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만 1만 명 넘게 모이는 ㅅ교회 ㅈ 아무개 목사가 8월 초 갑작스레 안식년에 들어갔다. ㅈ 목사는 안식년 동안 1,000개의 미자립 교회를 찾아서 그들 교회에 영적, 물질적 공급을 해 주는 '저수지 교회'가 되겠다고 자신의 트위터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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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ㅅ교회는 9월 14일 열린 제직회에서 참석자들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 스티커를 배부하는 식으로, 제직이 아닌 사람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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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에 이 교회에 부임해 40대 후반이 될 때까지 20년 가까이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와 대형 교회를 일군 그는, 모처럼 맞은 안식년에도 쉬지 않고 사역을 할 생각이다. 어찌 보면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칭찬받을 만도 하다. 하지만 안식년에도 사역을 계속 하겠다는 그의 헌신을 칭찬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ㅅ교회는 9월 14일 저녁 제직회를 열었다. 3,000명의 집사들 중 800명이 모였다. 교회는 참석자들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 스티커를 배부하는 식으로, 제직이 아닌 사람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교회 관계자에 따르면, 당회는 7월 10일 리더 모임 이후 교회 안에 떠돌던 성추행 소문에 대해 ㅈ 아무개 목사가 사실을 시인하고 사임 의사를 밝혔으나, 당회는 고민 끝에 '3개월 설교 중지와 6개월 수찬 정지'로 징계한다고 발표했다. 안식년을 시작한 8월부터 징계가 시행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근거하면 설교 중지 시간은 이미 절반이 지난 셈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ㅈ 목사가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누구를 성추행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ㅈ 목사는 20대 초반에 ㅅ교회에 들어와서 10년 세월을 헌신했던 핵심 리더였고, ㅈ 목사의 측근이었던 30대 초반의 여성도를 2009년 11월 중순 아침 자신의 집무실에서 성추행했다. 8개월가량 비밀로 감추어졌다가, 올해 7월 한 공중파 방송국 PD의 취재를 통해 드러나기 시작했고, 10개월 만인 9월 중순에 당회를 통해 일부 교인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ㅈ 목사는 교회 결정에 자신의 거취를 맡기기로 했으며, 지금은 기도원에서 지내고 있다고 교회 관계자는 전했다. <뉴스앤조이>는 ㅈ 목사의 생각을 직접 들어 보려고 교회 측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만날 수가 없었다. 직접 기도원을 찾아가기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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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앤조이>는 ㅈ 목사의 생각을 직접 들어 보려고 교회 측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만날 수가 없었다. 직접 기도원을 찾아가기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
| 중진 목사들 '사임 후 치유 및 상담' 조언…장로들은 교회 특수성 이유로 사절
8월 초 ㅈ 목사의 갑작스런 안식년 소식을 접한 일반 사람들은 대부분 의아하게 생각했다. 영원히 멈출 줄 모르는 기관차처럼 보였는데, 난데없이 발표된 안식년 소식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성추행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ㅈ 목사에 대한 소문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스앤조이>는 2000년에 ㅈ 목사의 '성공주의 조장 설교', '표절 설교', '약자를 업신여기는 태도' 등에 대해서 1년가량 지속적으로 비평해 왔다.
그러던 11월 어느 날, 이 교회 청년으로 보이는 여성이 <뉴스앤조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ㅈ 목사가 단기 선교를 갈 때마다 여자 청년들에게 안마 서비스를 받아 왔다는 것이었다. ㅈ 목사는 기자에게 즉각 전화해서 삭제를 요청했고, 글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ㅈ 목사를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에 대해 해명하라고 하자, 다른 질문에는 다 대답하던 ㅈ 목사는 해명은 말할 것도 없고 언급 자체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ㅈ 목사와 여러 사역을 함께 하던 선배 목회자들은 그 소식을 듣고 혀를 찼다. 그렇게 조심해서 처신하라고 주의를 주어도 도무지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했다.
너무 빨리 크게 성공한 목사가 자기 조절 능력을 상실하고, 세월이 흘러가면서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어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라도 본인과 교회가 철저하게 회개하고, 그에 상응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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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들만 1만 명 넘게 모이는 ㅅ교회. ⓒ뉴스앤조이 이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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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ㅈ 목사 성추행 사건을 알고 있었던 몇몇 사람들은 '피해자와 목사도 살리고 한국교회도 살리는 방향'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면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입장을 8월 말까지 알려 달라고 교회 측에 요청했다. <뉴스앤조이>에게도 그때까지 보도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ㅅ교회 당회로부터 건너온 소식은 여러 사람들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3개월 설교 중지, 6개월 수찬 정지' 정도로 일단락 짓는 것으로 보였다. ㅈ 목사 없는 ㅅ교회는 상상할 수 없다, 그가 설교를 하지 않자 한 달 사이에 수천 명이 줄어들었다, 초신자들이 많이 모이는 교회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등이 교회 측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교회는 목사 집무실에서 침대를 치우고, CCTV를 설치하며, 비서를 두어서 여자 청년과 단둘이 있지 못하도록 하는 등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 이들은 ㅈ 목사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 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평소 ㅈ 목사의 멘토 역할을 하는 선배 목사들이 나서서 장로들을 설득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
이들 중 한 명이 ㅈ 목사와 사역을 많이 해서 친분이 두터운 중진 목사를 9월 2일 만나 이번 사건의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고, 장로들이 올바로 결정할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3명의 중진 목사들은 9월 6일 교회 관계자들을 만나 'ㅈ 목사가 피해자와 공동체에 사과하도록 하자', '교회를 사임하고 적어도 1년 동안 상담과 치료를 통해 완전히 회복한 다음 목회지로 복귀하도록 하자', 'ㅈ 목사가 없는 동안 설교자를 보내 주겠다'고 제안했다.
장로들은 'ㅈ 목사 사임' 건을 거부했다. 중진 목사들은 ㅈ 목사에게 직접 제안하려고 했으나, 그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중 한 사람은 "우리 손을 떠난 것 같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낙심했다. <뉴스앤조이>에 실린 '실족한 목사님께 드리는 권면'이라는 박종운 변호사의 글도 교회의 결정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교회 장로들은 이번 제직회 때 발표한 정도에서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ㅈ 목사는 교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로 공은 ㅈ 목사가 쥐고 있다. 그는 지난 20년 가까이 방송을 통해, 책을 통해, 설교를 통해 한국교회 젊은이들을 향해 결단, 헌신, 희생, 자기 부인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단호하게 외쳤다. 이제는 자신이 외친 메시지 내용대로 결단해야 할 때이다.
'상처 입은 치유자'로 거듭날 수 없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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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선 고든 맥도날드 목사의 경우
ㅈ 목사가 몇 해 전 어느 책에 쓴 추천사 일부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성에게 끌리는 마음, 성적 욕구, 가정에 대한 그리움'을 주셨다. 우리는 이제 이러한 욕구들을 억제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정당한 방법으로 채우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 마귀는 가정이라는 '킹 핀'(King Pin)만 무너뜨리면 모든 것이 다 무너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정을 파괴시키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의 원인이고 해결책이 무엇인지 ㅈ 목사도 이미 잘 알고 있다는 걸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중진 목사 중 한 명이 ㅅ교회 측에 소개한 고든 맥도날드 목사 사례를 인용한다.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이라는 책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고든 맥도날드는 그레이스채플의 담임목사와 기독학생회(IVF) 총재를 맡고 있던 1987년에 혼외 성관계를 가졌다. 그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모든 교인들에게 고백한 다음 일체의 공직에서 물러났다. 빌 하이벨스, 찰스 스윈돌 등 맥도날드를 아끼던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어 그와 그의 가족을 도왔다. 1년이 지난 뒤 동료들은 그의 회복을 확인했고, 회복식을 베풀어 주었다. 죄의 자백에서 회개, 그리고 회복까지 총 3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레이스채플 교인들은 맥도날드를 찾아가 다시 교회로 돌아오라고 했다.
고든 맥도날드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공동체의 도움을 구했다. 덕분에 하나님과 교회 앞에서 회복할 수 있었다. 그는 르윈스키 스캔들로 곤경에 처해 있던 클린턴 대통령을 카운슬링해 주기도 했다. '상처 입은 치유자'로 거듭난 것이다. ㅈ 아무개 목사가 한국의 고든 맥도날드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