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그러니까 국민학교 3학년쯤 되었을 때였나봅니다.
1년에 한번 두번 얼굴을 뵐 수 있었던 아버지가
누나와 저를 데리고 만두집에 데려 가셔서 만두를 듬뿍 사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전무후무한 추억이 되어버린 일이지요.
누나는 저와 성격을 비롯한 모든 것이 전혀 반대라서
공부도 잘하고 적극적이고 용감하고 화려하고 버릇이 없고^^ 그랬지요.
만두가 나오자 누나는 그 성격 그대로 먼저 손이 쑥 나가 만두 하나를 잡아 입에 넣었죠.
저는 아버지를 상당히 무서워 했는데 그것은 7살에 이루어진 첫만남이 꽤나 공포스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외할머니와 어머니에게 어리광만 부리며 자라다가 갑자기 아버지라는 거대한^^ 남자가 나타나 첫날부터 회초리를 들어 때리는 맛을 보았었거든요. 세숫대야의 물을 세수하기 싫다고 할머니께 쏟아버리는 현장이 걸렸지요...그게 첫 만남이라서 말이죠.
누나의 행동에 대해 제가 점잖게 한마디를 했었습니다.
"아버지 드시기전에 먼저 먹는 거 아니잖아"
4년만에...그래봐야 몇번 안되지만...처음으로 아버지의 눈빛이 저를 다르게 보는 것을 느꼈지요. 그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명히 남아있습니다. 아버지 누나 만두...사각탁자...김...회색공간...
왜 그 장면이 그토록 사무치게 기억 날까요?
아버지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
이젠 제가 다섯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그때 장면을 역지사지할 수 있는 아버지의 바로 그 나이에 이미 몇년 더 지났습니다.
그리고...깨닫습니다.
그때
저만 아버지에게 인정받아서 행복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버지도
아들이 자신을 아버지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말할 수 없이 좋으셨던 것을 ...
...
먼 남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가장 가까운 이에게 인정받는 것이 더 어렵고 ... 그 어려움만큼 더 큰 기쁨을 주는 것입니다.
아내에게 인정받는 남편...남편에게 인정받는 아내...
부모에게 인정받는 자식...자식에게 인정받는 부모...
이것이 인간행복의 가장 근본이 아닌가요.....
...
아이들이 오늘 새벽 6시에 일어났습니다.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그 무거운 눈꺼풀을 받쳐 올리며...
자식들에게 인정받는 아버지의 즐거움이...그래서 넘쳤다는...^^
at 2005-03-10 (thu)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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