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남대문에서 광화문까지...세가지 구경꺼리

주방보조 2010. 8. 16. 11:10

어제는 몸이 좀 피곤했지만
그래도 아이들 방학 마지막 주일이라 뭔가 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점심 식사 후
충신이는 쓰레기 버리러 나가서 사라져 버렸고
아내는 큰 딸둘을 데리고 테크노마트에 쇼핑을 하러 가버렸습니다.
원경이는 쇼핑하는 것에 대하여 아직은 눈을 뜨지 못한 탓인지^^ 가기를 거부하였구요.
교신이는 제 뒤를 쫄랑거리며 따라 붙고 있었지요.
 
교신이에겐 제가 빚이 하나 있었습니다.
지난번 교신이와 광화문까지 걸어가던 중 갑자기 저혈당이 찾아와 중간에 다른 음식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약속했던 명동교자의 칼국수를 사주지 못했었거든요.
그것이 문득 생각이나...물었지요.
교신아 청계천 걸어서 광화문 갈까? 이번엔 칼국수를 사줄테니...하구요.
교신이는 물론 좋다고 답을 했습니다만
원경이를 혼자 놔두고 간다는 것이 영 마음에 내키질 않아 녀석에게도 타진을 해보았는데
청계천은 요즘 비때문에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둥 하면서 걷기를 싫어하는 눈치가 역력했습니다.
어쩝니까... 제가 져야지...^^
 
우리 셋은 전철을 타고 을지로입구에 내려 그냥...칼국수를 먹으러 갔고...배 부르게 즐겁게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교신이 빚만 갚은 것이지요.
 
소화도 시킬 겸 남대문부터 광화문까지 산보나 하자고 제안했고...복잡한 명동거리를 헤치고 나와 남대문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명동을 벗어나서...세가지 특별한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전혀 예상도 기대도 없었던...것들이었습니다.
 
1.파룬궁 서명운동
아마 근처에 중국대사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국통신 건물 앞에 브라스밴드가 크게 합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정부가 파룬궁 지도자들과 수련생들을 어떻게 고문 핍박하였고, 하고 있는지를 전시하고 있었고 거기 100만명 서명운동?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사진들이 참 참담했습니다. 중국이 비록 경제는 자본주의 체제를 어느정도 수용했다고는 하지만 역시 사회주의 일당독재 권력집단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사진들이었습니다. 맞은 편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앞 벤취에 앉아(칼국수를 너무 잘 먹어서 힘들다는 교신이 때문에) 한참동안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참으로...씁쓸하다...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http://www.faluninfo.or.kr/menu/rescue.asp를 참고 하시면 그 게시판 사진들이 그대로 있습니다)
 
2.기독교815집회
거기서 남대문쪽으로 가니 남대문은 아직도 공사중으로 가림막에 막혀 있고...광화문쪽으로 방향을 트니...희한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대형 스크린이 실린 트럭이 대로를 가로 막고 그 스크린 앞에 사람들이 여럿 앉아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조금 더 가니 소모목사라는 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설교를 하고 있었는데 얼마나 그 소리가 큰지 고막이 다 떨어질 정도였습니다. 요즘 목사들은 좀 욕심사납게 생기는 것이 유행인지 그 유명한 김X도 목사형제들 비슷하게 생긴 분이었는데...한소리 또하고 또 한 소리 또하고 주먹을 들었다 놨다...시청앞을 지나갈  때까지 부르짖으셨습니다. 우리처럼 그냥 산보 나온 이들에게는 민폐도 그런 민폐가 따로 없었습니다.
교신:아빠 왜 저 목사님은 같은 소리를 계속 반복하세요?
나:중요한 것을 강조하시느라 그런거야.
교신:너무 시끄러워요.
나:그래 목청은 참 좋으시구나.
 
나: 그런데 왜 교회들이 이런 집회를 여기서 해야할까?
원경:지배력을 과시하려고 하는 것 아닐까요?
나:지배력이라...저기 모여 앉은 사람들에 대한 지배력?
원경:예...목사님들이 그러고 싶어서 저러는 것 아니겠어요?
나:흠...그럴듯한 이야기야.

 


(중앙일보에서 펌...사진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거든요^^)
 
3.광화문 개문식?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 광화문 광장에 들어가니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 분수에서 솟아 오르는 물줄기에 온몸을 적셔가며 노는 어린 아이들이 가득했고 제 마음에는 저 물이 깨끗할까...하는 의구심이 지켜보는 내내 떠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놀고 싶다는 교신이를 그래서 더 말렸구요.
그래도 광화문 광장 양쪽에 흐르는 물에선 발을 적시도록 허락했습니다.
세종대왕 상을 지나가니 광화문 앞에 거기도 대형스크린이 펼쳐져 있고 우리말 달인으로 친숙한 남자 아나운서와 열린음악회 여자 아나운서가 공동 사회를 보는 모임이 막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길 양쪽에는 케이비에스 방송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구요. 대형태극기를 흔드는 알바생들인지...그들의 고된 모습도 보이고^^ 우리도 잠시 오른 쪽으로 나가 진짜 광화문과 화면속의 광화문이 왜 다르게 보이는지 그 포샵과의 상관관계를 논하고...돌아섰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바로 전...저는 앗!!!햇지요. 왜냐하면 거기 계속 죽치고 서 있으면..일생일대의 티비에 얼굴이 나오는 기회를 잡는 것인데 하고 말이지요.^^
 


(중앙일보에서 펌)
...
 
집에 시장까지 봐서 돌아오니 9시...  
아내와 두 딸은 테크노마트에서 맛있게 뭔가를 사 드셨고
저와 아랫것 둘은 명동에서 칼국수를 잘 먹었고
충신이만 조금 전에 들어와 비빔면을 끓여 먹었다고... 
 
ㅎㅎ...충신이란 놈이 나중에 자기는 우리 가족 중 왕따였다고 구술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워낙 기억왜곡을 잘 하는 놈이라 ...
 
그래서...안방에 빈둥거리며 개콘을 다 볼 때까지 별말 하지 않았습니다.  고2나 된 녀석의 철없는 킬킬소리를 들으며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