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새해 맞이...

주방보조 2009. 1. 1. 19:25

송구영신 예배를 안 졸고 겨우 마치고^^(정말 첫 해 첫시간에 예배한다는 의미만으로...)

'사랑에 대하여 고민하는 한 해'가 되라는 말씀을 잘 기억해 둔 뒤

거의 졸기 일보 직전이었던 아이들에게

아침 해맞이 갈 사람...자원하라 하였습니다.

충신이 원경이 나실이...이 셋이 가겠다 하여 아침에 일찍 깨워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새벽기도를 하기 위해 일어나 가만 생각해 보니

충신이는 몸이 비실거리기를 마치 스타킹 흐물거리듯 하니...괜히 깨워 데리고 가봐야 실익이 없을 듯하여

그냥 재워두기로 하였고

딸들이 있는 새집으로 가서 ... 6시부터 새로 읽기 시작한 성경의 첫 부분 창세기를 크게 읽고 찬송을 크게 불러대었습니다. 어떤 찬송은 후렴만 여러번 불렀더랬지요. 신나게^^

딸들이 일어났을까요?

이 놈들이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목소리를 자장가로 가까이서 듣고 자란 탓인지...전혀 각 방에서 반응이 없었습니다.

6시40분이 되어 할 수 없이 (7시47분에 일출이 있다는 정보가 있었으므로) ...직접 딸들을 깨웠습니다.

 

얘들아 해맞이 가자.

...잠잠...

아차산이 멀면 네들이 말하던 테크노 마트 하늘공원도 괜찮다.

...잠잠...

일어나거라...

...잠잠...

 

그리고 나실이는 오른쪽으로, 원경이는 왼쪽으로...몸을 비틀며 돌아누워 버렸습니다.

강제로 깨우려다가...갑자기 가슴을 후벼오는...부성애적 측은지심^^

 

...

 

홀로 한강길을 걸으며 새해 첫 태양을 맞으리...그런 생각을 하고 

뚝섬 한강길에서 테크노 마트 앞을 지나 계속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늘이 서서히 밝아 오고...저는 해를 기다리며 올림픽 대교 위에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그때 여명속 하늘에 너무 아름다운 광경이 목격 되었습니다.

한강을 따라 저 멀리 상류쪽에서 오리들의 오목조목하지만 힘찬 날개짓이 계속 이어졌거든요. 일렬횡대 로 수십마리 또는 십수마리가 떼를 지어  새벽녘의 하늘을  멋지게 수놓았습니다.

"한강 다리 위에서 그 광경을 보지 못한 분은...말을 하지 마세요^^"...개그콘서트의 '달인'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고개를 들고 입을 벌리고 한참을 감탄하며 줌업되었다 사라지는 철새들을 보고 ... 있자니

해는 뜨지 아니하고 세상은 거의 다 밝아졌습니다. 

멀리 테크노 마트 하늘공원엔 사람들이 몰려 나란히 빼곡하게 서 있는 것이 보이고(눈이 원시가 되니 멀리 있는 것들이 잘 보입니다^^)올림픽 대교 다리 위에도 너댓 명이 저처럼 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8시10분경...

해는 잔혹하리만치 강렬했습니다.

순식간에 황금빛을 온 세상에 퍼뜨리며 밝음과 따뜻함을 힘차게 토해 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 아산중앙병원 앞 한강길에선...맞은 편 아파트들의 창을 비추고 반사된 빛난 광채가 한강 너른 물길을 비스듬히 갈라놓았습니다. 

 

...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지 않기를 잘했다...문득 생각하였습니다.

너무 추웠거든요^^ㅎㅎ...

 

...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 고민하는 것이 교회여야 하고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 고민하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이어야 한다.

고민하는 사람만이 행동하고

행동하는 믿음만이 살아있는 믿음이다.

 

사랑...

하나님이 그 해를 선인과 악인에게 비취게 하시는 것으로 부터 배울 사랑...

원수에게도 주어야할 그 사랑...

 

...

 

밝은 햇빛을 온몸에 받으며 잠실대교를 건너 집으로 돌아온 것이 9시 정각...

만보계는 1만5천여보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원경이는 제 때 일어나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죄송해 하고 있었고

두 큰 딸년들은...그때까지도 일어나지조차 않았다는 것 아니겠습니다.

충신이요?

너무너무 고마워 하며...저를 안 깨우시길 잘 하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어대었습니다.

마눌은 따끈한 떡국을 ...끓여 저의 언 몸을 녹여주었습니다.

 

 

 

 

  • 봄빛2009.01.01 20:18 신고

    의미 깊은 해맞이를 하셨네요.
    송구영신 예배에 가는 길, 전주는 눈이 펄펄 내렸답니다.
    힘들다는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지는 나날.
    힘든 삶들에게 위로자의 역할을 감당하는 해가 되길 기도했습니다.
    올 한해도
    은혜로 더욱 평안하시길..

    답글
    • 주방보조2009.01.02 04:20

      무척 추웠습니다.
      그래서 뼈저리게^^따뜻함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새삼.
      올 한해...힘들다는데...조금이라도 넉넉함이 있는 이들이 나눔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가장 추운 해가...가장 따뜻했다는 전설을 만들어 낸다면...

      저의 마눌때문에 서울엔 눈이 내리지 않습니다^^ 워낙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어디 눈 내린다는 소리만 들으면 달려가고프답니다.ㅎㅎ

      고맙습니다.
      봄빛님도...평안과 강건의 한해 되십시오!!

  • 이요조2009.01.02 07:29 신고

    김원필님
    새해 복많이 받으소서~

    사모님과 잘자라고있는 다섯남매들....
    언젠가는 옛날을 추억하며 크게 웃으실 날이 있을 것입니다.
    (인생을 결말할 때에도)

    언제나 가정의 버팀목으로 아이들 다섯을 잘 기르시는 원필님을 볼 때면 아버지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낍니다.

    기축년 한 해에도 건강하소서....
    온가족들 터럭하나도 다치지 않는 건강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9.01.02 11:10

      고맙습니다.
      못난 남자라...마눌에게나 아이들에게나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간답니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좋은 날이 오기를...소망합니다^^

      이요조님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많이 받아 누리시는 기축년이 되십시오!!

  • malmiama2009.01.02 13:09 신고

    아름다운 새해 첫 아침을 품으셨군요.사랑많은 가정의 제사장~^^

    오늘부터 시작된 40일 특새에 유민이도 참여하겠다고 했으나..
    어제저녁 잠이 안온다고 뒤척거리다..큰오빠가 귀가한 10시즈음에도 안자고 책을 보다가
    자정가까이 되어서야 잤지 싶은데.. 깨울까 말까..

    그러나..혹시나 해서 귓가에 소곤대며 깨웠더니 벌떡 일어나지 뭡니까.~ㅋ
    스스로 준비해 놓은 옷이랑 양말이랑 다 챙겨입고 작은오빠보다 빨리 문을 나섰지요.

    교회에서도 전혀 졸지않고..또릿 또릿.^^

    잠언으로 월~토 진행하는 새벽 40일...이미 흐뭇합니다. 세녀석과 함께.

    답글
    • 주방보조2009.01.02 19:05

      부럽습니다.
      성경을 읽어도 안 일어나고
      찬송을 불러도 안 일어나는 ...우리 딸들...유민이에게 배웠음 좋겠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를 쫓아 갔던 새벽기도의 기억이 좀 남아 있습니다.
      새벽의 낯선 공기하며...침침하던 분위기^^...슬피 우는 기도 소리들...

      훗날...유민이의 기억은 '행복'일 것같습니다.^^

    • malmiama2009.01.05 17:37 신고

      유민이가..오늘도 거뜬히 일어났습니다.
      오빠 둘도..가뿐히..^^

      그렇게..교회에서 봉사든 섬기는 일이든,
      맡기 싫어 피해다니던 정민이도 형민이와 함께 1부 찬양대를 하고,
      오늘 새벽엔 모르는 사이에 앞에서 다른 둘과 함께 찬양을 이끌더군요.ㅎ

    • 주방보조2009.01.05 22:31

      행복하시겠습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