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아들을 고발합니다!^^

주방보조 2005. 3. 21. 17:14
막 6학년이 된 아들놈이
5학년때 쓰던 책을 버리려고 내놓았나 봅니다.

그중에 한권이 방바닥을 굴러다니다가...제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버리려면 깔끔하게 해치우면 될 것을 흘리고 다니니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 책은 다름아닌 [생활의 길잡이]입니다.

...

제목이 굵은 매직으로 이렇게 바뀌어 있습니다.  [생명이 똥잡아]
자기 이름을 그 밑에 써놓았는데 ..미레도...음계처럼 처연히 축쳐져 있습니다.

1과는 그런대로 간단하게 답을 달았고
2과에서부터는 책이 거의 깨끗합니다.

66쪽에 염소두마리가 외나무다리에서 싸우다 떨어지는 만화에 간단한 답을 달았는데
느낀점-양보주의, 올바른 해결방법-다 밀렵꾼이 죽여...라고 씌어 있습니다.

76쪽...변기 옆에 화장지가 길게 바닥까지 늘어진 것에 대한 생각은
변기물 먹자, 휴지는 말아먹자

114쪽...수도물이 틀어져 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답이
환경오염시키자, 물낭비가 좋다

119쪽...6.25전쟁의 인명, 재산피해 상황
인명피해-1000...000x1000...000
재산피해-0.000...0001원
 
(네모박스를 들쑥날쑥한 0으로 가득채웠음)

...

이것이 제 아들놈의  144쪽이나 되는 5학년 [생활의 길잡이]의 1년 학습 결과입니다.

먼저
책을 학교에 두고 다닌다는 녀석의 말을 고지곧대로 듣고 확인해 보지 못한 제 탓이 가장 크고
다음으로
교과서 검사조차 하지 않는 작금의 학교 시스템이 참 의아스럽고
마지막으로
도대체 그 뇌속이 어찌된 놈인지...이 아들놈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

그래서 5학년 학교생활통지표를 살펴보았습니다.

아마 이 과목과 관련있는 것이 도덕일 것같은데...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도덕-나라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실천하려는 마음을 가짐

이거 이해할 수 있는 평가입니까?

아무래도
완전히 선생님의 무관심 속에 ...내던져 졌던 것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

오늘 아침에 [생명의 똥잡아]라는 책이름이 생각나서
학교에 가려는 녀석을 붙잡았습니다.

가방검사한번 하자

꺼내봐
네(꾸물꾸물)
이게 다야?

교과서는 어디 있냐?
학교에요
필통은?
학교요
노트들은?
학교...

...

으이구...속이 ...야...~~~
 
at 2005-03-04 (fri)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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