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뜻하는 ‘세’(世)자의 전서체(篆書體)는 왜 세 개의 십자가 형상을 하고 있을까. 흙을 나타내는 ‘토’(土)자는 왜 십자가를 뜻하는 ‘십’(十)자에 한 ‘일’(一)자로 만들어졌을까.
한자 가운데 상당수 글자들이 성경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보고 이를 말씀과 연관시킨 신자가 있다. 주인공은 이병구(57·한일교회·사진) 장로로 최근 ‘그리스도와 한자’(다락방서원)를 펴냈다.
이 장로는 신학자나 한학자는 아니다. 하지만 충북 옥천향교에서 청소년 시절부터 한문을 공부하며 평생 한자에 심취해 왔다. 5년 전부터는 성경과 한자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하고 그동안 200여자를 찾았다.
책에서는 성경과 관련 있는 한자 70자를 파자(破字)해 분석, 어원이 하나님 말씀에 있다는 것을 풀어냈다. 土자는 십자가(十)가 세워진 어느 곳(一)으로 풀이된다. 인류 구원을 위해 하나님께서 성경에 예언하신 대로(눅 24:44) 독생자 예수를 보내 십자가에 달려 죽게 하심으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신 우주의 어느 곳, 십자가가 선(十) 어떤 곳(一)이 바로 땅이란 얘기다.
어떻게 한자에 성경 내용이 담겨 있을까. 이 장로는 당시 유대인 디아스포라(이민자)가 중국에 살면서 끼친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유대인들은 부조나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고 문헌에도 중국 왕실에서 이들을 등용했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장로의 이 같은 주장은 한문학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 역시 문헌과 고증 자료가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라 해석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무당을 뜻하는 무(巫)자 같은 경우도 흔히 무당이 춤출 때의 소매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 해석하지만 사실은 모세와 여호수아를 가리킵니다. 하나님의 일을 위한 두 중보자의 모습인 거죠.”
이 장로는 이 같은 연관성을 연구하면서 한자는 곧 ‘성화’(聖畵)라는 것을 깨달았다. “성경의 내용을 표현한 한자야말로 거룩한 그림이 아닐까요. 한자가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하나님의 섭리가 전 세계 문화 속에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한자와 성경의 관련성을 접촉점으로 한자문화권 선교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한자가 성경적 배경을 가지고 만들어졌다는 점은 중국과 일본 선교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자는 한자문화권 국가들이 일찍부터 하나님의 섭리와 구원 계획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