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교신아...
요즘 아빠가 너를 못 본척, 너의 말을 못 들은 척, 네가 하는 짓들에 대하여도 냉담하게 무관심한 척, 마치 네가 존재하지 않는 것같이 대하는 일에 네 마음이 많이 혼란스럽고 두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벌써 일주일을 지나가고 있으니 힐끗 아빠를 쳐다보는 너의 눈 빛이 조심스러움으로 흔들리는 것을 볼 때마다 아빠도 마치 가슴에 커다란 바위가 얹혀진 것같이 괴롭고 힘들단다.
어제 주일 오후에 네가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의 기도를 하는 것을 들으면서 아빠도 이젠 조만간 너를 대하는 냉정한 태도를 그만 두어도 되겠구나 생각했다.
사랑하는 막내 교신아...
사람은 다 부족한 것이 몇가지씩은 있기 마련이다. 약점이 없는 사람은 없고 그런 면에서 사람은 다 똑같다 볼 수도 있다. 다만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그것을 고쳐나가려는 사람과 자신의 그런 약점을 알면서도(대부분은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들의 지적으로 알고 있다.) 그것을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누어질 수 있는 것이다. 누가 더 훌륭한 삶을 살 것인지 넌 똘똘하니까 잘 이해하리라 믿는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99개의 약점을 가지고 1개의 장점을 가진 사람과 1개의 약점을 가지고 99개의 장점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99개의 장점을 가진 사람은 1개의 약점을 고치려고 노력을 하지 않고 99개의 장점을 자랑하며 살고, 99개의 약점을 가진 사람은 그 99개의 약점을 고치려고 노력하며 산다면...다른 사람들의 판단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 아빠는 99개의 장점때문에 1개의 약점을 무시하고 고치지 않으려는 사람보다 99개의 약점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겨우 1개의 장점을 가졌을 뿐이라 할지라도 훨씬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교신아...
너는 많은 장점을 가진 아이다. 아마 아빠가 지금 너에 대하여 알고 있는 여러가지 많은 장점들 뿐이 아닐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이 더 많은 재능들이 네 속에 움트고 있을 것이다. 아빠가 너를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아빠는 적어도 그런 평가에는 정직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아빠는 네가 지난 번에 보여주었던 행동들에 대하여 더욱 근심하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교신아...
비슷한 행위가 이전에 여러번 있었고 아빠는 너도 알고 있듯이, 그 때마다 네게 경고를 하였고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말라고 타일렀었다. 그러나 너는 그럴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기만 했지 아빠의 말에 그리 크게 신경 쓰는 것같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 오후에 너는 결국 선을 넘고 말았다. 아빠 앞에서 의자를 발로 차며 무례하게 소리를 지르고 성질을 부렸다. 즐겁게 놀자고 함께 한, 정말 하찮은 게임때문에 말이다.
아빠도 화가나서 너에게 처음으로 호된 손찌검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때문에 한참 가슴앓이를 한 뒤에 이번 기회에 네게 정말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가르쳐 주려고 결심했다.
화를 참지 못하고 발끈하면 ...모든 것, 가장 사랑하는 아빠까지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네가 많은 재능을 가지고 아무리 큰 일을 도모한다 할지라도, 참을성없이 분노를 터뜨리면 그 어떤 것도 '아름다운 열매'로 매듭지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겨우 일주일 가지고 너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지기도 하지만...네가 막 12살이된 어린이라는 것 때문에 더 이상의 외면은 지나친 벌이 되겠다 생각했다. 물론 아까도 말했지만 너의 기도도 한몫하였고...
그래, 이젠 벌을 그만 두겠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 이 아빠 자신에게도 큰 벌이었다. 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시장을 보고, 함께 공부를 하고, 함께 게임을 하는 것등이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 그리고 그 기쁨이 상실된 삶이 얼마나 황폐한 것인지 너를 짐짓 외면하면서 더욱 절감했단다.
교신아...
너는 모세를 잘 알 것이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구원하여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던 지도자였다. 그는 온유한 사람이었고 하나님의 말씀을 충실하게 따랐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딱 한번 너처럼 "발끈" 한 적이 있다. 가나안에 거의 다 왔을 때였는데 사람들이 물이 없다고 하나님을 믿지 못하고 불평을 하자...너무 화가 나서 백성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지팡이로 바위를 두 번 때렸다. 바위에선 물이 나왔지만, 하나님은 모세가 화가 나서 '발끈'한 일로 인하여 모세가 그 백성들을 데리고 들어 가고 싶었을 최종 목적지 가나안에는 들어 가지 못하도록 막으셨다.
네가 생각하기에 하나님이 좀 너무 하셨지? 그러나 그렇지 않다. '화를 참지 못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랑을 밀어내고 미움을 불러들이는 일이며, 친구를 원수로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에겐 그 어떤 영광도 무의미한 것이 되며, 영적으로는 마귀의 밥이 되고 마는 일이다. 참 엄청나지 않느냐?
사랑하는 우리 막내 교신아...
나는
너의 모든 재능이 ...
너의 화를 참지 못하는 발끈하는 일로 인해서 더 아무 것도 아닌 것이되며
네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너의 이 약점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너를 떠나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네가 깨닫기를 바란다.
하나님께서 제일 싫어하시는 것이
교만한 것, 게으른 것, 그리고 참지 못하고 화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억울한 생각이 들 때, 그래서 눈이 붉어지며 목구멍까지 네 속에서 분노가 치솟아 오를 때...아빠의 차갑고 무거웠던, 너를 외면하던 얼굴을 떠올려라.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
참는 자가 이기는 자이다.
참는 법을 배운 사람이 마침내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네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 사람들에게 유익을 줌으로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너의 모든 재능을 넘어 네가 참는 것을 배움으로서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나의 막내아들 교신... 아빠가 네게 전하는 이 말들을 잘 알아듣겠지?
사랑한다.
-
-
부모의 마음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데
답글
아이들은 어느 새 어른되는 길로 박차를 가합니다.
물론 그 모습이나 태도...그런 것들에서 드러나기 시작하구요.
시도때도 없이 입을 내밀고 얼굴 이곳저곳을 찍어 대던 한빛이가 언제부턴가 사라졌습니다.
엄마의 화냄에 불쑥불쑥 대들기도 하고, 문을 꽝 닫고 들어가기도 하고...
요즘은 제 말보다는 형의 말에 더 무게를 두더군요.
교신이가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할 만큼 컸다는 증거네요.
무조건 순종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 도덕적으로 고약하지 않다면 질풍노도의 사춘기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도 지혜다 싶습니다.
교신이가 아빠의 사랑을 알고도 남음이 있겠지요.
막내를 향한 부모의 사랑 특히 늦둥이에 대한 건 각별하고도 남으니까요.
따지고보면 '욱'하는 성질 없는 사람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씩이나 가슴 졸였을 교신이나 그 이상으로 가슴 아프셨을 아버지,
한 단계 발전하고 성숙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
음.. 요즘들어 점점 더 심해지는 새빛의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들'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중입니다.
답글
블로그에 새빛의 여러 악행들(?)에 대해서도 올려보려고 여러 번 시도하다 말았고요. 괜히 제가 제 얼굴에 침뱉는것 같아서..
내가 잘 못 키워서 아이가 저렇게 버릇이 없는것 아닌가.. 하는 자책 때문에 종종 고민을 한답니다.
오늘도 블로그에 새빛의 버릇없는 행동들에 대해 올리려다 참으며 이곳에 들렀는데
이 편지를 읽고 나니 동병상련의 아픔과 요리왕님의 지혜로운 교육에 대한 부러움과
아직 어린 새빛에겐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의문으로 마음이 복잡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지혜로운 엄마가 되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게 기도는 드렸건만,
답이 잘 떠오르질 않습니다... ^^;;-
주방보조2010.01.25 20:06
타고난 기질을 바꿀 수는 없는 것같습니다.
우리집 다섯놈들도 다 다른 기질인데...아무리 많이 지적하고 나무라도 잠시뿐 원상복귀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말로 해도 안되고 때려도 안되니 어찌하련? 이리 물으니 "포기하세요"...이런 놈도 있다니까요^^
그래도
부모는 끝까지 해봐야 하는 운명이지요.
잘못을 반복하는 자식들에게 나는 아버지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포기할 수가 없다. 그리고 다시 말로 타이르고 몽둥이를 들고...한숨을 쉬고 그럽니다.
반대로 어떤 아이는
말 한마디면 다 알아듣고 바로잡기도 하구요.
저는 자녀교육에 왕도는 없다...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하든...세상에 유일한 어머니로써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하나님이 계시잖습니까? 기도를 들어 주시는 ...
힘내자구요^^
-
-
답글
편지 훔쳐(?) 읽으면서... 생각했어요.
'나는 아버지하면...
하나님 아버지 밖에 모르는데...'
눈물이 가슴에 고이고 눈가에 핑도는 것이 영~ 요상한 맴이네요.
좀처럼...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는 일이... 거의 없는 편인데...
오늘은 교신군이 참~ 부럽습니다... (_._)* -
요리왕님, 참 좋은 아버지세요.
답글
하늘 아버지께서 위해서 보실 때,
"내 새끼들, 너한테 맡기길 참 잘했구나"하시며 흐뭇해 하실 것만 같아요.^^*
저는 요리왕님께 훈육받고 자라고 있는 다섯아이들께
벌써, 이미 인격적 신뢰를 두었습니다.
요리왕님은 이 시대, 이 사회에 꼭 필요한 분이세요!^^*
여섯째, 일곱째~~~ 계속 더 낳아 길러주셨으면 좋겠어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서라도~ ㅋㅋㅋ-
주방보조2010.01.28 22:09
피식^^...
울고싶어요~~
-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 2월말3월초 최근의 일들... (0) | 2010.03.08 |
---|---|
나실이 돌아오다^^ (0) | 2010.01.25 |
진실과 교신... (0) | 2009.12.31 |
충신...쫓겨나다. (0) | 2009.12.29 |
나실이 떠나다...^^ (0) | 2009.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