보인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설문지를 세장 받아들고 병원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골목시장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둘은 간만에 아주 '영양가'^^ 있는 대화를 하였습니다.
아버지 만두가 먹고 싶어요. 만두 사주세요.
그래? 알았다. 저기 가는 길에 통닭 두마리 먼저 사고 만두를 사주마. 군만두가 좋겠다.
...
그리고 저는 이중인격자답게 한마디 뒤끝있는 소리를 통닭과 만두를 들고 앞서 걸어가는 녀석의 뒤통수에 대고 외쳤습니다.
야 임마, 너 ADHD도 아닌데도 공부를 그렇게 안 한다면 ... 그건 정말 너무 나쁜 놈아니냐? 오직 게으르고 놀기좋아해서 그런 거잖아...나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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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이중인격자라고 감히 말하는 아드님이 정말 솔직 담백(?)하네요^^ 또한 두들겨 패지 않고 자상히 설명하는 아버지.... 대단하십니다.
답글 -
신경정신과~~^^
답글
당연히 충신이는 정상이겠습니다.
할 말 다하고 사는 당당한 청년일진저. 다아~들어주는 아버지도 훌륭.
놀기 좋아하는 건...이제 좀 접어두렴. 정상이니까 정상에 우뚝 서길..! -
아이들과 때때로 답이 없믄 두뇌싸움을 했던 때도 많았던 것 같아요.
답글
이제 저는 비교적 잔머리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답니다.
부모도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지금 처한 형편이 어떤지...
를 말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아이들에게 필요이상의 걱정거리를 안겨줄 필요는 없겠지만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는 생각에 이르더군요.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과정이긴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과 감정싸움을 하지 않는 편이랍니다.
한얼이의 생활면모가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지만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서 있고
엄마의 말에 공감하고 귀기울이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한빛이도 쓸데없는 자기 편견이 있고 마땅치 않은 부분이 있지만 수용하려고 한답니다.
장남에 대한 기대가 많은 아버지와 은연중 그것에 대한 압박감이 느껴지는 충신이가 보인다고나 할까요?
순종적인 누나랑 여동생 아직은 귀엽고 모범생이 교신이...그 부분에 대한 비교심리도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크게 걱정하실 일은 아니다 싶습니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얼마나 빨리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느냐의 문제라고 늘 생각하거든요.
대책없는 마마보이보다는 훨씬 낫다는 사실이구요.
어쨌든 충신이에게 자기 길을 잘 잡아가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주방보조2011.01.06 22:07
오늘 최종면담이 된 두번째 면담이 있었습니다.
의사는 ADHD는 확실히 아니라고 거의 단정적으로 말하였습니다. 돌팔이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정서의 문제이고 가족간의 갈등이 많은 것으로 검사결과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집에 돌아오며 물었습니다.
가족간의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ㅎㅎ... 거칠것없이 답을 하더군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란...답이 없는 존재다...그런 생각을 쓰게 웃으며 했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 테니까요. '나는 아니고..."
어떻든...이렇게 신경정신과를 졸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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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 제가 분위기 파악을 잘못했나봅니다.^^*
여튼, ADHD는 확실히 아니라고 단정해 주신 전문가의 진단에 충분히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충신의 문제들을 정서적 문제로 보는 견해에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가족간의 갈등'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것에는 그다지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다시 읽어보며 주방보조님께서 충신의 대답을 어찌 생각하시는 보다 정확히 이해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제 느낌이 있습니다.
제가 영성지수는 상당히 떨어져도 상당한 직관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인정해 주실런지~ ㅎㅎㅎ
당시 현장의 대화자이시고 아버지이신 주방보조님이 맞으실 거라 인정하면서도,
제가 이해한 충신의 대답,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하는 말은...
가족간 갈등의 원인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가족간의 갈등이 문제라는 분석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읽어집니다.
가족간의 갈등이 문제된다고 할 때,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가족 전체의 갈등이 아니라 부자 간의 갈등으로 보이는데...(아닌가요?)
아버님께선 본인은 물론 이상행동을 보이는 아들에게 어느 정도 원인이 있다라 여기시겠지만,
아들은 아버님과의 갈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들 역시 표면에 부딪치고 드러나지는 아버님께 대한 분노도 있고 서운함도 있겠지만,
그 근본에는 일전에 말씀드린 '신뢰'가 뿌리깊이 내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사랑을 믿기에 남들(의사조차)의 눈에 갈등으로 보이는 것을 갈등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지요.
아들은 아버지의 사랑을 믿는 믿음좋은 아들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는 아버지이신 주방보조님께서 그 아들 마음밭에 심으신 것이 분명 맞겠고요.^^*
표면적 행동과는 다른 충신의 내면의 소리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게 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와 저 사이에 문제 없습니다."^^*
주방보조님 가정에 가족간의 갈등이라는 것은 상당히 건강하게 보입니다.
없으면 안될~ ^^*
충신의 캐릭터와 주방보조님의 캐릭터가 맞붙어 튀는 불꽃~
멋진 불꽃놀이로 표현한다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냐고 역정내실지 모르겠는데...^^*
일단 참으시고 기분좋게 기다려 주십시오.
두 분의 관계는 장래 세상을 밝히고 유쾌하게 할 멋진 불꼿놀이로 승화될 것을 직관으로 찍어보는 바입니다.^^*-
주방보조2011.01.08 14:37
린님지적이 다 맞는 것 같습니다.^^
충신이가 철이 들면 적어도...저를 이해해 주겠지요. 그날이 빨리 와야할텐데 말입니다.
오늘도 무슨 이야기끝에
좋은 아버지는 자기랑 놀아주는 아버지라고 해서 제 눈이 쟁반같이^^커졌답니다. 헐~소리와 함께
그리고 기억을 회상시켰지요.
얼마나 많이 스타크를 하며 놀았으며 뿌요뿌요를 했으며 자전거를 타고 다녔느냐고...얼마나 더 놀아줘야 네 마음에 들겠냐고. 네 친구들 중에 아버지와 시장한번 같이 안 간 아이들도 수두룩할 것이라고...
지금 놉시다...라는 말도 이런 식으로 말하면 곤란하다고^^
우리 사이가 이런 사이예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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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최근 못들어왔더니 이런일이..
답글
충신이 말로 따지면 저도 엄청난 이중인격자인데요..
아.. 새빛도 벌써부터 꼬박꼬박 말대꾸 하고 살살 거짓말도 하는데요.
머리 굵어지면 어떻게 나올지.. 걱정됩니다.. ㅡㅡ;;-
주방보조2011.01.17 00:58
^^...
그래봤자
귀여운 아들이예요. 징그럽기도 하고 정도 떨어질 때 많고 그렇지만...
자식이란...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면서 동시에 십자가지요. 내려놓을 수 없는...
...
하여튼 별 걱정을 다 하세요...잔느님은...새빛이는 똑똑한 거가 맞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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