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었습니다.
바람도 알맞게 불고 구름도 적당히 흐르고 대단히 시야기 탁 트인 맑은 오후였습니다.
고2임을 언제나 망각하고 한껏 게으름을 피우고 늘어지려는 맏아들 놈과
막 방학은 했는데 5학년 1학기 통지표가 영 신통치 않아 푹 기가 죽은 막내 아들놈을 잠시 살피다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우리 남자 셋만 여행을 떠나자고.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자전거 타고...
풀 죽었던 교신이 얼굴은 환하게 피어났고
늘어지려 만반의 준비를 다 하던 충신이는 당황한 빛이 역력하였습니다.
먼저 준비를 끝낸 교신이와는 달리...안가면 안되요?를 너댓번이나 거듭 괜히 불쌍한 척 표정지으며 읊어대는 충신이 덕에
출발시간이 좀 지체가 되었고
속에서 꿀떡 꿀떡 올라오는 혈기를 참느라...저도 몇가지는 건성으로 준비하였습니다.
물은 도중에 강변 공원이나 운동기구 옆 아리수로 채우고, 먹을 것은 도중에 있을 매점에서 때우자...하였지요.
...
결국은 혈기 어린 호통을 한 번 치고 꾸겨진 표정의 충신이를 억지로 끌고 우리 셋은 자양동 우리집을 출발하여 팔당대교를 향하여 나아갔습니다.
구리시 코스모스축제로 유명한 강변 공원에서 한 번 쉬고(거기까지는 몇번 가 본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달려(공사중인 구간이 좀있었습니다만) 왕숙천 하구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왕숙천은 처음 본 곳이라 거기서 어디로 가야할지를 몰라하니
충신이는 집으로 돌아가자 징징거리고 교신이는 고개를 넘어서라도 팔당까지 가자 왕왕거리고 ... ^^
지난 주말 가기 싫다는 충신이를 광화문까지 끌고 간 죄^^도 있고 하여
충신이의 의견을 물으니 왕숙천 작은 다리를 건너 가면 집으로 가게 되지 않겠느냐고 하여...그 의견을 존중하기로 하였습니다.
ㅎㅎㅎ...이것이 녀석의 1차 삑싸리였지요.
바로 그 길이 팔당대교쪽으로 나아가는 길이었던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말이죠. 건너서 달리다 한강물 만나면서 좌회전...
(사진기가 비오는 주말 약간 탈이 난듯...둘의 표정이 분위기를 보여주지요?^^)
조금 지나서 강변 자전거도로가 사라지고 오르막길이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음식점들 사이로 난 자전거도로는 쉬지않고 위로 올라가는 길이었으며 마침내 정점에 도달했을 때에는 힘이 모조리 빠진 상태였지요.
신나게 내려가 보니 다시 한강물이 우리를 반기고 수세미가 휘감겨 있는 터널 ^^을 지나
좀 더 나아가니 커다란 다리가 놓여있었고 그 다리가 팔당대교인지 칠당대교인지 통 알 수가 없는 가운데
충신이는 돌아가자 하고 교신이는 더 가자하고, 저는 이번에도 징징거리는 충신이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하고 충신이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돌아가랴?
저 윗쪽에 다리 보이잖아요 그 다리를 건너면 집으로 가는 길 아닐까요? 다시 저 언덕배기를 넘어가는 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해요...
오케이!!
ㅋㅋㅋ...이것이 녀석의 2차 삑싸리
바로 그 멀리 보이던 다리가 팔당대교였던 것입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가 그 밑에서 쉬던 큰 다리는 미사대교...
미사대교를 지나 다시 공사때문으로 추측되는 약간의 언덕길과 숲사잇길을 달려가니
마침내 팔당에서 3킬로, 2킬로, 1킬로 표지석들이 우리를 반기고...드디어 눈 앞에 팔당대교를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그 길을 가는 동안은 참 공기가 맑고 맛있었습니다. 운 좋게 저만^^암꿩들도 떼지어 가는 것을 보았구요.
...
마침내 자전거길이 끝나는 어떤 음식점 앞 자갈 밭에 잠간 충신과 교신은 뻗어서 쉬는 사이
저는 앞 서 지나가는 잔차족의 뒤를 따라 길을 확인하였습니다.
오른쪽으로 노란 실선(아이들은 흰 색 실선이었다고 하더군요)이 그어진 찻길을 따라 팔당대교에 오르니...저 멀리 팔당댐이 보였습니다.
그동안 내내 집으로 집으로 하며 귀소본능^^으로 우울하던 충신이조차...환호를 하며 좋아했고 교신이의 기쁨은 말 할 것도 없었구요.
저도 넓은 한강과 주변 풍경의 새로운 맛에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우리는 거기서 마지막 남은 자몽을 나눠 먹고 마지막 남은 물(왕숙천 자판기에서 산)도 나눠 마시고...다리를 힘차게 건넜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돌아오는 길...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습니다.
첫번째는 경기도에 속한 강변 공원들에는 물이 없다는 것, 매점도 없다는 것이 큰 고역이었습니다. 경기도의 강북쪽에서도 알게 된 것이지만 강남쪽에서도 경기도 소속은 전혀 물과 음식을 도중에 공급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별히 작고 마른 교신이가 목마름과 배고픔으로 기진하여 끙끙 거리는 모습은 참 사람을 미안하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물은 서울시에 들어선 접경부근인 고덕의 자연보호안내센터?에서 겨우 마실 수가 있었으며, 음식은 거기서도 한참을 더 가서 암사동 강변공원에서야 사 먹을 수가 있었습니다. 컵라면이 그렇게 맛있었던 적이 있었을까요? 사이다니 환타니 오투니 하는 음료수들이 그토록 온몸을 쾌감으로 적셔준 일이 있었을까요?^^
두번째는 언제나 좀 먼 거리를 가게 되면 나타나는 안장통인데...셋이서 자전거를 바꿔타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이겨보려 애를 썼습니다만 다들 괴로와 했지요. 이틀이 지난 오늘날에까지 얼얼함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라면을 먹고 조금 달리니...맞은 편에 아차산이 보이고 그 다음부터는 익숙한 길을 따라 집에 도착했습니다.
3시에 출발했는데 8시 50분...
가는 길은 충신이의 불평스러움때문에 짜증이 났었고, 오는 길은 교신이의 물고프고 배고픔에 조급함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지금껏 돌아다닌 그 어떤 자전거 여행보다 멋진 코스였다 생각합니다.
넓은 강을 항상 옆에 두고 강 옆의 자연적인 수풀들을 끼고 달릴 수 있는 길이었으며 (한강하류들이나 중량천, 탄천, 양재천, 안양천 등에서는 절대로 맛볼 수 없는)
가는 길에도 오는 길에도 잠시 적지 않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경험할 수 있었으며
강북쪽의 비교적 구불거리는 길과 강남쪽의 한없이 똑바르게 난 길이 또한 비교되는 ...멋진 코스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교신이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자전거를 너무 늦게 배워서 이 정도 타는 것으로도 참 만족한다. 그렇지만 너는 앞으로 얼마나 더 멀리 더 빨리 달려가겠니. "
그런 말을 하고 나니...ㅎㅎ...녀석들이 엄청 부러워지는 것 있죠.^^
마눌님이 좀 더 제 자전거타기에 너그러워지고^^
아이들이 빨리 커서 제 손이 필요없게 되면...반드시 바다까지 나아가보리라...그 눈물겨운 각오를
다시 한번 다졌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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