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입니다.
친구의 딸이 이단이라고 알려지고 있는 큰ㅁㅇ 교회로 가겠다는 일 때문에 작은 소란이 있었습니다.
다른 교회가 좋은 곳이 많으니 이단시비가 있고 분명히 잘못된 행태를 보이는 그 교회는 가지 말라고 간곡히 말렸습니다.
이후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만
불똥이 우리집 맏아들에게 떨어졌습니다.
충신:아버지, 저도 교회를 옮길까 합니다.
우리 교회는 너무 작고 우리 식구 말고는 모두 너무 잘 아는 어른 분들만 계시고 더구나 제 또래의 아이들이 없어서요.
다른 교회에 가서 좀 더 재미있게 교회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나:그래? 생각해 둔 교회는 있니?
충신: 교회를 몇 군데 생각 중인데요, ㅈ교회는 아는 애들이 너무 많아서 곤란하구요, 그 맞은 편에 있는 ㅇ교회는 우리 교회 집사님네 형이 다니기 때문에 좀 머쓱할 것 같구요, ㅎ교회는 이단이라 안 되고, ㅅ교회는 너무 시끄럽구요, 아무래도 친구들 다니는 교회 중에서 하나 골라보려구요.
나:그래? 어쨌든 네가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니 잘 생각하고 교회를 선택해라.
충신:허락해 주시는 것입니까?
나: 그럼 ... 아주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없는 교회생활만큼 바보짓이 따로 없지.
사실 오랫동안 교회학교 교사로 신앙생활을 하면서
제가 가르치는 교회학교 학생들에게 강조했던 것 중 하나가 '온가족이 같은 교회에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와 결혼 후 지금까지 20여년동안 저 스스로 강조하던 그 원칙을 잘 지켜왔는데
드디어 고2 2학기를 맞는 맏아들 녀석이 '재미'를 찾아 다른 교회로 나가겠다 선언한 것입니다.
딸들을 비롯한 다른 식구들의 반응은 '헐~'이었습니다만
저는 한편 그렇게 떠나버리겠다는 것에 대하여 섭섭하면서도 이상하게 붙잡는 것이 또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며 누구든지 자기의 신앙은 스스로 결정지어야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모를 떠나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해 보는 그것이 이 특별한 아들의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2주가 다 되어가는 어제
아들은 자기가 갈 교회를 정했으며 그 강북ㅁㅅ교회는 오전 9시에 예배를 드리기 때문에 친구와 아침 일찍 만나기로 했다고 전해 왔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몇가지 당부를 하였습니다.
1.쓸데없는 말은 피하고 모든 일에 정직하게 행하라.
2.성실하게 지금까지처럼 예배에 빠지지 않고 나가라.
3.여학생에게 정신을 팔지 말고^^ 예배후엔 도서관으로 가서 공부를 하라.
4.알량하게 아는 지식 가지고 아는 체를 하지 말라.
5.우리 집으로 그 교회 목사님이 방문하는 일은 없게 해 달라. 등등...
...
내일은 교회에 가면 우리집 명물인 충신이가 왜 보이지 않는가에 대한 변명을 좀 해야 할 것같습니다.
자기가 가르친 것도, 자기의 맏아들도, 지키지 못하는 못난 아비가 잠시 되어 민망한 마음이 될 것이 분명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큰 아들이 결정한 일을 부모가 막아서기에는 역부족임을 모두 이해해 주실 것이라 기대를 합니다.
20명도 안 되는 교인들이라 다들 마음 속으로 엄청 섭섭해 할 것 틀림없구요.
그러나
자식이란 언젠가는 다 떠나갈 사랑이며 반드시 떠나야할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조금 일찍 떠난다고 무엇이 그리 달라지겠습니까?
어제와 오늘 녀석의 덜 자란 전두엽(스무살까지는 자란다니^^)을 쓰다듬으면서...하나님께 속으로 간절한 기도를 올렸습니다.
"이번에 가는 교회를 통하여
우리 아들에게 하나님께서 은총을 베푸셔서 주 예수를 믿는 믿음안에 큰 재미를 느끼게 해 주시고
더욱 건강한 신앙인으로 자랄 수 있게 해 주시옵소사..."
왜 다시 돌아오게 해달라고는 기도 안했냐구요?
ㅎㅎ...글쎄요. 당연히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미련이 가슴 속에 남아있는 탓 아니겠습니까?
-
무심코 가끔 들리고는 했는데 오늘은 문이 열렸네요.
답글
잘 지내신다는 소식을 언젠가 말미암마님 방에서 글을 통해 알았었구요.
다섯 아이들 모두 잘 지내고 있는지요?
여전히 아이들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성장할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건강하면 된다고 하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신앙이 더 우선이시겠지요.
따지고보니까 아이들뿐만 아니라 저도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앞으로 살아갈 종반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가 늘 숙제 같습니다.
충신이는 옮긴 교회에서 신앙생활 잘 하고 있는지요?
주변에서 보니까 부모의 신앙을 따라서 청소년기를 모범생처럼 잘 보내는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여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뿌리를 잘 찾아가는 것 같구요.
신앙생활이든, 성장하는 과정이든 너무 갇혀진 상황에서 어른들의 바람대로만
하는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것도 그만큼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백로가 까마귀를 만나는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는 생각이거든요.
저는 너무 세상적인 안목을 갖은 게 맞지요?
아이들의 근황이 궁금하네요.
갈수록 예뻐지는 세 따님과 훌쩍 커버린 충신이와 더욱 멋져졌을 교신이까지...-
주방보조2010.10.25 14:38
충신이는 저와 너무 반대되는 것이 많답니다.
제가 별로 좋은 성격이 아니라서 다행히 녀석의 성격은 좋습니다.^^ 사람에게 쉽게 접근하고 사귀고 싶어하지요.
주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그 교회에 잘 다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확인은 못했으니.
한번은 금요 밤기도회에도 갔다오고, 추수감사절(그 교회는 10월2번째주일에 한다네요)특별찬양대에도 섰다고 하구요. 그리고는 친구집에 가서 놀다오는 것인지, 학교에서 놀다오는 것인지 ...저녁 개콘하는 시간에 맞춰 들어옵니다.
약 100일쯤 쉬었네요. 무지 긴 기간 같았는데...ㅎㅎ
그동안 써 놓은 몇개의 글들을 차례로 올릴 예정입니다.
맨 먼저 찾아주셔서...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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